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자간담회-쇼케이스서 발언 재조명
법의 심판 받고 개인적인 자숙도 동반돼야
법의 심판 받고 개인적인 자숙도 동반돼야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히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의 가인(34·손가인)이 일명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법원은 가인을 유죄로 봤고, 해당 사안에 대해 올해 초 벌금형이 선고됐다.
꽤 오랜 시간 활동이 뜸했던 가인이 들고 온 소식은 유쾌하지 않았다. 마약에 손을 댔다니. 게다가 한 두 번의 실수가 아니라, 꽤 상습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특히, 가인은 2017년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시 연인이었던 배우 주지훈의 지인으로부터 대마초를 권유받았다고 폭로하며 "3개월마다 자진해서 마약 검사하겠다"면서까지 마약에 결백을 다짐하고 강조했던 터라, 대중의 실망은 더욱 크다.
소속사 미스틱스토리 측은 가인이 프로포폴을 한 이유에 대해 "그간 활동 중에 있었던 크고 작은 부상들의 누적으로 오랫동안 극심한 통증과 우울증, 중증도의 수면 장애를 겪어왔고 그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무엇이 가인을 병들게 한 것일까. 과거 기자간담회와 쇼케이스 등에서 몇 가지 흔적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사실 뭘 해도 야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좀 억울했어요. 다른 걸그룹 중에 저희보다 노출이 심하고 야한 춤을 추는 걸그룹도 있는 거 같은데 항상 저희에게만 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편견이 있는 거 같아서 마음에 부담이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그런 만큼 성인들이 이해할 만한 가사들로 노래하고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줬던 내용을 솔직하게 표현할래요."
2012년 12월 6일, 브아걸의 19금 연말 콘서트 'Tonight 37.2˚C' 기자간담회에서 가인이 한 말이다. 가인은 남녀의 성관계를 직설적으로 묘사한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던 솔로곡 '피어나' 무대를 직접 예고했다. 상당한 노출 수위와 '야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신경 쓰이긴 했어도 아티스트로서 뭘 표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말을 입증하듯 가인은 본 콘서트의 '피어나' 무대에서 과감하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음주가 가능한 클럽 콘셉트의 19금 딱지가 걸맞는 콘서트였던 기억이다. 관객들은 가인의 퍼포먼스에 탄성을 보내며 성인문화 콘셉트의 공연을 즐겼다.
그때부터였을까. 가인의 작은 홑꺼풀 눈은 줄곧 블랙 스모키 메이크업에 가려져 있었다. 꾸밈없고 소탈한 매력으로 사랑받기도 했지만, 때때로 미움이나 악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시도가 담긴 작업물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지만, 대중 모두가 이를 알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가인은 2015년 11월 4일, 정규 6집 'BASIC' 발매 쇼케이스에서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컴백 티저 이미지에서 부분 삭발을 시도한 가인에 대해 호불호의 반응이 쏟아졌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분 탈모가 아니냐는 루머도 나왔다.
"파격적이라고 해 주셨는데, 저는 큰 부담은 없었어요. 워낙에 짧은 머리를 고수해 왔기 때문에 부담 없이 머리를 잘랐어요. 부분 삭발을 했는데 저한테는 안 어울렸나 봐요. 예전엔 악플에 상처를 안 받았는데, 저도 내일모레 서른인지라 악플에 상처받더라고요. 최근에는 머리 자라는 약을 바르고 있어요." 삭발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악플에 대한 답이 돌아왔다. 악플로 인한 상처가 꽤 컸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침없고 강한 줄로만 알았던 가인이 스스로 여린 마음을 꺼내며 '아프다'고 말한 게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가인은 4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2019년 10월 28일, 리메이크 앨범 'RE_vive' 음악감상회에서 오랜만에 인사를 건넸다. 가인은 그동안 '말썽을 많이 부렸다'면서 좀 더 성숙한 태도로 활동할 것을 약속했다.
"제가 말썽부리지 않고 언니들을 모셔야 하는데, 사실 브아걸의 공백기가 길어진 건 저 때문이에요. 20살 데뷔 후 지금까지 10년간 일하면서 한 번도 쉰 적이 없었어요.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해서 3년을 쉬는 동안, 말썽도 부리고 회사를 긴장하게 한 거 같아요. 4년 만에 복귀했는데, 그 전보다는 더 성숙해졌어요.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활동하겠습니다."
가인의 프로포폴 투약 기간이 2019년 7월에서 8월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으니, 대중과 팬, 멤버들 앞에서의 가인의 다짐은 빛을 잃고 말았다. 실제로 가인은 음감회 이후 자취를 감추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전에 없던 섹시와 파격 콘셉트를 이어오면서, 대중의 관심에 비례한 크기의 비난과 악플을 감당하면서, 분명 가인의 몸과 마음은 고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 어려움이 잘 해소되고 회복되야 했는데,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인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가인은 명백한 잘못을 했고, 법의 심판에 이어 개인적인 자숙도 이어져야 한다. 특히, 벌금형 선고 당시 잘못을 직접 시인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다 상황에 몰려 인정한 모양새도 썩 좋게 보이진 않는다. 이로 인해 사과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몸과 마음이 아프다고 모두가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며 비명을 지르면서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건전한 방법으로 아픔을 해결하려 노력한다. "신중하지 못한 선택"으로 포장된 가인의 프로포폴 투약은 팬들과 멤버들, 그리고 자신에게 더 큰 고통만 안긴 결과를 낳았다.
오랜 시간 가인를 지켜봐 왔던 한 사람으로서 KBS 2TV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속 유명한 대사를 전하고 싶다. (아무리 그랬어도) "아닌 건 아닌겨!"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히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의 가인(34·손가인)이 일명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법원은 가인을 유죄로 봤고, 해당 사안에 대해 올해 초 벌금형이 선고됐다.
꽤 오랜 시간 활동이 뜸했던 가인이 들고 온 소식은 유쾌하지 않았다. 마약에 손을 댔다니. 게다가 한 두 번의 실수가 아니라, 꽤 상습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특히, 가인은 2017년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시 연인이었던 배우 주지훈의 지인으로부터 대마초를 권유받았다고 폭로하며 "3개월마다 자진해서 마약 검사하겠다"면서까지 마약에 결백을 다짐하고 강조했던 터라, 대중의 실망은 더욱 크다.
소속사 미스틱스토리 측은 가인이 프로포폴을 한 이유에 대해 "그간 활동 중에 있었던 크고 작은 부상들의 누적으로 오랫동안 극심한 통증과 우울증, 중증도의 수면 장애를 겪어왔고 그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무엇이 가인을 병들게 한 것일까. 과거 기자간담회와 쇼케이스 등에서 몇 가지 흔적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사실 뭘 해도 야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좀 억울했어요. 다른 걸그룹 중에 저희보다 노출이 심하고 야한 춤을 추는 걸그룹도 있는 거 같은데 항상 저희에게만 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편견이 있는 거 같아서 마음에 부담이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그런 만큼 성인들이 이해할 만한 가사들로 노래하고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줬던 내용을 솔직하게 표현할래요."
2012년 12월 6일, 브아걸의 19금 연말 콘서트 'Tonight 37.2˚C' 기자간담회에서 가인이 한 말이다. 가인은 남녀의 성관계를 직설적으로 묘사한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던 솔로곡 '피어나' 무대를 직접 예고했다. 상당한 노출 수위와 '야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신경 쓰이긴 했어도 아티스트로서 뭘 표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말을 입증하듯 가인은 본 콘서트의 '피어나' 무대에서 과감하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음주가 가능한 클럽 콘셉트의 19금 딱지가 걸맞는 콘서트였던 기억이다. 관객들은 가인의 퍼포먼스에 탄성을 보내며 성인문화 콘셉트의 공연을 즐겼다.
그때부터였을까. 가인의 작은 홑꺼풀 눈은 줄곧 블랙 스모키 메이크업에 가려져 있었다. 꾸밈없고 소탈한 매력으로 사랑받기도 했지만, 때때로 미움이나 악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시도가 담긴 작업물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지만, 대중 모두가 이를 알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가인은 2015년 11월 4일, 정규 6집 'BASIC' 발매 쇼케이스에서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컴백 티저 이미지에서 부분 삭발을 시도한 가인에 대해 호불호의 반응이 쏟아졌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분 탈모가 아니냐는 루머도 나왔다.
"파격적이라고 해 주셨는데, 저는 큰 부담은 없었어요. 워낙에 짧은 머리를 고수해 왔기 때문에 부담 없이 머리를 잘랐어요. 부분 삭발을 했는데 저한테는 안 어울렸나 봐요. 예전엔 악플에 상처를 안 받았는데, 저도 내일모레 서른인지라 악플에 상처받더라고요. 최근에는 머리 자라는 약을 바르고 있어요." 삭발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악플에 대한 답이 돌아왔다. 악플로 인한 상처가 꽤 컸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침없고 강한 줄로만 알았던 가인이 스스로 여린 마음을 꺼내며 '아프다'고 말한 게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가인은 4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2019년 10월 28일, 리메이크 앨범 'RE_vive' 음악감상회에서 오랜만에 인사를 건넸다. 가인은 그동안 '말썽을 많이 부렸다'면서 좀 더 성숙한 태도로 활동할 것을 약속했다.
"제가 말썽부리지 않고 언니들을 모셔야 하는데, 사실 브아걸의 공백기가 길어진 건 저 때문이에요. 20살 데뷔 후 지금까지 10년간 일하면서 한 번도 쉰 적이 없었어요.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해서 3년을 쉬는 동안, 말썽도 부리고 회사를 긴장하게 한 거 같아요. 4년 만에 복귀했는데, 그 전보다는 더 성숙해졌어요.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활동하겠습니다."
가인의 프로포폴 투약 기간이 2019년 7월에서 8월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으니, 대중과 팬, 멤버들 앞에서의 가인의 다짐은 빛을 잃고 말았다. 실제로 가인은 음감회 이후 자취를 감추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전에 없던 섹시와 파격 콘셉트를 이어오면서, 대중의 관심에 비례한 크기의 비난과 악플을 감당하면서, 분명 가인의 몸과 마음은 고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 어려움이 잘 해소되고 회복되야 했는데,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인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가인은 명백한 잘못을 했고, 법의 심판에 이어 개인적인 자숙도 이어져야 한다. 특히, 벌금형 선고 당시 잘못을 직접 시인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다 상황에 몰려 인정한 모양새도 썩 좋게 보이진 않는다. 이로 인해 사과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몸과 마음이 아프다고 모두가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며 비명을 지르면서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건전한 방법으로 아픔을 해결하려 노력한다. "신중하지 못한 선택"으로 포장된 가인의 프로포폴 투약은 팬들과 멤버들, 그리고 자신에게 더 큰 고통만 안긴 결과를 낳았다.
오랜 시간 가인를 지켜봐 왔던 한 사람으로서 KBS 2TV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속 유명한 대사를 전하고 싶다. (아무리 그랬어도) "아닌 건 아닌겨!"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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