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도는 괴담" />
그들은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쳐다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퇴근길 자동차 아래서, 돌아서는 골목길에서, 어쩌면 당신이 자고 있는 침대 아래서. 펫숍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소연(박민영)은 고양이 비단의 머리를 쓰다듬고 서있는 단발머리 소녀(김예론)를 목격한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보니 소녀는 사라졌다. 그리고 곧 비단의 주인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CCTV를 점검해도 외부로부터의 침입 흔적은 없다. 사망원인은 원인불명의 심장마비. 한편 소연의 친구는 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온다. “어차피 안락사 당할 건데”라는 생각에 미용 실습도구로 쓰기 위해서다. 소연이 또 다시 그 단발머리 소녀를 목격한 날, 친구는 옷걸이 뒤에서 죽은 채 앉아있다. 어린 시절 사고 이후 페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소연은 이 모든 것이 착시고 우연이라 믿고 싶지만, 소녀와 고양이가 얽혀있는 세 번째 죽음을 목격한 후 공포를 넘어선 의문을 갖게 된다. 결국 친구의 전 남자친구였던 준석(김동욱)과 함께 지하의 망자들에게서 날아온 특별한 신호의 정체를 찾아 나선다. │도시를 떠도는 괴담" />
고양이는 부탁해, 영화는 심심해 │도시를 떠도는 괴담" />
지난 달, 부산의 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일하던 자원봉사자가 인터넷에 올린 끔찍한 사진들이 SNS로 전해지며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도저히 ‘보호’라는 수식이 어울리지 않는 처참한 환경 속에 놓인 고양이들은 심한 손상에 대한 치료는 커녕, 먹이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폐사 후 그대로 방치되어 있거나 심지어 죽은 사체를 서로 뜯어먹고 있는 수준이었다. 이후 유기동물보호시민모임이 해당 보호소의 엄격한 관리감독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지만 오히려 자원봉사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대응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가운데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 몸을 태울 뜨거운 불가마도, 숨이 붙어 있는 순간 눈을 피하는 차가운 무관심도 그들에게는 똑같은 지옥이다. 그리고 지옥의 한 가운데서 (이하 )의 공포는 잉태되었다. 도시로 그들을 불러온 것도, 버린 것도, 방치한 것도, 죽인 것도 모두 인간이다. 그리고 태어나긴 했지만 삶을 부여받지 못했던 어떤 생명들은 원혼이 되어 도시의 밤거리를 떠돈다.
개봉 전 고양이를 공포의 대상으로 놓은 게 아니냐는 애묘인들의 걱정에 비하면, 오히려 화살은 철저히 인간의 무심함과 잔인함에 향해 있다. 하지만 좋은 의도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는 영화 의 따뜻한 회유대신 공포를 통한 꾸짖음을 선택했다. 그러나 재미의 정도는 진심의 순도에 한참 못 미친다. 사랑에서도 관계에서도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고양이 과’ 캐릭터들은 영화 전체를 맥없이 만들어 놓고 말았다. 호러영화로서 장르적 미덕 역시 실종된 채 대부분의 사고는 익숙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공포는 친절하게 예고될 뿐이다. 효과적인 캠페인과 공포영화 사이 그렇게 는 길 잃은 나비들처럼 스크린을 맴돈다.
글. 백은하 기자 one@
편집. 이지혜 seven@
그들은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쳐다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퇴근길 자동차 아래서, 돌아서는 골목길에서, 어쩌면 당신이 자고 있는 침대 아래서. 펫숍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소연(박민영)은 고양이 비단의 머리를 쓰다듬고 서있는 단발머리 소녀(김예론)를 목격한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보니 소녀는 사라졌다. 그리고 곧 비단의 주인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CCTV를 점검해도 외부로부터의 침입 흔적은 없다. 사망원인은 원인불명의 심장마비. 한편 소연의 친구는 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온다. “어차피 안락사 당할 건데”라는 생각에 미용 실습도구로 쓰기 위해서다. 소연이 또 다시 그 단발머리 소녀를 목격한 날, 친구는 옷걸이 뒤에서 죽은 채 앉아있다. 어린 시절 사고 이후 페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소연은 이 모든 것이 착시고 우연이라 믿고 싶지만, 소녀와 고양이가 얽혀있는 세 번째 죽음을 목격한 후 공포를 넘어선 의문을 갖게 된다. 결국 친구의 전 남자친구였던 준석(김동욱)과 함께 지하의 망자들에게서 날아온 특별한 신호의 정체를 찾아 나선다. │도시를 떠도는 괴담" />
고양이는 부탁해, 영화는 심심해 │도시를 떠도는 괴담" />
지난 달, 부산의 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일하던 자원봉사자가 인터넷에 올린 끔찍한 사진들이 SNS로 전해지며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도저히 ‘보호’라는 수식이 어울리지 않는 처참한 환경 속에 놓인 고양이들은 심한 손상에 대한 치료는 커녕, 먹이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폐사 후 그대로 방치되어 있거나 심지어 죽은 사체를 서로 뜯어먹고 있는 수준이었다. 이후 유기동물보호시민모임이 해당 보호소의 엄격한 관리감독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지만 오히려 자원봉사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대응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가운데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 몸을 태울 뜨거운 불가마도, 숨이 붙어 있는 순간 눈을 피하는 차가운 무관심도 그들에게는 똑같은 지옥이다. 그리고 지옥의 한 가운데서 (이하 )의 공포는 잉태되었다. 도시로 그들을 불러온 것도, 버린 것도, 방치한 것도, 죽인 것도 모두 인간이다. 그리고 태어나긴 했지만 삶을 부여받지 못했던 어떤 생명들은 원혼이 되어 도시의 밤거리를 떠돈다.
개봉 전 고양이를 공포의 대상으로 놓은 게 아니냐는 애묘인들의 걱정에 비하면, 오히려 화살은 철저히 인간의 무심함과 잔인함에 향해 있다. 하지만 좋은 의도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는 영화 의 따뜻한 회유대신 공포를 통한 꾸짖음을 선택했다. 그러나 재미의 정도는 진심의 순도에 한참 못 미친다. 사랑에서도 관계에서도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고양이 과’ 캐릭터들은 영화 전체를 맥없이 만들어 놓고 말았다. 호러영화로서 장르적 미덕 역시 실종된 채 대부분의 사고는 익숙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공포는 친절하게 예고될 뿐이다. 효과적인 캠페인과 공포영화 사이 그렇게 는 길 잃은 나비들처럼 스크린을 맴돈다.
글. 백은하 기자 on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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