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사진=텐아시아DB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사진=텐아시아DB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이 청와대의 역사성과 한복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은 패션 화보에 참여해 비난받고 있는 가운데, 해명이 아닌 침묵으로 대응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SNS 댓글창까지 닫으며 소통조차 거부하고 있다.

한혜진은 지난 30일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의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활동하던 그가 갑작스레 소통의 창구를 막은 것은 최근 청와대에서 촬영한 화보 논란로 인해 비난 여론이 쇄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패션잡지 보그 코리아는 '청와대 그리고 패션!'이라는 화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화보에는 대통령의 집무와 외빈 접견 등에 사용된 중심 건물인 '본관', 간담회를 열거나 오찬·만찬을 같이 하는 소규모 연회장인 '인왕실', 대한민국의 국토를 상징하는 김식 화백의 '금수강산도'가 걸려 있는 '중앙 계단', 대규모 회의나 외국 국빈 방한 시 공식 행사를 개최하는 건물인 '영빈관' 등 곳곳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델들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제공=보그코리아
사진제공=보그코리아
해당 화보에 참여한 모델은 한혜진을 비롯해 김원경, 김성희, 오송화, 이애리 등이다. 각종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한혜진은 화려한 꽃 모양 장식이 달린 핑크색 드레스에 꽃신을 신고 영빈관 의자에 누워있는 포즈를 취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해당 화보는 공개와 공시에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의 역사성과 한복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는 부적절한 행위라는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

해당 화보를 접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청와대라는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상징적 공간을, 과반의 국민적 동의 없이 폐쇄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복을 알리기 위해 찍었다고 설명하던데, 다른 복장들도 있고 심지어 일본 아방가르드 대표 디자이너인 류노스케 오카자키의 작품도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성 의원 역시 "과연 이게 대한민국의 한복이냐. 한복으로 보이냐. '한복 문화 홍보'라고 했는데 세계적으로 이건 망신만 당한 거 아니냐"고 일갈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한복 디자이너이자 연구가인 박술녀 또한 MBC '스트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양 드레스에다가 우리나라 꽃신 하나만 신으면 그게 한복인가"라며는 "상징적이고 세계 사람들이 바라보고 관심 갖는 그 장소에서 그런 옷을 찍은 것이 좀 아쉽고,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는 말을 정확하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에 보그코리아는 해당 화보를 공식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문화재청 측은 "향후 청와대에서의 촬영 및 장소 사용 허가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보다 면밀히 검토하여 열린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겠다"고 사과했다.
사진제공=보그코리아
사진제공=보그코리아
그러나 여전히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 비난의 화살은 화보에 참여한 모델 한혜진에게까지 향했다. 영향력 있는 톱모델인 만큼 자신이 임하는 화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책임감을 느끼고 임했어야 했는데 논란이 생길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참여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한혜진은 해명이나 사과 없이 무대응으로 소통을 잠정 중단했다.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비난 댓글이 쏟아지고 있지만, 별다른 입장은 없는 상황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상태로는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 한혜진의 솔직한 입장이 필요할 때다. 댓글창 폐쇄는 대중의 쓴소리에 대한 답이 아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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