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없고 본편만한 속편 없다. 그러나 나랏말싸미 인터넷에 달아 문자와르 서로 사맛디 아니할쌔 이를 몹시 어여삐 녀겨 돌아온 인기 코너 ‘유행어가 되리’, 세대와 성별과 인종의 벽을 넘어 대한민국의 소통 문화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G20을 능가하는 수십조 원의 경제효과 창출과는 물론 무관한데다 심지어 시즌 2는 윤희성 기자가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담당자가 바뀌었다. 그래도 읽어주면 스릉흔드. 댓글까지 달아주면 으즈므니.

스릉흔드
1. I love you so much.
2. 너에게 내 사랑을 강제 선물한다. 거절은 거절한다.

일찍이 성시경은 “사랑한다는 그 말 아껴둘 걸 그랬죠 이제 어떻게 내 맘 표현해야 하나” 라고 노래했다. 이렇듯 ‘사랑한다’는 그 무엇과도 바꿔 쓸 수 없는 비장의 카드인 동시에 최상급의 고백이고, 이런 전차로 어린 백성이 니르고저 홀빼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놈이 하니다. 그러나 사랑보다 한층 더 격한 감정을 표출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스릉흔드’가 등장했으니, 이는 일각의 억측과 달리 ‘사랑한다’의 부산 사투리가 아니라 악관절을 다물어 고정한 상태로 입을 벌리지 않고 읊조리는 ‘사랑한다’의 표기다.

이처럼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나직이 내뱉어 의미를 강조하는 문구에는 분노를 애써 억제할 때 덧붙이는 ‘그긋드 으즈므니(그것도 아주 많이)’와 단발(斷髮)에 관한 가장 슬픈 기록 중 하나인 ‘으즈므니…그근 즈르즈 믈르그 흐쓸튼드…(아주머니 거긴 자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가 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스릉흔드’ 또한 종종 순수한 애정만이 아니라 증(憎)까지 껴안으며 회한, 비애, 고독 등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낸다. 특히 아무리 통장과 시간을 희생해도 무수한 인파 속 나의 존재는 한낱 새우젓이 아닌가 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게 한 아이돌이나, 나를 사랑의 바보로 만들어놓고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선언한 김붕도, 일주일 중 유일하게 월요일에만 지지 않는 야구팀처럼 보답이나 보상을 기대하기 힘든 대상을 향해 요지부동 이판사판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결의를 다지는 ‘스릉흔드’는 이 차가운 기브 앤 테이크의 시대에 후끈한 열기를 불러일으키는 사랑의 융단폭격이 아닐 수 없다. 단, 폭발 시 책임은 각자가 진다.

용례 [用例]

* 덴마크, 죽음의 조에서 네덜란드 꺾고 첫 승 ‘이변’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오렌지라도 스릉흔드 로번.

* 쿠데타는 모르겠고, 저기 계신 저 분은 저희 선배님이 확실합니돠!
스릉흐느브드? 그긋드 으즈므니.

* f(x) 컴백과 함께 도래한 사행시의 시대
스 스 스포트라이트가 몸을 타고 흘러 다녀
릉 릉 초능력이 아슬아슬 찌릿찌릿
흔 흔 흔들려 네 사랑에 흔들려
드 드 드라마 속 피노키오처럼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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