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수확의 계절인 가을, 부농(富農)들이 설레는 시기다. 그러나 주위에 농민은 커녕 농어촌 특례입학생도 없는데 트위터나 카카오톡 프로필, 페이스북에 ‘부농부농’이나 ‘오늘부터 부농인♡’ 따위 수상쩍은 문구가 난무하는 광경을 보며 어리둥절했던 이들을 위해 고지하자면, 그 부농이 이 부농이 아니다. 문제의 ‘부농’은 흔히 ‘핑크빛 러브 모드’ 같은 관용구로 표현되는 연애 감정 및 상태를 ‘분홍’으로 번역하고 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데서 온 말로, 쉽게 말하면 “나, 나나나나나! 연애 시작했음! 솔로 탈출, 커플 시작! 대~박! 레알! 사람이랑 연애! 소개팅? 꺼져! 크리스마스? 두렵지 않음! 동네 사람들, 아니 국민 여러분! 나- 연-애-한-다-구-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부농(富農)’의 반대말인 ‘빈농(貧農)’은 원래 ‘가난한 농민’을 의미했으나 ‘부농’에 위와 같은 의미가 더해지며 그 반대, ‘연애 안(못) 하는 사람’ 즉 ‘솔로’의 새로운 표현으로 등장했다.
1. 부유한 농민
2. 연애人
반대말: 빈농
이렇듯 인간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 기준이 빈부로부터 출발하는 현대 사회에서 연애 여부조차 빈/부로 나뉘는 현실은 실로 씁쓸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쏠림 현상이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 등 불평등 문제가 가장 심한 분야가 연애 시장임을 고려한다면 가을은 ‘하늘은 높고 빈농은 슬픈’ 계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사랑에 눈 먼 부농인, 부농자들의 애정행각이 찬바람보다 더 눈을 시리게 하는 날이면 법정 스님의 의 한 구절로 마음을 다스려 보길 권한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래도 부농이 부러운가? 자유로운 빈농보다 구속된 부농이 부러운가?
…물논.
용례 [用例]* 기원전 17년, 동물마저 부농함을 부러워 한 어느 빈농의 노래
翩翩黃鳥 雌雄相依 念我之獨 誰其與歸
(훨훨 나는 저 꾀꼬리 / 암수 서로 정답구나 / 외로운 이 내 몸은 / 누구랑 돌아갈까)
* 부농인들의 심각한 시간왜곡 사례
1초라며 점원을 속이고 24.6초 써먹은 점장의 거짓말
* 대학생 빈농인을 위한 2012 대선 공약, 당신의 선택은?
반값 등록금 VS 부농 민주화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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