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님,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뵈었습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2708344452489_1.jpg)
MBC <스타로드토크 명사십리>에 출연한 김성근 감독님께
파일럿 프로그램 MBC 에 초대되신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님. 방송을 마무리 지으며 소감을 묻자 “시작 하기 전에는 이렇게 멀리 가서 괜찮겠나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아주 즐겁고 좋은 길을 걸었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하셨죠. 저도 그랬습니다. 시작할 때는 ‘이렇게 대놓고 따라 해도 되나?’ 하는 마음에서 삐딱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요. 마칠 시점에 도달하고 나니 어느새 좀 더 보길 바라고 있더라고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 싶어 시계를 봤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그만큼 감독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알차고 소중하게 다가왔던 거예요. 틀은 모방이고 구태의연했지만 그 속에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기억해야 옳을 내용들이 가득했거든요.
가시밭길을 헤쳐주는 리더가 있어야 뒤따르는 사람이 편안하죠
그렇습니다. 모두가 적당히 타협해가며 가늘고 긴 인생만을 추구한다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잖아요. 누군가 앞서 나가며 가시밭길을 헤쳐 줘야 뒤를 따르는 걸음들이 한결 편안할 테니까요. 그것이 진리이거늘 혼자 똑똑한 양 마른 땅만 살살 밟고 살겠다고 애를 써온 것이 무에 자랑이겠어요. 연배가 높을수록 대접을 받기보다는 먼저 한 발 앞장서서 돌이고 사금파리고 골라내며 길을 다져주는 편이 옳겠죠. 문득 부끄러워졌어요.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게 맞지만 리더에게 할 일을 마냥 미루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냥 미루기만 하면 다행이게요. 감 놔라 배 놔라, 훈수를 일삼으며 심기를 어지럽히고 거기에 책임까지 전가하니 답답한 일이지 뭐예요.
제작진은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라는 프로그램도 부디 부끄러움을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최선이었을까요? 이제는 프로그램이고 코너고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물고 물려가며 서로 베끼고 또 다시 베낀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보니 일말의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김성근 감독님의 삶을 대하는 치열한 자세 앞에서 민망하지 않았다면 그건 정말 큰 탈이 난 거라고 봐요. 어쨌든 되는 사람은 어딜 가도 되는 법이라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고요. 되는 사람의 비결이 더도 덜도 아닌 최선을 다한 노력이라는 점,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그렇다면 감독님과의 만남을 주선한 에게도 어쨌든 고마움을 표해야 하겠죠?
정석희 드림.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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