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사용설명서]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신인 사용법'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루키들의 매력

이달의 루키! 에스파,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요?
그룹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실물 멤버 4명, 이들에겐 각각 ‘아이(ae)’라는 이름의 아바타가 존재한다. 현실의 멤버들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와 싱크(Synk)를 통해 연결된다. 서로 다른 차원의 네 멤버들이 에스파(aespa)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실물 멤버는 4명인데, 아바타까지 총 8명이 될 수도 있는 이 팀은 대체 몇 인조로 보아야 하는걸까. 신개념 그룹이 등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레드벨벳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걸그룹 에스파다. ◆ 에스파로 이어진 SM이라는 브랜드 강점에스파의 낯선 팀 컬러는 그간 봐오던 K팝과는 확실히 결을 달리한다. 그러나 SM의 기획력이 집중됐다는 점에서 팬덤 확장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할 여지가 없다. '블랙맘바'는 'SES·H.O.T.의 아빠'라 불리는 유영진이 작사하고 작곡·편곡에도 참여한 곡이다. 신스 사운드와 강렬한 베이스 위로 흐르는 당찬 분위기, 캐치한 훅이 만들어내는 강한 중독성까지 또렷하고 독창적인 포인트들이 리스너들을 끌어 당긴다. SM은 다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독특한 콘셉트나 세계관마저도 궁극적으로는 수긍하게 만드는 뛰어난 기획력 및 아티스트 개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간 수차례 이를 증명해왔기에 SM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강한 지지를 보이는 음악 팬들은 곧 에스파의 강점이 되고 있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는 SMCU(SM CULTURE UNIVERSE)를 미래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가치이자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에스파가 SMCU의 첫 번째 프로젝트라고 밝히며 "셀러브리티와 아바타가 중심이 되는 미래 세상을 투영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를 초월한,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의 그룹이다. 기획 단계부터 혁신적이고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있는 세계관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고, 앞으로의 콘텐츠는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고 전달하며 어떻게 세계관 속에 들어갈 수 있는지가 승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를 거치는 현 시점에서 SM에게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졌고, 그 기점이 바로 에스파인 셈이다. ◆ 세계의 확장… 새로운 차원의 아이돌
그룹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팀의 아이덴티티를 알고자 파고드니 그 범위가 놀랍도록 방대하다. 현실과 가상의 만남이라니. 다소 뜬구름 잡는 듯한 이 개념의 근원을 쫓아가다 보면 새로운 차원의 아이돌이 탄생했다는 말이 어울린다. 어느덧 K팝 아이돌 그룹에게 필수 조건이 되어 버린 세계관. 동방에서 신이 일어난다는 뜻의 동방신기, 초능력을 쓰던 엑소, 무한한 확장성을 근간으로 삼는 NCT까지. 독특한 세계관 맛집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이제 가상의 세계까지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로 알렸다.

아바타에게 손을 내미는 현실의 멤버들. 데뷔 전 티저부터 범상치 않았던 에스파였다. 이들의 데뷔곡 '블랙 맘바(Black Mamba)'의 스토리와 뮤직비디오를 보면 SM이 에스파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핵심은 '연결'이다. 현실과 가장의 연결을 토대로 다채로운 스토리가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시작인 '블랙 맘바'는 이들을 연결하는 '싱크'를 방해하는 존재다. 노래 자체에 또 다른 자아와의 연결, 이와 관련한 스토리를 부여하며 팀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현실 멤버들과 함께 아바타들이 등장한다. 8명의 조화. 즉,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버추얼, 세상이 에스파의 활동 영역을 두 배로 넓혔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 가속 붙은 성장 속도, 상승세 관건은 '공감'
그룹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스파는 데뷔와 동시에 '괴물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입증해냈다. 데뷔곡 '블랙 맘바'는 미국을 포함한 200개 이상 지역 및 국가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음원 판매) 수치를 기반으로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 100위권대에 이름을 올렸다.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미국을 제외한 차트인 '빌보드 글로벌'에서는 발매 후 단 3일치 집계만으로 100위를 달성하더니, 이후에는 19계단이나 순위 상승을 이끌어냈다.

에스파에는 한국인을 비롯해 일본인, 중국인 멤버도 포함돼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기대해 볼 만 하다. 중국 최대 음악사이트 QQ뮤직과 쿠워뮤직의 한국 차트에서도 2주 연속 주간차트 1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블랙 맘바' 뮤직비디오 역시 표절 이슈가 있었음에도 공개 24시간만에 유튜브 조회수 2100만뷰를 돌파했다. K팝 아티스트 데뷔곡 뮤직비디오 사상 최다 조회수(24시간 기준)였다.

에스파의 상승세를 이끌 주요한 요소는 '공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K팝 시장에서 가상 아바타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2년 전 나온 아담일 테다. 아담은 3D 캐릭터에 실제 가수 목소리를 입힌 사이버가수였다. 신선함을 토대로 당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활동이 오래 이어지진 못했다. 에스파 역시 실물 멤버 외 아바타까지 '버추얼 아이돌'로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밝힌 대로 견고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관에 빠져들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일단 업계의 흐름과는 상당히 부합하는 에스파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버추얼 세계가 K팝 시장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주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 K/DA는 억대에 달하는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빌보드 차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개막식에서 AR로 구현된 이들은 합동 공연까지 펼치며 아바타 가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최근 AR 아바타 애플리케이션 제페토를 운영하는 회사 네이버제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로부터 줄줄이 투자를 유치받기도 했다. 에스파가 업계의 흐름과 맞물려 팀 자체적인 발전까지 이루며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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