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영 작가X연상호 감독
'돼지의 왕'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
"10부 엔딩 예술이더라"
연상호 감독(왼쪽), 탁재영 작가./사진제공=티빙
연상호 감독(왼쪽), 탁재영 작가./사진제공=티빙
탁재영 작가와 연상호 감독이 '돼지의 왕’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더불어 남은 회차의 시청 포인트를 짚었다.

‘돼지의 왕’의 탁재영 작가, 연상호 감독과 29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지난 18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은 연쇄 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로 연상호 감독의 동명 장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96분짜리 애니메이션은 탁재영 작가의 손에서 12부작 실사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돼지의 왕의 팬”이라는 탁재영 작가는 원작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하되, 재미있는 극적 요소를 첨가했다고 원작과의 차별점을 밝혔다.

탁재영 작가 “원작이 이미 어느 정도 피폐한 성인들이 현재 삶을 통해서 과거에 있었던 끔찍한 사건을 회상하는 구조라고 한다면, 드라마로 봤을 때는 원작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겪었던 이들이 성인이 돼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담았다. 이야기 진행될수록 인물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과거 상처들이 현재 성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했다.”

연상호 감독 “아이들의 이야기가 원작에선 주가 된다. 드라마는 그것을 회상하는 어른들의 이야기인데, 드라마화되기 위해선 원작 이상의 강력한 장르가 더해져야 한다. 단순히 편을 늘린 게 아니라, 획기적인 오리지널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의 이야기, 일종의 회상에 새로운 장르가 필요했던 건데 그런 것들이 일종의 복수극, 연쇄살인이 아닌가 싶다.”
탁재영 작가(왼쪽), 연상호 감독./사진제공=티빙
탁재영 작가(왼쪽), 연상호 감독./사진제공=티빙
작품에선 과거 끔찍한 ‘학폭’의 기억을 가진 인물이 현재 그것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각자의 방식을 통해 보인다. 학교 폭력에 대한 장면의 수위가 사실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돼지의 왕’은 폭력적인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트렌드를 의식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탁재영 작가 “시청자들에게 납득이 되고 몰입이 되려면 과거 사건들을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OTT로 넘어오면서 검열하지 않는 상태에서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른들을 위한 스릴러기 때문에 솔직함, 진솔함에서 시청자가 받아들일 울림이 있지 않을까 한다.”

연상호 감독 “날것이 주는 느낌들이 중요했던 것 같다. 실사로 옮겨지면서 웰메이드한 제작진이 붙어 독립 애니메이션의 날것 느낌을 어떻게 발현할까에 대한 고민 끝에 지금의 폭력 수위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재까지 4편이 공개된 ‘돼지의 왕’은 다소 잔인하게 그려진 복수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상물이지만 폭력성에 대한 시청자 의견은 갈린다. 이에 대해 황경민 작가는 “복수하는 방식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통쾌함을 안겼다면, 중후반에 가서는 인물들이 복수에 대한 정당성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다”며 “시청자분들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단순 계급사회나 가해자를 비판하는 내용보다 더 복잡한 상황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그래서 더 비극적으로 보일 것”이라며 “극 초반에선 과거 얘기 정도가 나온 상태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황경민의 복수의 갈 날이 어디를 향하는 지가 포인트다”라고 설명했다.
탁재영 작가(왼쪽), 연상호 감독./사진제공=티빙
탁재영 작가(왼쪽), 연상호 감독./사진제공=티빙
“학폭 가해자들에게 너희가 한때는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지금을 그 당시에 받았던 피해자들은 끔찍한 상처,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탁재영 작가는 학창 시절 폭력을 가했던 이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작품에서 등장한 ‘피해자는 지옥인데 저 새끼들은 추억으로 간직한다’는 대사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전한 바 있다. 반면, 학폭 가해자들의 ‘장난이었다’는 과거의 기억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그들이 장난이라고 말한 건 진짜 장난이라서 그렇게 얘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다루긴 하지만, 모든 폭력에 노출됐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는 게 아니듯,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회라 생각한다”며 “계급주의, 성과주의 같이 노출되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극복하는 방향은 일종의 커뮤니티 안에서 받은 폭력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커뮤니티, 즉 한 인간이 여러 세계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두 사람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아꼈다. 예비 시청자들의 시청을 미리 방해하고 싶지 않을 터. 다만, 힌트를 제공했다. 연상호 감독은 “6부까지 봤는데 6부 엔딩이 예술이더라. 10부 엔딩은 보진 못했지만, 예술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탁재영 작가는 “10부를 보고 스태프들이 펑펑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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