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읽어주는 남자>, 야구 없는 월요일의 오아시스
, 야구 없는 월요일의 오아시스" /> 월 MBC 밤 12시 30분
DTD(Down Team Is Down) 이론, 통칭 ‘내팀내’(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야구와 미스터리’라는 주제로 진행된 어제 가 다룬 수많은 야구계 속설 중에서도 유독 깊고 진지하게 다뤄진 소재다. 은어를 넘어 잠언에 이르렀다는 이재국 기자의 말이나, 국내 야구에서 나온 이론 중 가장 획기적이라는 안승호 기자의 말처럼, 이 이론은 초반 반짝 성적으로는 장기 레이스에서 승리할 수 없는 야구의 본질을 꿰뚫는 면이 있다. 하지만 속설이 재밌는 건, 합리적 설명의 범위를 뛰어넘을 때다. 야구는 데이터의 스포츠라지만, 시즌 30승을 선착한 팀 중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이 한 번도 없었다는 데이터와 시즌 30승 선착 이후 현재 5위까지 떨어진 LG의 성적 앞에서 데이터보다는 ‘내팀내’의 저력을 느끼게 되는 건 그래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는 속설을 검증하고 확정짓는 권위자가 아닌, 속설에 대해 한바탕 웃고 떠드는 대화 상대의 자리를 선택한다. 전문성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내팀내’를 처음 만든 김재박 감독이 LG 감독을 맡으며 그 희생양이 됐던 사실을 이야기하다 최근의 CF에서 꼴찌 순위인 ‘8888’을 외치는 모습까지 끌어들이며 희화화하는 식의 방담을 보여준다. 그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재국 기자는 LG의 부진 이유에 대해 에두르지 않고 감독 능력부터 거론하고, 김민아 아나운서도 LG만의 고과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이것이 전문가들에게 요구되는 신중한 태도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신나게 상사 욕을 해댈 때 ‘그 사람도 이러이러한 고충이 있을 거야’라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과 맞장구치는 사람 중 당신은 누구와 더 대화를 하고 싶은가. 적어도 는 야구 쉬는 월요일 밤, 사람들이 맥주 한 잔과 함께 야구를 주제로 어떤 식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할지 이제 확실히 감을 잡은 것 같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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