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의 리더 선예는 “신인처럼 떨린다”고 말했고, 소희는 “신인 때 마음을 되새긴다”고 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릴 때 미국으로 떠나 4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원더걸스에게 이번 컴백은 2007년 신인 때보다 더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일 것이다. 이들이 미국 활동에 매진할 동안 한국 가요계에서는 많은 걸 그룹이 인기를 얻었고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했다. 지난 4일 새 앨범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원더걸스는 긴장과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활동이 짧은 시간이 아닌 만큼” 원더걸스는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었고, 누구보다 “국내 활동에 굶주려” 있었다. 차곡차곡 쌓인 그들의 경험이 결과물로 당장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멤버들 말처럼 원더걸스는 지금 현재에 충실 하는 듯 보였다. 힘들지만 하루하루 쉬지 않고 걸어가는 원더걸스를 만났다.

미국 데뷔 앨범
선예: 1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유명한 프로듀서 분들과 작업하면서 받는 곡마다 너무 좋아서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었다. 현재 10곡 정도는 이미 녹음을 마쳤다. 앨범은 영화 개봉과 맞춰서 나올 것 같다. 한국은 앨범 나오면 음악 방송에 먼저 나가지만 미국은 먼저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오는 횟수도 많아야 하고 전미 투어를 돌아야 방송 출연을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이 시스템대로 활동할 것 같다.

미국의 뮤지션들
예은: 유리스믹스의 데이빗 스튜어트와 같이 작업을 했다. 케이티 페리는 공연을 통해 만났는데 무대를 어떻게 꾸미는 지 배웠다. 또 조나스 브라더스의 전미 투어를 함께 돌면서 다양한 무대 장치도 알게 됐고 미국 관객이 어떻게 호응하는지, 어떤 음악에 반응하는 지에 대해 많이 배웠다.

안무가 존테
예은: 존테는 비욘세의 ‘Single Ladies’ 안무를 만든 분인데 타이틀곡 안무 작업 함께 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미국에서 찍은 영화 안무도 존테가 많이 해줬고. 항상 밝고 즐거운 분이라 일하기도 좋았다. 굉장히 재밌게 작업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얻은 것들
예은: 미국 생활이 음악 작업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대중 틈에 섞여서 지낸 시간이 많았는데 우리끼리 클럽도 가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면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났다. 남미 친구들을 만나며 남미 음악을, 유럽 친구들을 만나 유럽 음악 듣고 다양한 장르를 접하게 됐다.
유빈: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한국보다 록이 대중화돼서 록음악을 많이 접했다.

< WonderGirls at the Apollo >
예은: 내년 봄 미국에서 개봉하는 영화다. 소희 빼고 다들 연기 경험이 거의 처음이었다. 내용 자체가 우리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갓 넘어온 설정이었는데 대본에 모르는 슬랭, 은어가 너무 많았다. 우린 네이티브도 아니라 발음도 힘들었다. 토종 한국 발음을 고치느라 고생 많이 했다. (웃음)

연기
유빈: 무대는 3분 동안 한 번에 에너지를 쏟아내는 건데 연기는 여러 번에 걸쳐 같은 감정을 계속 갖고 가는 게 힘들다는 걸 느꼈다. 배우 분들 대단한 것 같다.
예은: 내 자신을 연기하기도 했지만 캐릭터에 많이 동화 됐다. 특히 연기와 노래는 서로 도움이 되더라. 미국에서 연기 수업할 때는 선생님이 “연기 하기 전에 노래를 해보라”고 하시고 노래 선생님은 “노래하기 전에 연기해봐라”고 하셨다. 대사가 이해 안 될 때 노래로 했더니 갑자기 이해되고 노래가 안 될 때 연기처럼 하니까 도움이 되더라.

팬을 만나다
선예: 아마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 끝난 후였던 것 같다. 어느 날 화장도 안 하고 평범하게 뉴욕의 어떤 도서관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떤 한 흑인 여성 분이 날 알아보시고 싸인해 달라고 하셨다. 물론 그 분이 K-POP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지만 무대에서도 아닌데 한국에서만 있던 일이 일어나서 너무 신기했다.
유빈: 아버지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데 아버지 사업 파트너의 따님이 우리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싸인 CD를 드린 적이 있다. 어린 분들도 우릴 알아보시는 것 같아 신기했다.

나에게 미국 활동은
선예: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국 진출은 빨리 결정된 거다. 지금까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는 끝나지 않은 길 위에 있는 것 같다. 결과를 떠나 하나하나 소중한 순간도 많다.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미국으로 갔는데 앞으로 더 ‘원더’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기대된다. 이번 앨범 티저에 ‘Are U Ready?’라고 나왔는데 팬 분들께 여쭙는 것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물어볼 수 있는 계기였다. 영어도 배우고 내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혜림: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게 될 줄 몰라서 미국 진출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원더걸스 들어오고 나서 미국에 대한 꿈이 커지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 많은 분들과 일하면서 문화적인 것도 배우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생겼다. 앞으로도 미국에서 많이 활동하면 좋겠다.
소희: 어린 나이부터 이 직업을 시작해서 또래 친구보다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나도 부모님도 그 점을 많이 아쉬워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일을 하면서 영어를 배우게 돼 너무 좋았다. 만약 한국에서 계속 활동했다면 스케줄만 열심히 하고 영어나 공부에도 소홀했을거다. 또 그동안은 너무 바빠 멤버들과 같이 있을 시간이 없었는데 미국에서는 한 빌딩에서 지내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어 좋았다.
예은: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나에게 미국 진출은 꿈이었다. 항상 미국 아티스트 영상도 많이 찾아봤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하루하루가 꿈을 이루는 과정이었다. 함께 작업하게 된 아티스트, 프로듀서 분들에게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우리를 사랑해주는 팬 분들의 소중함도 더 커졌다.
유빈: 많은 아티스트 분들과 작업하면서 새롭게 배우게 된 것도 많았고 특히 공연을 많이 하면서 무대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또 오래 떨어져 있는데 우리를 너무 응원을 많이 해주시고 이해해주시는 팬 분들이 너무 고맙다.

사진제공. JYPE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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