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제는 다르기 마련이다. 3D 영화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원리와 방식으로 구현되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인지는 직접 보지 않는 이상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힘들다. 좀 더 쉽고 빠른 이해를 위해, <텐아시아>가 독립영화 제작사 < moganic >에서 준비 중인 단편 공포영화 < stain >의 제작과정을 바탕으로 3D 영화가 만들어지는 단계들을 짚어보았다. 크게 스토리보드 작업과 촬영 현장, 후반 작업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했으며, 각각의 과정에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줄 수 있는 사진들을 첨부했다. <호빗: 뜻밖의 여정>이나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오히려 3D는 독립영화가 메인스트림 극장에 걸릴 수 있는 기회이며,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박규택 PD)는 취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어줄 것이다. 단, 모든 3D 제작 현장에서 반드시 아래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염두에 두도록 하자.

3D의 모든 것│의외로 쉽고 의외로 어려운 3D 영화 제작기
보통의 2D 영화와 마찬가지로 3D 영화에도 각 컷의 구체적인 정보와 흐름을 담은 스토리보드가 필요하다. 다만 좀 더 섬세하고 정확한 설정이 필요한 3D의 경우, 손보다는 ‘프리-비주얼(사전 시각화 작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스토리보드 작업이 2D보다 더욱 중요할 수 있다. ‘프레임포지(frameforge)’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실제 촬영하고 싶은 장면대로 사람이나 물체 모형을 화면에 배치하고, 3D 카메라 모형까지 원하는 위치에 삽입하면 촬영 현장에 적용해야 할 입체 값들을 얻을 수 있다. 일종의 입체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구현하고 싶은 3D 효과를 위한 카메라 두 개의 렌즈 간격과 각도, 0점 등을 미리 알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돌출될 부분과 후퇴될 부분을 정확하게 구분해놓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수치는 현장에서 정확하게 반영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물리적으로 똑같이 갈 수는 없기 때문에”(박규택 PD) 변수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찍었을 때, 시뮬레이션해본 것과 다소 다른 컷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3D의 모든 것│의외로 쉽고 의외로 어려운 3D 영화 제작기
“현장에서 관건은 두 카메라 간격의 적당 선을 찾는 일”(전우열 스테레오그래퍼)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카메라 두 개 사이의 거리가 늘어날수록 공간감과 부피감이 생기는 원리지만, 1~2mm 정도의 아주 미세한 차이로도 ‘관객의 눈이 편안한 3D 효과인가, 아닌가’가 결정되므로 컷 하나하나마다 적당한 거리를 찾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더 지난한 작업이다. 더욱이 “촬영현장에서 아직 입체 개념이 많이 정립되지 않은”만큼, 시뮬레이션 수치와 실제 촬영 환경에서의 오차를 줄여나가는 과정은 필수적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리 설정해놨던 입체 값을 현장에 맞게 수정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처럼 세밀한 조정 작업을 위해서는 3D 전문가나 3D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감독의 역량이 필요하다.

다른 변수들도 많다. 두 카메라를 나란히 수평으로 배치하는 것을 수평리그, 직각으로 배치해 하프미러로 반사된 영상을 내보내게 만들어진 것을 수직리그라고 하는데, 후자를 이용한 촬영에서는 반사 때문에 영상의 특정 부분이 희미한 잔상처럼 보이는 ‘고스트 효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좌측과 우측 카메라로 각각 찍은 영상 중 한쪽에만 조명이 과하게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럴 땐 모니터링 후 재촬영을 하거나 후반 작업 중 처리한다. 이는 “3D 영화에서는 프레임이 아니라 오브젝트(물체) 개념으로 조명을 써야”(황일빈 감독)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밖에 두 개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원리다 보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선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고, 이 중 하나만 잘못 돼도 촬영에 큰 지장이 생긴다는 문제도 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볼 때, 3D 영화 촬영 시간이 2D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장에서의 영상 모니터링은 감독용 모니터뿐 아니라 3D TV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적절한 화면의 크기는 정해진 바 없으나, < stain >의 경우 55인치 3D TV를 기준으로 2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모니터링을 했다. 비교적 큰 화면이 필요한 이유는 작은 화면으론 입체감을 느끼는 게 어렵기 때문이며, TV와의 거리를 2m로 유지한 데는 “입체감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너무 뒤에서 보면 과해지고, 가까이서 보면 떨어진다”(전우열)는 까닭이 있다.



3D의 모든 것│의외로 쉽고 의외로 어려운 3D 영화 제작기
3D 영화의 편집 과정 역시 2D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3D TV로도 영상을 계속 확인하면서 편집을 진행하게 된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입체 안경 착용은 필수인데, 보통은 벗었다 꼈다 하는 것이지만 익숙해지면 3D 안경을 낀 채로 작업해도 문제는 없다. 3D 영상 편집용 프로그램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웬만한 편집 툴들은 3D 기능이 추가돼서 나오고 있는 편이며, 그 중 편집기술자의 손에 익은 것으로 사용한다. 편집 시에는 좌측과 우측 촬영분 중 기준으로 삼을 영상을 먼저 화면에 띄워놓고, 거기에 맞춰 다른 쪽 카메라로 찍은 나머지 영상을 끼워 넣게 된다. 이렇듯 편집 환경이 2D 영화와 물리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특별한 주의사항은 없지만, 한 가지 각별히 신경 써야 할 점은 있다. 좌, 우측 카메라로 각각 촬영한 컷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저장하는 과정에서 섞이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편집하는 도중에는 제작 전 단계나 촬영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황일빈 감독은 “< stain >이 공포영화다 보니 일반적인 영화보다 컷 전환이 빨라야 하는데, 3D는 컷당 시간이 너무 짧으면 관객이 효과를 인지하기 힘들다”며 “그래서 컷을 다소 길게 편집하면, 2D 극장에서 상영하게 될 경우 느슨하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다 중요한 지적은 그 다음이다. 3D를 통해 호러적인 효과들을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편집을 해보니 “일상적이고 익숙한 풍경들이 더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요컨대 “3D는 하이퍼리얼, 즉 초 현실이 아니라 극 현실 같을 때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결국, 3D 기술은 관객의 눈앞으로 무언가 튀어나오는 등 즉각적인 효과에서 두드러지는 게 아니라, 인물과 공간에 깊이를 부여함으로써 “영화적인” 것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셈이다.

사진제공 및 도움말. 독립영화 제작사 < moganic >
3D의 모든 것│의외로 쉽고 의외로 어려운 3D 영화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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