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몬스터에 진심인 곽범X이창호
60억의 팬을 거느린 '글로벌 아이돌' 콘셉트
스낵·맥주·음료·금융…각종 광고 쏟아져
그룹 매드몬스터(제이호, 탄)./사진=인스타그램
그룹 매드몬스터(제이호, 탄)./사진=인스타그램
서예진의 BJ통신≫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BJ, 유튜버, SNS스타 인플루언서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최근 방송과 유튜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전반적인 온라인 스타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개그맨의 가요계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지만, 아이돌은 너무 높은 산이다. 하지만 개그맨 곽범, 이창호가 결성한 아이돌그룹 '매드몬스터'는 꽤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수로 보기엔 코믹한 요소가 너무 많지만, 그렇다고 개그로 보기엔 그들의 잘 짜인 세계관이나 높은 음악적 완성도가 아깝다.

매드몬스터는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가 탄, 제이호라는 부캐로 결성한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은 카메라 필터 앱을 최대치로 사용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눈과 뾰족한 턱선 등 순정만화에서 막 나온듯한 비주얼을 연출한다. 이따금 필터가 적용되지 않아 본래 모습이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하나의 밈으로 작용해 놀이가 된다.

매드몬스터의 팬클럽은 '포켓몬스터'라 칭한다. 전 세계에 60억의 팬을 거느린 '글로벌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것. 매드몬스터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은 "오빠들의 얼굴에서 나이 든 무명의 개그맨 얼굴이 보인다"며 '악귀 설'을 제기하기도 하고, '필터설'을 주장하는 안티팬들을 '디지몬'이라고 부르며 배척하는 등 적극적으로 놀이에 참여한다.
그룹 매드몬스터(제이호, 탄)./사진=인스타그램
그룹 매드몬스터(제이호, 탄)./사진=인스타그램
하지만 매드몬스터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필터' 없이는 오프라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 지난 8일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이하 '컬투쇼') 보이는 라디오에 참석한 두 사람은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사수한 채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이날 탄은 "오늘은 정말 얼굴 공개를 하고 싶어서 꼭 좀 하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스크를 쓰고 왔다"며 천연덕스러운 상황극으로 시작했다. DJ 김태균은 이에 맞장구치며 "얼굴이 너무 작아서 마스크에 얼굴이 쏙 들어간다"고 칭찬했다. 그러자 탄은 한 술 더 떠 "얼굴이 너무 작아서 아동용 마스크를 산다"고 말했다.

매드몬스터는 앞서 그들의 본캐인 이창호와 곽범에 대해 "그들은 돈이 없고 못생겼다"라고 디스한 바 있다. 김태균이 이를 언급하자 제이호는 "돈 없고 못생긴 개그맨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라며 "그분들이 보이는 라디오에 나온다면 저희처럼 가리고 오던가 해야 될 것 같다. 못생겼으니까"라고 말했다.

청취자들도 이들의 설정에 장단을 맞췄다. 몇몇 청취자들은 메시지를 통해 매드몬스터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탄은 "너무 흥분해서 말을 좀 세게 했다. 불편을 느꼈을 청취자분들께 죄송하다. 앞으로는 잘 지내보겠다"라고 말했고, 제이호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혈기 왕성한 시기에 실수를 좀 한 것 같다"고 사과했다.
개그맨 곽범, 이창호./사진=유튜브 캡처
개그맨 곽범, 이창호./사진=유튜브 캡처
하지만 이후 청취자의 선물로 왁싱 상품권이 나오자 제이호는 "이창호 씨는 머리털이 없어서 필요가 없는 왁싱 상품권"이라고 자기 자신을 디스해 폭소를 안겼다. 즉, 곽범과 이창호는 못생기고 나이 많은 무명 개그맨이고, 탄과 제이호는 어리고 잘나가는 아이돌이라는 황당한 콘셉트다.

하지만 이런 매드몬스터를 알아본 광고계는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스낵, 맥주, 음료를 비롯해 금융사까지 합세해 이들과 콜라보한 음원까지 냈다. 곽범과 이창호는 매드몬스터에 진심이다. 그에 따라 유튜브 댓글 창도 진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게 뭐냐"던 반응은 점차 "이게 뭔데 멋있냐"로 바뀐 지 오래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