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좋은 재료가 있는데 왜 써먹질 못하니
다섯 줄 요약
1회 MBC 월 밤 11시 15분

새로운 프로그램의 출범을 자축하기 위해 여배우들은 각자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분장을 하고 토크장소로 모였다. 그러나 영락없는 메릴 스트립의 모습으로 꾸민 심혜진, 피오나 공주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장한 고수희와 달리 황신혜의 비비안 리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되고 ‘미모’가 화제의 중심이 되자, 황신혜는 다시 기운을 차려 자신의 ‘지존’시절에 대해 당당하게 자랑을 시작했고, 이에 질세라 심혜진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트로피들과 함께 공개했다.



리뷰
출연자들이 입장을 하고 30분이 흐르고서야 <배우들>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제는 30분이라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이 무의미한 어색함과 어설픔으로 가득했다는 데 있다. 개연성을 찾기 힘든 외국 배우 분장은 출연한 배우들의 개성과 존재감을 생각할 때 심지어 무례하기까지 한 설정이었으며, 먼저 장소에 도착해 있던 존 박은 축하곡을 부르는 것 외에 아무런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 토크가 시작되고 나서도 방송은 좀처럼 뚜렷한 흐름을 보여주거나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인지시킬 맥락을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소품을 가져온 FD에 관심이 쏠려 출연자의 이야기가 페이드아웃 되어버리는 상황에서는 ‘토크클럽’이라는 방송의 주된 목적마저 희미해질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진행자의 역할을 지워버린 탓에 방송에는 ‘들어주는 사람’이나 ‘궁금해하는 사람’이 부재했으며, 공통분모가 부족한 출연자들은 서로간의 불편함을 방송에 그대로 노출시키고야 말았다. 그럴듯한 재료들을 모아 끓였으나 요리법을 숙지하지도 않고, 양념을 준비하지도 않은 망친 냄비를 볼 때 가장 민망한 것은 안타깝게도 낭비된 재료들이다. 배우들이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작품 속에서 연기를 할 때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는 점이 성취라면, 거의 유일한 성취인 셈이다.



수다포인트
– 오늘의 용감한 1인자는?
허각에게 투표했다고 존 박에게 고백한 송선미 VS 황신혜의 분장을 보고 ‘예쁜’ 팥쥐인 줄 알았다고 주장한 박철민
– 오늘의 어리둥절한 1인자는?
새하얀 도자기와 도화지를 헷갈린 예지원 VS 앤 헤서웨이, 애너웨이, 해서앤웨이 구분이 어려운 박철민
– 겨울밤 12시에 이성적인 판단은 덮어놓고 막무가내로 부러운 1인은?
임금 대신 팥빵을 받은 고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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