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훗’의 활동을 접은 이후 소녀시대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때 콘서트를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던 그들은 어느덧 한달 사이 일본 각지에서 14회에 걸쳐 아레나 콘서트를 하는 그룹이 됐다. 국내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도 이들의 해외 어딘가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포털 사이트를 장식한다. 아마도 팬들은 그래서 더욱 소녀시대를 보고 싶어했을지 모른다.

23, 24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소녀시대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 2011 GIRLS` GENERATION TOUR >는 팬들이 공연 중 ‘보고 싶었다’는 이벤트를 펼칠 만큼 소녀시대를 그리워 했던 팬들에 바치는 일종의 ‘성과보고회’였다. 이 콘서트는 마치 ‘성장’과 ‘성숙’을 키워드로 하는 듯했다. 첫 번째 단독 콘서트 때 f(x), 슈퍼주니어의 신동·은혁, 샤이니의 온유·키가 게스트로 등장했던 것과 달리 3시간의 공연 시간 동안 개인 무대까지 합치면 32곡이나 되는 무대를 온전히 소녀시대가 가득 채웠다. 수영의 개인 무대 때 등장한 스포츠 댄스 선수 김대동만이 유일한 게스트였다. 멤버들의 멘트도 공연 시간에 비하면 길지 않았다. 소녀시대는 자신들을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지난 1년여 동안 그들이 얼마나 더 성장했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은 듯했다.

강렬한 존재감을 준 음악과 각자의 성장을 보여준 개별 무대



그만큼 공연은 강한 목적성을 가지고 흘러갔다. 첫 곡인 ‘소원을 말해봐’ 이후 콘서트의 초반은 ‘You-aholic’, ‘Mr.Taxi’, ‘I`m in love with the here’, ‘Let it rain’ 등으로 이어지며 강한 일렉트로니카적 분위기로 성숙해진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중앙 스크린에서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몽환적인 영상과 함께 ‘첫눈에’, ‘뻔&Fun’, ‘Kissing you’, ‘Oh!’ 등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발랄한 레퍼토리가 이어지는 중에도 일렉트로니카적인 분위기를 유지한 세밀한 편곡으로 일관성을 유지했다. 이렇게 고조된 분위기는 소녀시대 멤버들의 개별 무대에서 한층 강렬한 무대로 돌아온다. 리한나의 ‘Don`t stop the music’에 맞춰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효연이나 태연과 티파니가 ’Lady Marmalade’에서 드러낸 섹시함은 소녀시대의 ‘성숙’을 가장 간단하게 드러내는 방법이었다. 유일하게 R&B 발라드인 타미아의 ‘Almost’를 부른 제시카 또한 파격적인 의상으로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특히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hree’에 맞춰 천을 이용해 남자 댄서들과 섹시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써니의 개별 무대는 가장 돋보이는 완성도를 보였다.

이들의 솔로 무대가 모두 20대를 넘긴 소녀시대의 성숙한 모습을 강조했다면, ‘Run Devil Run’, ‘Beautiful Stranger’, ‘훗’ 등을 메탈에 가까운 록 편곡으로 바꾼 무대는 소녀시대의 새로운 색깔을 보여준다. 특히 ‘훗’의 간주 중 강렬한 록기타와 더불어 보여준 소녀시대의 퍼포먼스는 소위 ‘SMP’라고 불리우는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음악/무대 스타일에 가까운 것이었다. 앞의 솔로 무대를 꾸민 멤버들의 개별 무대가 파격적인 의상과 섹시함을 강조하는 퍼포먼스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재닛 잭슨의 ‘If’에 맞춘 퍼포먼스를 보여준 유리, 푸시캣돌스의 ‘Sway’에 맞춰 스포츠댄스를 선보인 수영, 베티 허튼의 ‘Stuff Like That There‘에 맞춰 탭댄스를 보여준 서현, 마돈나의 ‘4 Minutes’에 맞춰 예의 봉춤을 선보인 윤아 등 4명의 멤버들의 개별 무대는 독특한 존재감이나 우아함, 혹은 카리스마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보다 밀도 있는 공연을 위해서는 멤버들의 개별 무대를 좀 더 줄이는 게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콘서트의 포인트는 달라진 소녀시대의 모습을 팬들에게 선물하는 것이었고, 멤버들의 개별 무대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방송에서 항상 귀여운 애교를 담당하는 멤버인 써니가 섹시함을 강조하는 퍼포먼스를 얼마나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지, 선정성으로 논란이 된 윤아의 봉춤이 실제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소녀시대는 한류의 중심에 서게 되었나



이후 콘서트는 아일랜드 민요인 ‘Danny Boy`를 시작으로 마무리에 들어갔다. 1부와 2부에서 때로는 파격적으로,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게 성숙하고 성장한 소녀시대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마무리로 들어간 공연은 발랄하고, 때로는 청순한 소녀시대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동화’, ‘냉면’ 은 물론 ‘Gee’와 ‘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 ‘다시 만난 세계’, ‘힘내’ 등으로 이어진 레퍼토리 또한 팬서비스 성격이 짙은 것이었다. 특히 이동차를 타고 2층의 객석을 한바퀴 돌거나, ‘동화’를 부르면서 보트를 타고 6각형으로 이루어진 공연장을 한바퀴 돌며 테마파크의 퍼레이드를 연상시키는 이벤트를 꾸미기도 하면서 소녀시대는 특유의 발랄함을 한껏 드러낼 수 있었다.

이 3시간 동안 소녀시대는 각종 리프트나 와이어를 동원해 공중으로 날아오르기도 하고, 무대 한가운데서 솟구치기도 하는 스케일 큰 퍼포먼스를 아낌없이 펼쳤고, 드넓은 체조경기장에 마련된 6각형의 무대를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의상이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고 팬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발랄하고 깜찍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3시간 동안 이 공연장엔 소녀시대 특유의 달콤한 틴팝은 물론 본격적인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흘러나왔고, 리드 보컬인 태연은 샤우팅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헤비메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음악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통해 소녀시대는 해외 활동, 특히 일본 활동으로 얻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 음악과 퍼포먼스의 여유로움을 선보였다. 비록 일부 곡에서 마이크가 들리지 않거나 하는 음향적인 문제를 보였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소녀시대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는 소녀시대가 어떤 매력으로 일본과 해외에까지 그 존재감을 어필하는지 충실하게 보여준 공연이었다.
사진 제공. SM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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