≪우빈의 조짐≫
'스맨파' 명장면도 스타도 없는 이유
쫄깃한 승부 없어 과열·과몰입하게 만드는 편집점

남댄서 팬덤의 보아 향한 인신 공격성 게시글
보아가 뭐가 부족해서요, 놀 줄 모르는 Mnet '스맨파'와 팬덤 [TEN스타필드]
≪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을 더해 신선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쫄깃한 승부도 없고 결과에 대한 감동도 없다. 그러니 명장면이 탄생하고 스타가 나오겠는가.

갑갑하다. 놀 줄 모르는 댄서들과 볼 줄 모르는 팬들, 감 없는 제작진이 모인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의 현주소다.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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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묘미는 실력자들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승부를 펼칠 때다. 의도를 담지 않은 편집과 센스가 더해지면 두고두고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이는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부족한 센스, 의도를 담은 편집이 만나면 논란만 만들어진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데 타깃으로 설정된 누군가에게 상처만 준다. 상처를 내는 건 과열된 팬덤. 팬덤이 칼을 휘두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건 제작진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보는 사람만 보고 연령대도 고정되어 있다. 이들 위주로 팬덤이 형성되기에 제작진은 초반 이슈를 잡기 위해 팬덤을 공략한다. 여기에 미묘한 편집만 더해주면 과몰입한 팬들덕에 방송은 조금 더 쉬워진다.

하지만 이 과몰입은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을 더 뜨겁게 응원하고 쟁쟁한 경쟁팀과 대결에서 오는 희열이 있어야 하는데 잘못된 방향으로 튀어 결과에 대한 분노만 갖는다.

"2022년 뜨거운 여름! 스트릿 강국 대한민국에서 펼쳐질 남자들의 거친 춤 싸움"이라는 '스맨파'에서 화제가 되어야 하는 건 댄서 혹은 춤이다. 앞선 시리즈 '스우파'에선 단 1회 만에 스타 댄서가 탄생했고 업계를 강타한 '헤이 마마' 춤이 만들어졌다.

'스맨파'의 성적표는 부족하다. 5회까지 방송됐으나 스타 댄서도 없고 스타가 될 자질을 갖춘 댄서도 없다. 물론 히트할 것 같은 춤도 두고두고 '레전드'로 불릴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
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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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방송 전부터 논란이 있었으니 대충 예상은 한 결과다. MC 강다니엘은 "솔직히 남자들은 기 안 빨려서 편하고 행복하다. 원래는 많이 무서워서 지금이 더 좋다"고 평가했으며 권영찬 CP는 "여자 댄서들과 남자 댄서들의 서바이벌이 다르다. 여자댄서의 서바이벌엔 질투, 욕심이 있었다면 남자 댄스들은 의리와 자존심이 자주 보였다"는 성차별적 평가를 내놓았다.

여기에 '스맨파'에 출연한 크루 YGX 소속 박현세, 로열첨스 소속 리코 등의 남댄서들이 뉴진스의 '하입보이(Hype Boy)'의 안무를 희화화한 영상을 게재하며 공분을 샀다.

MC부터 권CP, 출연 댄서까지 논란 덩어리임에도 비난의 화살은 보아에게 향했다. 춤도 모르고 노래만 하는 주제에, 남자 꼬시려고 노출있는 옷 입었나, 자기 스타일 남자 고르냐, 여왕벌놀이 중이라는 둥 논리도 타당한 근거도 없는 악의적 비방.

보아는 2000년 데뷔한 22년차 가수. 노래와 춤 완벽해 '아시아의 별'로 불리는 톱스타다. 어릴 적 데뷔해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루머에 휘말렸던 보아이지만 그 옛날에도 보아를 실력으로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관절을 꺾고 몸통을 튕기고 회전을 하고 힘으로 몰아부쳐야만 춤인가. 보아는 단순히 꺾고 튕기는 걸 넘어 춤을 예술로 만들었다. '스맨파'를 '여성'으로 나온 게 아니라 댄서를 심사하기 위한 '심사위원'으로 섰다. 댄서들은 보아보다 실력으로나 경력으로나 한참 아래. 춤에 진심인 보아가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밀 이유는 없단 뜻이다. 보아가 뭐가 부족하겠는가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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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던 팀의 패배, 보아·은혁·우영 저지들의 쓴소리가 팬들에겐 불쾌할 수 있다. 사랑하면 눈이 머니까. 하지만 그 불쾌감을 보아에게 인신공격성 댓글로 풀어선 안됐다. 실력이 거기까지인 크루에게 실망해야지 왜 엄한 저지에게 화풀이를 하는 지 알 수 없는 악플러의 마음.

편집의 방향이 마치 탈락의 권한이 보아에게 주어진 듯 하니 화풀이를 할 수도 있겠다. 이미 마음이 상한 팬들 눈엔 위로도 여지를 남긴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고. 보아는 '스맨파' 출연진 중 최고참에다 진심을 담아 심사평을 하니 편집자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보아를 걸고 던진 낚싯대의 미끼를 문 건 과몰입형 팬덤.

사태는 보는 것보다 심각했다. 보아의 인스타그램엔 수준 낮은 악의적 댓글이 절반 이상. 트위터 등에서 인격 모독성 게시글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 루머와 악플을 달고 다녔던 보아도 직접 "매번 이럴 생각 하니 지치네요"라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SM 역시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아티스트의 인격과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했고 고소 준비 중"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과몰입한 팬덤의 과열된 경쟁이 잘 팔리는 티켓이라는 걸 아는 Mnet은 저지할 뜻이 없어보인다. 성공방정식임을 아는데 굳이 공식을 바꿀 필요는 없으니 이 역시 이해되는 부분.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장작을 넣다간 불씨도 꺼지고 아궁이도 탄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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