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석현(송창의)은 무대공포증 때문에 오디션조차 보지 않으려는 기영(이현진)을 향해 “영원히 구제불능으로 남을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점점 구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다. 물론 이신(정용화)과 규원(박신혜)의 노예 계약은 두 사람의 “싸우면서 정 드는” 로맨스를 위한 극적 장치로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음식에 집착하는 4차원 준희(강민혁) 캐릭터는 주인공들의 러브라인과는 별개로 아기자기한 번외편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각기 다른 청춘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진해나가는 원동력이자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기도 한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야기가 접어든 이상, 이제는 풋풋하고 예쁜 배우들의 모습 이상의 깊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디션에 별 관심이 없던 규원은 “한 번쯤 더 들어보고 싶긴 해, 네 가야금 소리”라는 이신의 난데없는 말 한 마디에 충동 지원하고, 석현은 입버릇처럼 말하는 “브로드웨이 출신 연출가”의 프로페셔널함이 아니라 과거에 자신을 버린 애인 윤수(소이현)에게 보여주려는 유치한 자존심으로 공연에 목숨을 건다. 이렇듯 두 사람의 참여동기가 모두 시작되지도 않았거나 끝나 버린 남녀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청춘 로맨스’라는 장르에 갇혀 단순화된 캐릭터의 한계를 드러낸다. 유일하게 오디션 합격에 욕심을 낸 희주(우리)에게조차 감정이입이 되는 않는 것은, 이미 오디션이라는 소재가 갖는 절실함이 로맨스에 덮여 휘발됐기 때문이다. 반하기는 커녕, 두근거림조차 사라지고 있는 이 캠퍼스는 과연 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이 될 수 있을까.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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