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은 과거가 됩니다. 그리고 영원할 수 없다는 그 숙명이야말로 여행의 이유이지요. 천장이 정수리까지 내려와 숨통을 조이는 것 같은 날, 여행지의 기억은 바람을, 빛을, 바다를 떠올리게 만들어 주니까요. 싸지타의 3집 < good for you good for me >는 그런 여행의 비밀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기록한 일기장 같은 앨범입니다.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우쿨렐레와 함께 만들어진 노래들은 마시고 웃고 사랑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묘사하고, 후반부의 노래들은 놀랄 정도로 꾸밈없이 현실의 갑갑증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콘트라스트의 끝에 등장하는 15분가량의 ‘남태평양 파도소리’는 강력한 치유의 묘약이 됩니다. 순수하게 녹음된 이국의 파도소리는 타인의 여행에 대한 기억은 물론, 그 여행의 소중함까지도 듣는 사람의 마음에 이식해 버리거든요.

힐링을 위한 이 앨범의 가운데 수록된 ‘Moontan’은 음반을 끝까지 들을 시간이 부족한 날 유용한 응급처방의 노래입니다. 달빛 속에서 빛났던 시간, 그리고 무엇을 떠올려도 언제나 따라오는 “and you you you you”에 대한 기억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달콤하고 아늑하게 제 모양을 되살립니다. 게다가 노래를 녹음하던 날처럼 같은 방에 모여 앉은 이정은, 이우성 부부와 친구들의 모습을 여행지의 풍경과 함께 담아낸 뮤직비디오는 추억을 돌이키는 그 순간마저도 기어코 과거가 되어버릴 것을 깨닫게 합니다. 영원한 순간이란 없으며,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순간은 결국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 줄 기억의 재료인 셈이지요. 그렇게 과거의 힘을 빌어 오늘을 살고, 오늘은 다시 과거가 되어 내일의 등을 밀어 줍니다. 어슴푸레한 달빛에 살결을 태우듯, 천천히 조금씩 지나간 날들을 쌓으며 살아갑니다. 네, 삶은 여행이었어요.

글. 윤고모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