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신작 '다크 옐로우', BIFAN서 상영
판타지만 가득해 난해하고 모호한 구혜선 작품들
소통 아닌 자신의 세계에 심취한 '자승자박'
판타지만 가득해 난해하고 모호한 구혜선 작품들
소통 아닌 자신의 세계에 심취한 '자승자박'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목요일 오후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구혜선 감독님, 제가 생각한 바가 감독님의 의도가 맞나요?"
감독이라 자부하는 구혜선이 연출한 영화를 보고나면 드는 생각이다.
최근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상영된 구혜선의 신작 '다크 옐로우'도 그랬다. '다크 옐로우'는 구혜선이 연출하고 각본을 쓰고 출연도 한 작품. 노란 꽃집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한 남자가 그녀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구혜선은 영화에 노란원피스를 입은 채 노란꽃이 가득한 꽃밭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다소 파격적인 자신의 모습도 담았다. 구혜선은 판타지적 요소를 사용해 통찰이라는 것을 하려 했다. 여성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간 남자가 오싹한 일들을 겪는 전개는 공상적이고, 노란색이라는 주제 컬러로 산뜻하면서도 불안정한 느낌을 냈다. 구혜선은 부천영화제 특별상영회에서 "옐로우는 아이러니함이 있다"며 "꿀, 유치원, 개나리 등 달콤하고 순수하기도 하지만 옐로우 카드, 도로 표지판 등 경고를 나타낼 때도 옐로우가 쓰이고, 배변을 의미하는 색이라 배설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여성을 무시하는 일부 남성들의 모습도 묘사됐다. 구혜선은 "사회적으로 관습적으로 알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상징성을 영화 안에 넣었고, 내면 세계의 열등감, 콤플렉스와 폭력성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영화를 만들자하는 목적보다는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여성적인 시선이 있다. 이런 부분을 관객들과 같이 소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심오한 뜻을 작품의 너무 깊은 곳에 숨겨둔 탓일까. 직관적인 이해가 어려운 작품이 나와버렸다. 물론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도 관람 후 한참을 되짚어야 그 안의 메시지를 알 수 있을 때가 있지만, 그들의 작품은 위트와 여운이 있다. 하지만 구혜선의 작품은 어디서부터 곱씹어봐야 맞는 건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소통하고 싶어 만들었다면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길잡이를 위한 힌트는 줘야 했다. 이러한 불친절은 그의 컬러 연작 이전 작품들에서도 나타난다. '미스터리 핑크'(2018)는 구혜선이 투병 중 오랜 시간 병원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담은 작품. 사랑이란 감정과 연상되는 컬러인 핑크에 미스터리함을 첨가해 구속, 애증 등 사랑의 이면적 감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호러와 멜로, 스릴러가 섞인 복합 장르물로 풀어내겠다는 실험은 높이 평가하고 싶지만 난해한 스토리와 겉멋만 들어간 연출은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마찬가지로 붉은색을 주제로 인간의 죽음과 종교의 의미를 고찰한 '유쾌한 도우미'(2008), 검정색을 주제로 가족의 의미를 찾아보는 '당신'(2010), 파란색을 주제로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본 '기억의 조각들'(2012)도 추상성으로 포장한 멋 부리기에 불과해 보인다.
장편 연출작 '요술'(2010)이나 '복숭아나무'(2012)에서도 동화 같은 장면들만 늘어놓으며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했다. '그게 바로 구혜선만의 연출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구혜선은 스스로 영역을 구분 짓지 않는 아티스트의 길을 택했다. '얼짱'으로 이름을 알리며 연예계에 입문해 연기를 시작으로 현재는 영화 연출, 각본뿐만 아니라 작곡, 작사, 그림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쉽게 만들어진 창작물은 없을 것이고 예술이란 특정 잣대로 단정지어 평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구혜선은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 '다크 옐로우'를 만들었다고 했다. 소통의 일환이었는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49명에게 1297만 원도 지원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구혜선이라는 틀 안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때깔이 그럴 듯하다면 다 예술인걸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목요일 오후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구혜선 감독님, 제가 생각한 바가 감독님의 의도가 맞나요?"
감독이라 자부하는 구혜선이 연출한 영화를 보고나면 드는 생각이다.
최근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상영된 구혜선의 신작 '다크 옐로우'도 그랬다. '다크 옐로우'는 구혜선이 연출하고 각본을 쓰고 출연도 한 작품. 노란 꽃집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한 남자가 그녀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구혜선은 영화에 노란원피스를 입은 채 노란꽃이 가득한 꽃밭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다소 파격적인 자신의 모습도 담았다. 구혜선은 판타지적 요소를 사용해 통찰이라는 것을 하려 했다. 여성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간 남자가 오싹한 일들을 겪는 전개는 공상적이고, 노란색이라는 주제 컬러로 산뜻하면서도 불안정한 느낌을 냈다. 구혜선은 부천영화제 특별상영회에서 "옐로우는 아이러니함이 있다"며 "꿀, 유치원, 개나리 등 달콤하고 순수하기도 하지만 옐로우 카드, 도로 표지판 등 경고를 나타낼 때도 옐로우가 쓰이고, 배변을 의미하는 색이라 배설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여성을 무시하는 일부 남성들의 모습도 묘사됐다. 구혜선은 "사회적으로 관습적으로 알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상징성을 영화 안에 넣었고, 내면 세계의 열등감, 콤플렉스와 폭력성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영화를 만들자하는 목적보다는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여성적인 시선이 있다. 이런 부분을 관객들과 같이 소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심오한 뜻을 작품의 너무 깊은 곳에 숨겨둔 탓일까. 직관적인 이해가 어려운 작품이 나와버렸다. 물론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도 관람 후 한참을 되짚어야 그 안의 메시지를 알 수 있을 때가 있지만, 그들의 작품은 위트와 여운이 있다. 하지만 구혜선의 작품은 어디서부터 곱씹어봐야 맞는 건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소통하고 싶어 만들었다면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길잡이를 위한 힌트는 줘야 했다. 이러한 불친절은 그의 컬러 연작 이전 작품들에서도 나타난다. '미스터리 핑크'(2018)는 구혜선이 투병 중 오랜 시간 병원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담은 작품. 사랑이란 감정과 연상되는 컬러인 핑크에 미스터리함을 첨가해 구속, 애증 등 사랑의 이면적 감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호러와 멜로, 스릴러가 섞인 복합 장르물로 풀어내겠다는 실험은 높이 평가하고 싶지만 난해한 스토리와 겉멋만 들어간 연출은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마찬가지로 붉은색을 주제로 인간의 죽음과 종교의 의미를 고찰한 '유쾌한 도우미'(2008), 검정색을 주제로 가족의 의미를 찾아보는 '당신'(2010), 파란색을 주제로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본 '기억의 조각들'(2012)도 추상성으로 포장한 멋 부리기에 불과해 보인다.
장편 연출작 '요술'(2010)이나 '복숭아나무'(2012)에서도 동화 같은 장면들만 늘어놓으며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했다. '그게 바로 구혜선만의 연출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구혜선은 스스로 영역을 구분 짓지 않는 아티스트의 길을 택했다. '얼짱'으로 이름을 알리며 연예계에 입문해 연기를 시작으로 현재는 영화 연출, 각본뿐만 아니라 작곡, 작사, 그림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쉽게 만들어진 창작물은 없을 것이고 예술이란 특정 잣대로 단정지어 평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구혜선은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 '다크 옐로우'를 만들었다고 했다. 소통의 일환이었는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49명에게 1297만 원도 지원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구혜선이라는 틀 안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때깔이 그럴 듯하다면 다 예술인걸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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