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지는 멜로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110923395928325_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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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 진가신
“을 찍으면서 송일곤 감독님이 추천해주셔서 다시 보게 된 영화예요. 10년도 더 된 영화인데, 지금 봐도 정말 세련되고 신선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봤을 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와 이런 얘기였어?’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세련되게 잘 풀어냈어요. 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지고지순하고 순애보적인 사랑 이야기잖아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영화죠. 하지만 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다른 사람이 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또 있잖아요. 정말 현실적인 사랑인데, 그걸 아름답게 풀어냈어요.”
가수 등려군을 좋아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 소군(여명)은 고향에 돌아가 약혼녀와 결혼하는 것이 꿈인 소박한 남자인 반면, 이요는 꿈도 야망도 큰 여자다. 홍콩행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인간적으로 의지했다가, 사랑에 빠졌다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갔다가, 여전히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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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 미셸 공드리
“무엇보다 영상이 참 예쁜 영화죠. 조각 조각 기억에 남는 영상들이 많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무래도 두 사람이 얼음판 위에 함께 누워있는 장면이에요. 그 때 정말 행복해보였어요. 음악도 정말 좋았고요.”
영원히 간직하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것이 바로 과거에 누군가와 사랑했던 기억이다. 한 때 서로를 사랑했지만 점점 서로에게 지쳐 이별을 택한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릿)도 마찬가지다.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기억을 지우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조엘 역시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청한다. 기억을 지우려 할수록 옛 순간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억은 차츰 사라져간다. 주로 코믹영화에 출연했던 짐 캐리지만, 웃는 모습이 참 따뜻한 멜로 영화의 남자 주인공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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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 닉 카사베츠
“여자 주인공이 어릴 때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 헤어지고 결혼할 남자를 만나잖아요. 그런데 결국 그 남자를 포기하고 다시 돌아와서 어릴 때 사랑했던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해요. 와, 무슨 사랑이 이래요? (웃음) 정말 좋았어요. 아마 시간이 지나도 계속 좋아하는 영화로 남아있을 것 같아요.”
이 애절한 사랑 영화라는 건,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키스하는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분 차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노아(라이언 고슬링)와 엘리(레이첼 맥아덤즈)가 7년 만에 재회한 장면이다. 평생 한 사람만 생각하고 바라보고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노아는 위대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할 만큼의 사랑을 보여준다. , 의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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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 도이 노부히로
“처럼 동화 같은 영화예요. 가끔은 너무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보다 이나 처럼 동화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랑 영화가 더 와 닿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영화를 당겼을 때 봐서 정말 좋았던 작품이에요. 무엇보다 영상이 참 좋았어요.”
1년 후 비의 계절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가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한효주의 말처럼 동화 같은 사랑을 보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아내가 다시 떠나기 전까지 가족에게 주어진 시간은 6주, 그 시간 동안 세 사람은 서로를 열심히 사랑하고 아껴준다. 부부의 사랑도 그렇지만, 비가 멈추면 엄마가 돌아갈까 봐 비를 멈추게 하는 종이인형을 거꾸로 매달아 비가 계속 오길 기도하는 아들의 모습이 눈물겨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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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 허진호
“중학교 때 이 영화를 처음 봤어요. 그 때는 뭣 모르고 그냥 ‘와 이영애 너무 예쁘다’, ‘정말 분위기 있는 영화다’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졌어요. 나중에 다시 봤을 땐 ‘헉! 아니 이런 대사를!’, ‘어떻게 이런 대사를!’ 이러면서 완전 가슴을 치면서 봤다니까요. 하하. 이 영화도 참 현실적인 사랑을 이야기해서 좋았어요.”
은수(이영애)의 “라면 먹고 갈래요?”, 상우(유지태)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 는 너무 순수한 남자와 너무 잘 아는 여자의 사랑이야기다. 어느 날 새벽, 상우는 은수의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에 무작정 달려온다. 커다란 체구의 상우에게 폭 안겨버리는 은수, 그 실루엣만으로도 는 참 아름답고도 슬픈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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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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