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런닝맨' 뛰어넘지 못한 '식센2'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런닝맨' 뛰어넘지 못한 '식센2'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식스센스2'에게 나는 익숙한 '런닝맨' 향기
tvN '식스센스2'는 화제를 끌며 종영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붙은 꼬리표를 떼지는 못했다. 비슷한 포맷의 SBS '런닝맨'을 뛰어넘지 못한 것. 두 프로그램 사이에 맞물린 유사성을 이번 시즌에도 떨쳐내지 못했다.
24일 종영한 '식스센스2'는 이색적인 주제의 장소나 인물을 찾아다니며 진짜 속에 숨어있는 가짜를 찾아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런닝맨', '미추리' 등을 연출한 정철민 PD가 지난해 tvN 이적 후 처음으로 내놓은 프로그램이다.
정 PD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런닝맨'을 연출했고, CJ ENM으로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식스센스2' 론칭 소식을 알렸다. 적응 기간이 짧았던 그가 10년간 끌어온 '런닝맨'을 떨쳐내고 얼마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당시 많은 기대와 걱정이 쏟아졌다.
결국 그는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유재석을 메인 MC로 두고 새 판을 짰다. 이어 배우 오나라, 전소민, 가수 제시, 이미주를 투입해 유재석이 여성 출연진들과 만들어 낼 새로운 케미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신선한 멤버 조합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졌다. 그들의 캐릭터가 '런닝맨'에서 봐왔던 것과 닮아가기 시작하면서다. '식스센스2'가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어딘가 익숙했고, '런닝맨'이 캐릭터 플레이에 의존하던 모습과 겹쳐보였다.
우선 양쪽에 모두 출연 중인 유재석과 전소민은 부여받은 역할이 비슷하다. 유재석은 멤버들을 끊임 없이 놀려대고, 가끔은 자신을 몰아붙이는 동료들에게 당하면서 웃음을 안긴다.
전소민은 남성 게스트들이 나올 때마다 추파를 던지다가, 유재석의 제재에 가로막혀 아쉬움을 삼킨다. 과거 '런닝맨'에서 하하가 결혼 전 '난봉꾼' 캐릭터로 활약하다가 현재는 전소민이 바통을 건네 받은 모습과 흡사하다. '식스센스2' 최대의 수혜자로 꼽히는 이미주는 '런닝맨'에서 이름을 알린 이광수가 지나온 길을 걷고 있다. 두 사람은 프로그램 내에서 웃음을 주는 가장 확실한 카드이자 유재석의 '애착 인형'이었다. 유재석이 이미주에게 "희극인실 회비를 내라"고 한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국민 MC가 후배 예능인으로 인정한다는 극찬의 표현이지만, 수년 전부터 이광수에게 꾸준히 해왔던 멘트다. 그만큼 두 사람의 프로그램 내 활약상이 닮아있다는 증거다.
여기에 제시와 이상엽의 러브라인도 전혀 새롭지 않다. '런닝맨'은 과거 개리·송지효의 '월요 커플'부터 최근 김종국·송지효와 양세찬·전소민까지 다양한 공식 커플 놀이로 재미를 봤다. '식스센스2'가 매번 러브라인을 몰아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러한 관계 설정을 가장 즐기는 사람이 유재석이라는 점도 빼다박았다.
공교롭게도 시즌2 최고 시청률은 '런닝맨' 멤버 지석진이 게스트로 출연한 9회에 기록했다. '런닝맨'에서 보여주던 호흡이 '식스센스2'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고, 그대로 통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식스센스2'를 '런닝맨'의 아류작으로 폄하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식스센스2'가 가진 특유의 매력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가짜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멤버들간 티키타카는 다른 장수 예능프로그램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두 시즌째 캐릭터에 의존하면서 출연자 구성을 떠올리면 예상가는 수준에 그치는 건 아쉽다. 이는 과거 '런닝맨'도 겪었던 시련이다.
결국 '식스센스'만의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현존하는 최장수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성공 사례를 쫓아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유재석은 시즌2 최종회에서 "시즌3에 다시 뵙겠다. 시즌3에선 우리를 조금 더 키워달라"고 말했다. '식스센스'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시청자들의 관심보다 '런닝맨'의 그림자를 지워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골탈태하는 마음가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식스센스2'에게 나는 익숙한 '런닝맨' 향기
tvN '식스센스2'는 화제를 끌며 종영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붙은 꼬리표를 떼지는 못했다. 비슷한 포맷의 SBS '런닝맨'을 뛰어넘지 못한 것. 두 프로그램 사이에 맞물린 유사성을 이번 시즌에도 떨쳐내지 못했다.
24일 종영한 '식스센스2'는 이색적인 주제의 장소나 인물을 찾아다니며 진짜 속에 숨어있는 가짜를 찾아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런닝맨', '미추리' 등을 연출한 정철민 PD가 지난해 tvN 이적 후 처음으로 내놓은 프로그램이다.
정 PD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런닝맨'을 연출했고, CJ ENM으로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식스센스2' 론칭 소식을 알렸다. 적응 기간이 짧았던 그가 10년간 끌어온 '런닝맨'을 떨쳐내고 얼마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당시 많은 기대와 걱정이 쏟아졌다.
결국 그는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유재석을 메인 MC로 두고 새 판을 짰다. 이어 배우 오나라, 전소민, 가수 제시, 이미주를 투입해 유재석이 여성 출연진들과 만들어 낼 새로운 케미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신선한 멤버 조합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졌다. 그들의 캐릭터가 '런닝맨'에서 봐왔던 것과 닮아가기 시작하면서다. '식스센스2'가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어딘가 익숙했고, '런닝맨'이 캐릭터 플레이에 의존하던 모습과 겹쳐보였다.
우선 양쪽에 모두 출연 중인 유재석과 전소민은 부여받은 역할이 비슷하다. 유재석은 멤버들을 끊임 없이 놀려대고, 가끔은 자신을 몰아붙이는 동료들에게 당하면서 웃음을 안긴다.
전소민은 남성 게스트들이 나올 때마다 추파를 던지다가, 유재석의 제재에 가로막혀 아쉬움을 삼킨다. 과거 '런닝맨'에서 하하가 결혼 전 '난봉꾼' 캐릭터로 활약하다가 현재는 전소민이 바통을 건네 받은 모습과 흡사하다. '식스센스2' 최대의 수혜자로 꼽히는 이미주는 '런닝맨'에서 이름을 알린 이광수가 지나온 길을 걷고 있다. 두 사람은 프로그램 내에서 웃음을 주는 가장 확실한 카드이자 유재석의 '애착 인형'이었다. 유재석이 이미주에게 "희극인실 회비를 내라"고 한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국민 MC가 후배 예능인으로 인정한다는 극찬의 표현이지만, 수년 전부터 이광수에게 꾸준히 해왔던 멘트다. 그만큼 두 사람의 프로그램 내 활약상이 닮아있다는 증거다.
여기에 제시와 이상엽의 러브라인도 전혀 새롭지 않다. '런닝맨'은 과거 개리·송지효의 '월요 커플'부터 최근 김종국·송지효와 양세찬·전소민까지 다양한 공식 커플 놀이로 재미를 봤다. '식스센스2'가 매번 러브라인을 몰아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러한 관계 설정을 가장 즐기는 사람이 유재석이라는 점도 빼다박았다.
공교롭게도 시즌2 최고 시청률은 '런닝맨' 멤버 지석진이 게스트로 출연한 9회에 기록했다. '런닝맨'에서 보여주던 호흡이 '식스센스2'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고, 그대로 통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식스센스2'를 '런닝맨'의 아류작으로 폄하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식스센스2'가 가진 특유의 매력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가짜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멤버들간 티키타카는 다른 장수 예능프로그램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두 시즌째 캐릭터에 의존하면서 출연자 구성을 떠올리면 예상가는 수준에 그치는 건 아쉽다. 이는 과거 '런닝맨'도 겪었던 시련이다.
결국 '식스센스'만의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현존하는 최장수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성공 사례를 쫓아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유재석은 시즌2 최종회에서 "시즌3에 다시 뵙겠다. 시즌3에선 우리를 조금 더 키워달라"고 말했다. '식스센스'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시청자들의 관심보다 '런닝맨'의 그림자를 지워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골탈태하는 마음가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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