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50년째 현역. 그리고 앞으로도, James bond will retrun.

007
007
이언 플레밍: 007을 탄생시킨 영국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2차 대전 당시 영국 해군정보국 에서 각종 문서를 분석하며 글 솜씨, 취재력, 실전 경험을 모두 갖췄다. 미국 전략정보국의 도노반 장군에게 스파이의 조건에 대해 “잘 훈련된 관찰력과 분석력, 평가 능력, 절대적인 분별력과 침착성, 충성심, 언어 능력과 풍부한 경험”이라 조언했을 정도. 원래 조류학자의 이름인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의 이름으로 선택한 것도 “남성적이면서도 쉽게 기억나지 않는 이름”이라는 이유였다. 이런 풍부한 지식에 더해 독신주의자이던 그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앞두고 복잡한 심경을 담아 자메이카의 별장 ‘골든아이’에서 쓴 작품이 바로 첫 작품 . 이 우리가 알고 있던 제임스 본드와 달리 한 여자와의 사랑을 스토리로 삼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언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처럼 중령으로 제대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세계 최고의 첩보 소설 작가가 됐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작품은 아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동화 . 어쩐지 007의 작가다운 마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선택.

앨버트 커비 브로콜리 / 해리 솔츠만: 이언 플레밍의 소설 판권을 사들여 007 시리즈를 만든 제작자. 현재는 커비 브로콜리에 이어 그의 아들 마이클 G. 윌슨과 딸 바바라 브로콜리가 제작에 참여한다. 말 그대로 50년간 이어진 가업인 셈. 또한 007 시리즈는 스태프들이 쉽게 바뀌지 않아 007만의 노하우와 특유의 요소들이 그대로 이어진다. 007이 관객을 향해 총을 쏘는 오프닝 시퀀스, 007 특유의 대사, 테마음악 등은 5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계속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007은 제작자가 같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로 변했다. 같은 SF 판타지가 유행할 때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가, 로 리얼리티가 중시되는 첩보영화가 등장하자 현실적인 액션의 이 나왔다. 주인공은 같지만 내용은 시대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007은 일반적인 영화 시리즈라기보다는 배트맨처럼 수 십 년간 이어진 슈퍼히어로 코믹스와 비슷한 세계관을 가졌다.

테렌스 영: 첫 007 영화 를 시작으로 , 등을 연출한 감독. 특유의 오프닝과 매번 세계여행을 하듯 여러 나라를 가는 007의 여정, 담배와 턱시도, 술 등을 즐기는 바람둥이 007의 캐릭터는 테렌스 영을 통해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제임스 본드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인 “본드, 제임스 본드” 역시 에서 실비아 트렌치라는 여성이 자신을 “트렌치, 실비아 트렌치”라고 소개한 것을 제임스 본드가 그대로 응수한 것이 그 계기였다. 사람을 죽일 때에는 망설임이 없는 스파이이면서 임무 도중에도 여성을 유혹하는 바람둥이이며, 도박, 술, 담배, 턱시도를 즐기는 마초 중의 마초 제임스 본드의 탄생. 다만 담배는 금연을 권장하는 시대적 분위기에 맞춰 영화 속에서 차츰 사라졌고, 에서는 제임스 본드가 담배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숀 코너리: 금연 따위 걱정 없이 담배를 뻑뻑 피워댈 수 있던 시절의 007. 소설과 달리 보다 매끈하고 유머감각이 넘치며, 그러면서도 냉정한 스파이인 제임스 본드를 완성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있었기에 007 시리즈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도 전작과 달리 과장된 액션과 유머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숀 코너리의 캐스팅을 반대했던 이언 플레밍이 영화를 본 후 그 전까지 정확한 설명이 없던 제임스 본드의 고향을 숀 코너리와 같은 스코틀랜드로 설정했을 정도. 그만큼 그는 007 시리즈에 많은 영향력을 가졌고, 2대 007인 조지 레젠비가 출연한 이 완성도는 높았지만 흥행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다시 복귀해 에 출연했다. 숀 코너리 이후 007을 연기한 배우들은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외하면 모두 키가 6피트 1~2인치일만큼 체격마저 일관성을 가졌다.

본드걸: 007시리즈에 등장하는 어떤 여성 캐릭터들을 지칭하는 말. 제임스 본드의 동지 또는 적이 되고, 대부분 제임스 본드와 잠자리를 가지며, 그 중 상당수는 죽는다. 물론, 그들 모두 매우 아름답다. 007 시리즈가 여성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았던 이유. 다만 시대가 변하면서 에서는 소피 마르소가 제임스 본드의 강력한 적으로 등장하고, 의 올가 쿠릴렌코는 제임스 본드와 공동의 적과 싸움에도 마지막까지 동지의 관계만을 유지한다. 또한 제임스 본드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죽음 이후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 운동조차 다이빙, 달리기, 등반 등 혼자 즐길 수 있거나 격투기처럼 승부를 확실히 가를 수 있는 것만 좋아했다. 문자 그대로 완벽한 에고이스트. 이언 플레밍은 그의 애정관에 대해 “전망이 좋은 방에 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제임스 본드는 아무리 좋은 전망이라도 같은 것만 보면 싫증을 느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자 그대로 나쁜 남자.

Q: 제임스 본드의 무기를 개발해주는 캐릭터. 부터 까지 를 제외한 17편에서 데스몬드 르웰린이 연기했고, 에서 벤 위쇼가 새로운 Q가 됐다. 에서 비밀버튼을 누르면 무기가 나오는 이른바 ‘007가방’을 개발한 후, 온갖 특수장치가 있는 자동차 애스턴 마틴 등 007의 특수장비를 만들었다. 007 시리즈는 Q의 발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곧 작품의 색깔을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치 공상과학영화 같았던 에서 애스턴 마틴이 대활약하기 시작했고, 배경을 우주로까지 확장한 로저 무어 시절이나 에서 투명 자동차까지 등장한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 시리즈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웠다. 반대로 리얼한 액션을 추구한 과 에는 Q가 등장도 하지 않는다. 제작자들이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다보니 작품 따라 전혀 다른 작품들이 만들어진 셈. 그렇게 50년 가까이 지나다보니 제임스 본드는 까지 “198명의 적을 죽이고, 4662발의 총탄을 피했으며, 130회 이상 생명을 잃을 위기에서 탈출”(영국 )하는 불사신이 돼버렸다.

티모시 달튼: 로저 무어와 피어스 브로스넌 사이에 2편의 007시리즈에 출연한 배우. 다시 말해 그리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와 는 현실적인 분위기 속에서 캐릭터의 내면을 보여주려 한 작품이었고, 최근에는 을 예견했던 작품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로저 무어를 거치며 007 시리즈는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스토리는 점점 현실성을 잃어갔고, 유머감각을 갖춘 매끈한 바람둥이 같은 007의 이미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게 말하면 클래식, 나쁘게 말하면 구식이 돼 갔다. 티모시 달튼은 그런 007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선택이었던 셈. 하지만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007 시리즈는 이름을 듣는 순간 007을 떠올릴 법한 피어스 브로스넌을 캐스팅, 더 황당한 무기와 더 많은 본드 걸을 등장시키며 기존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다니엘 크레이그: 피어스 브로스넌에 이은 새로운 007. 기존 007과는 달리 매끈하지는 않은 외모 등으로 인해 캐스팅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영국 는 그가 수동 기어를 쓰는 차를 운전할지 모른다고 주장하기까지 하며 그를 비난했다. 그러나 영국 국내 정보국 MI5가 최근 공개한 2차 세계대전 당시 첩보원들의 활약상은 이언 플레밍의 소설 속 제임스 본드의 활약과 놀라울 만큼 흡사했다. 그만큼 007의 시작은 현실의 첩보전에 바탕을 두고 있었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영화가 아닌 실제에 존재할 것 같은 첩보원을 구현하는데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이언 플레밍의 첫 작품인 을 통해 다니엘 크레이그는 아직 미숙한, 그래서 피 흘리고 상처 입는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보여줬고, 영화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007 시리즈가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이언 플레밍의 세계로 돌아왔다.

댄 브래들리: 의 액션 감독. 제이슨 본 시리즈의 액션을 맡기도 했다. 그만큼 는 본 시리즈처럼 현실적인 톤의 액션으로 채워지고, 액션과 액션이 계속 이어지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는 과 달리 에서 고급 호텔을 고집하고, 여자를 더 쉽게 유혹한다. 또한 영화 내내 007의 전작들을 연상시키는 오마주가 등장하고, 007의 특징이기도 한 군중 신과 액션의 결합이 이어지며, 마지막 액션 시퀀스의 배경이 되는 호텔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사람과 사랑에 대해 회의하고 점점 냉정해지는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나 액션의 톤은 현실적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았고, 어떤 장면은 과거의 영광들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듯 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되, 어쨌건 007은 007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묘한 변화는 에서 보다 전면적으로 드러난다.

하비에르 바르뎀: 007 시리즈의 새로운 악당. 007 시리즈는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작품일 때는 악당도 엄청난 괴력의 오드잡이나 007 시리즈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악당 죠스, 엄청난 부를 소유한 골드핑거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반면 현실적인 방향일 때는 의 르쉬프처럼 독특한 캐릭터 속에 현실적인 균형을 잡았다. 의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 중간에 묘하게 걸쳐있다. 그의 테러 방식이나 섬뜩한 광기는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만, 그가 끊임없이 007과 국장 M을 몰락시키려 하는 집요함은 초현실적인 악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끊임없이 두 사람을 괴롭히면서 그들의 내면을 건드린다. 나이든 007과 M은 물러나야할 상황에 처했고, 악당은 그들이 지금까지 저지른 죄를 돌아보게 만든다. 은 하비에르 바르뎀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어디쯤에서 제임스 본드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그에게 어떤 질문들을 던진다. 참고로 007 시리즈의 최종 보스는 늘 007의 취향이 그러하듯 호화롭고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했는데, 에서는 그 법칙이 깨진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대저택은 커녕 고급 호텔도 가지 않는다.

샘 멘더스: 007 시리즈 사상 최초의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경력이 있는 연출자. 그만큼 개성 강한 감독이 007 시리즈에 합류한 셈이다. 이 때문인지 의 몇몇 액션 신은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고, 특히 후반의 연출은 현실이라기보다 제임스 본드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007 시리즈 그 자체다. 현실적인 액션과 위험한 동물들 사이에서 벌이는 과장된 액션, 제임스 본드와 여성들의 연속되는 로맨스, 해외 도시 순례, 과거의 무기들, 그리고 특유의 오프닝과 Q를 비롯한 007의 고정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이 때문인지 영화의 리듬은 종종 엇나가고, 초반에 강력하던 액션은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줄어든다. 대신 은 하비에르바르뎀을 통해 007의 존재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007 영화도, 007에 대한 영화도 아닌 007 시리즈에 대한, 아주 이상하고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만한 영화.

M: 007의 상관이자 MI6 국장. 1대 M 버나드 리를 시작으로 현재는 주디 덴치가 연기 중이다. 주디 덴치의 M은 MI5의 여성 수장 스텔라 리밍턴을 모델로 했는데, 스텔라 리밍턴은 은퇴 후 첩보 소설을 쓰기도 했다. 또한 에서 주디덴치의 사무실에는 버나드 리의 사진이 걸려있기도 했다. 에서 M은 이야기의 중심인 동시에, 007 시리즈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를 대변한다. 007은 나이 들었고, 새로운 후배들이 치고 올라온다. 그러나 007은 온갖 무기가 튀어나오는 애스턴 마틴을 몰고 다니던 시절도, 우주로 가던 때도, 현실적인 세계로 돌아왔을 때도 언제나 대중과 함께 있었다.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과 별개로 은 007시리즈 전체를 하나의 역사로 묶어내면서 007이 어떤 시대에든 유효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문장이 에 등장한다. James bond will return.

Who is next
출연 제의를 받은 차인표와 ‘아리랑’ 홍보 광고에 참여한 박찬호와 같은 팀 소속인 류현진.



10 Line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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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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