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친목'으로 결정되는 출연진
신인은 안 불러주는 예능판
이상민, 유재석, 이미주./사진=텐아시아DB
이상민, 유재석, 이미주./사진=텐아시아DB
≪서예진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이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예능 판이 친목으로 똘똘 뭉쳤다. 몇몇 검증된 예능인과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맥이 장악하고 있는 것.

참신한 신인 발굴은 없어진 지 오래다. 한정된 출연진이 장악한 예능 판엔 신인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제작진 역시 검증된 출연진과 소재를 돌려막기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거부하는 분위기다.

뻔한 출연진과 연출은 식상함으로 이어진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예능의 본질이 어느새 출연자들의 친목 다지기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과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는 같은 프로그램이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자주 겹치는 출연진과 이들이 보여주는 케미가 큰 틀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민, 임원희는 양쪽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 중이다. 게다가 탁재훈, 서장훈, 김준호가 양 프로그램에 반고정식으로 걸쳐있다. ‘돌싱’들이 뭉쳐 보여주는 지질함과 짠 내 나는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주가는 자유로운 결혼관과 ‘돌싱’ 소재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부터 상승했다. 이 밖에도 비슷한 색깔의 예능프로그램에는 어김없이 이들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돌싱’ 바닥을 꽉 잡고 있는 것.
사진제공=SBS
사진제공=SBS
예능 레전드를 중심으로 뭉친 프로그램도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인맥으로 가득하다. 정준하부터 하하, 미주, 신봉선까지 일명 ‘유라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게스트 또한 제시, 이효리 등 그와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 위주로 초대된다.

유재석이 이끄는 tvN '식스센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미주, 제시 등의 멤버가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 더욱이 ‘런닝맨’을 통해 유재석과 친분을 쌓아온 전소민이 하차한 '식스센스' 시즌3 첫 회에서는 평소 유재석과 절친인 방송인 송은이가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놀면 뭐하니’와 ‘식스센스’의 배경과 분위기 또한 겹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여성 게스트들은 늘 유재석을 놀리고, 곤란한 상황에 빠뜨린다. 당황하는 유재석의 모습이 재미 포인트가 되는 것.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이미주는 유재석을 향해 자신과 제시가 월경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유재석은 "그런 이야기 좀 하지 마라. 나를 형제처럼 생각하는 건 좋은데 자제해달라"고 곤란해했다. 이미주는 "재석 오빠한테 '이달에 (월경) 했었나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개그우먼 이은지는 유재석과 ‘보디 파이브’를 시도했다. ‘보디 파이브’는 가슴과 가슴을 부딪치는 행위. 유재석은 “너무 놀랐어”라고 연신 말하며 당황을 표했다. 이에 이미주와 제시는 “왜 우리랑은 안 해 주냐”며 서운해하기도.

예능 판이 정체기를 맞은 이유는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줄어들은 제작비와 낮은 시청률, 실패를 용인 못하는 분위기가 결합되자 새로운 시도는 모습을 감췄다. 제작진은 검증된 게스트에게 기대 안정적인 시청률에 안주하고 있다. 시청자는 유쾌한 웃음과 재미 대신 게스트의 ‘친목질’을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 끼가 차고 넘치는 예비 예능인들은 그들의 틈에 끼어들 타이밍조차 재지 못하고 있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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