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창기 기자]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국내 프로 야구팀 드림즈의 운영팀장 이세영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은빈. /사진제공=나무엑터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국내 프로 야구팀 드림즈의 운영팀장 이세영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은빈.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은빈의 뜨거운 연기 열정이 빛을 발했다. 지난 14일 19.1%의 시청률로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다. 극 중 국내 프로 야구팀 드림즈의 운영팀장 이세영 역으로 열연한 그는 당차면서도 거침없는 화법으로 통쾌함을 선사했다. 올해로 데뷔 23년 차에 접어든 박은빈에게 스포츠 드라마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야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을뿐더러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이라는 설정은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을 향한 애정과 노력으로 캐릭터에 점차 스며들기 시작한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또 다른 이세영들에게 희망이 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야구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어떤 마음인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박은빈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은?
박은빈: 촬영이 잘 끝나서 다행이다. 좋았던 순간들이 전날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다. 캐릭터를 내려놓고 차차 정리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10.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촬영하면서 인기를 체감했나?
박은빈: 촬영이 없을 때는 캐릭터에 집중하느라 인기를 체감하지 못했다. 촬영 막바지 즈음에 사인 요청이 밀려오는 걸 보고, 드림즈에 관심을 갖고 재밌게 보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10. 스포츠 드라마라는 장르가 생소했을 것 같다. 작품의 어떤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나?
박은빈: 생소하기 때문에 이끌렸다. 대본을 봤을 때 잘 읽혔고 이세영이라는 인물이 극의 전개만을 위해 존재하는 역할이 아니라 좋았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찍으면서 말로는 주체적인 인물이었지만, 행동으로는 말도 안 되는 객기를 부리는 듯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렇게 당위성을 잃고 연기하면 힘들다는 걸 경험했다. 특히 이세영이라는 캐릭터가 이성과 합리를 갖췄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고, 회를 거듭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 선택했다. 때에 따라서 캐릭터의 성향이 초반과 달라지는 일이 많은데, 이번 작품은 감독님과 작가님이 등대처럼 길을 잘 인도해줘서 즐겁게 촬영했다.

10. 캐릭터를 구축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박은빈: 이세영은 10년 동안 드림즈에 근속하면서 구단의 서사를 담당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현재 처한 상황이 잘못된 일임을 설명해주는 장면이 많았다. 전문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잘 외워지지 않아서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찾아봤다. 영감을 많이 받은 건 야구팬들의 ‘움짤’이었다.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모습, 분노하는 모습, 아빠와 딸 혹은 친구들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캐릭터의 기초를 구축했다.

10. 캐스팅 이후 이신화 작가가 어떤 말을 해주던가?
박은빈: 다양한 과정을 통해 변해가는 드림즈를 보면서 이세영도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대본을 쓴다고 했다. 백승수라는 낯선 인물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경계했던 감정이 조금씩 풀어질 때, 보는 사람들도 상황에 몰입해서 드림즈의 재건을 꿈꾸길 바랐다.

10. 극 중 이세영이 서영주(차엽 분)에게 유리잔을 집어 던지며, “선은 네가 넘었어!”라고 격분하는 장면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박은빈: 방송 초반에는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이라는 설정을 대중들이 낯설어했다. 현실적인 부문에서 바라봤을 때 ‘운영팀장이 너무 어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캐릭터를 향한 편협한 시선을 느끼면서 증명하려고 애썼다. 이세영은 스포츠계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밑바닥부터 거쳐온 인물이다. 이만큼 올라오기까지 충분한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캐릭터에 점점 녹아들었고, 그게 ‘선은 네가 넘었어!’라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그 덕에 이세영이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다행이다.

10. 촬영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박은빈: 이세영을 통해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선망하는 이세영은 불리한 상황에도 용기내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말하고 싶어도 한 번은 참고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다. 이세영을 연기하면서 당차게 나아가면서도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여러모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
박은빈은 ‘스토브리그’에 함께 출연한 조병규와의 러브라인에 관해 <strong>“</strong>작품의 방향성과 달라서 생각하지 않았다<strong>”</strong>고 밝혔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박은빈은 ‘스토브리그’에 함께 출연한 조병규와의 러브라인에 관해 “작품의 방향성과 달라서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10. 극 중 사수였던 남궁민과의 호흡은 어땠나?
박은빈: 잘 맞았다. 남궁민 선배는 연기에 관해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나나 남궁민 선배나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했다. 함께 고민하고 이겨내면서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만들어 나갔다.

10. 평소 야구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박은빈: 전혀 없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룰은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스포츠를 좋아해서 올림픽처럼 큰 대회의 중계를 틀어놓으면 밥 먹을 때 같이 보는 정도였다.

10.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장면은?
박은빈: 강두기(하도권 분) 선수가 타이탄스로 트레이드되자 백 단장이 우승을 체념하는 장면이다. 백 단장이 ‘우승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하자, 이세영이 ‘그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작품이 가진 스포츠 정신이나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10. 많은 팬이 작품에 과몰입했던데.
박은빈: 드림즈를 진심으로 응원해줘서 든든하고 행복했다. 한 번은 결방했던 주에 SNS 계정을 통해 화보를 올린 적이 있다. 당시 댓글에 ‘운영팀장님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닙니다’ ‘결방 좀 취소해주세요’라고 하더라.

10. 팬들에게 받은 메시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박은빈: 현재를 살아가는 또 다른 이세영이 남긴 메시지였다. 극 중 캐릭터를 통해 접었던 꿈을 다시 꾸게 됐다고 하더라. 덕분에 진로를 정하고 확실한 목표를 잡았다고 하는데 너무 고마웠다. 앞으로의 행보가 너무 기대되고 먼 훗날 원하는 결실을 맺어서 기사로라도 접하게 된다면 그 누구보다 기뻐할 것 같다.

10. 극 중 드림즈의 팀명이 재송에서 PF로 바뀌었을 때 심경은?
박은빈: 쓸쓸했다. 재송 드림즈를 보내는 것이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극 중 지원도 안 해주는 재송을 시원하게 보내고 PF와 새롭게 체결하는 장면이라 기쁘게 보여야 했지만, 슬프고 아린 감정이 많았다. 이세영에게 있어서 재송 드림즈는 아버지와의 즐거웠던 추억이 담겨있는 공간이자 꿈이다. 팀을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더 이상 초록색 드림즈를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10. 드림즈 프런트 회식 자리 장면이 본 방송에 들어가지 못한 것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상당하던데.
박은빈: 그 장면이 프런트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촬영을 훈훈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들 좋아했지만 아쉽게도 편집됐다. 본 방송에는 PF를 설득하는 데만 20분이 넘게 걸려서 편집을 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미방송분으로라도 나가서 다행이다.
박은빈은 극 중 드림즈에서 애정이 가장 많이 가는 선수로 유민호(채종협 분)를 꼽았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박은빈은 극 중 드림즈에서 애정이 가장 많이 가는 선수로 유민호(채종협 분)를 꼽았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10. 시즌2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 본인의 생각은?
박은빈: 작가님이 알아서 잘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다들 작품의 흥행보다는 모난 사람 없이 한 마음이 돼서 드림즈가 잘 되길 바랐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진한 동료애를 나눈 것 같다. 이 멤버 그대로 시즌2를 한다면 다시 한번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10. 이신화 작가가 마지막 회 대본에 출연진을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하던데.
박은빈: 작품에 출연한 모든 이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 사려 깊고 겸손한 분 같더라. 극 중 휴머니스트라는 대사가 나오듯이 촬영 내내 (작가님이) 좋은 사상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인사말에도 작가님의 성향이 담겨 있어서 ‘작가님답다’고 느꼈다.

10. 내년이면 서른 살이다. 그동안의 배우 생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박은빈: 너무 생소하다. 1996년부터 일을 시작해서 ‘언제 29살이 됐지?’ 싶다.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일 년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다. 앞으로 30년이든 40년이든 그때의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상상은 안 가지만 열심히 살아야겠다.

10. 본인에게 ‘스토브리그’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박은빈: 2019년 겨울을 뜨겁게 보내게 해 준 작품이다. 작품을 향한 열정으로 몸을 훈훈하게 데웠다.

10. 앞으로의 계획은?
박은빈: 촬영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다. 먼저 살을 찌우고 체력을 보충해야 할 것 같다. 그다음에는 차기작을 준비해서 대중들과 만날 예정이다. ‘스토브리그’를 집중하는 동안 다른 작품을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배우로서 열심히 나아갈 것이다.

10. 드림즈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박은빈: 여러분들의 기억 속에서 드림즈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드림즈를 기억하고 응원해달라’라고 말하고 싶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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