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Mnet <슈퍼스타 K>를 비롯한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참가자들 간의 갈등을 부각시키지도, 화려한 눈요깃거리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단지 매회 미션을 받고, 그에 따라 하나의 요리를 완성한 후 평가대 앞에 서는 도전자들의 모습을 담아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접시에서는 각자의 인생과 성격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늘 유쾌하게 웃는 하정숙 도전자는 맛깔나는 음식을 만들고, 오랜시간 요리 주점을 운영해온 배동걸 도전자는 어떤 요리든 푸짐하게 담아낸다. 6회까지 방영된 현재, <마셰코> 도전자들의 캐릭터는 음식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이들의 요리 스타일과 셰프가 필요한 일상 속 상황들과 매칭시켜 봤다. 가상의 설정일 뿐이니, 실제로도 도전자들이 섭외될지는 당연히….. 장담할 수 없다.
하정숙 (58세, 가정주부)
출장 뷔페도, 호텔 음식도 다 소용없다. 어르신들이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엔 그저 구수한 우리 손맛이 최고다. 한식 전문에 “뭘 해도 맛있다 소리를 마이 듣는” 하정숙 아주머니라면 평생 한 번뿐인 환갑잔치를 믿고 맡겨볼 만하다. 산초가루를 곁들인 매운 닭다리찜은 느끼한 음식을 꺼리는 어르신들의 입맛에 딱 맞을 테고, 시금치를 넣어 반죽한 면으로 끓여낸 해물 칼국수는 처지기 쉬운 어르신들의 체력까지 북돋워 줄 것이다. 가끔 난해한 메뉴를 주문하면 아주머니가 “아이, 나 눈물 날라고 그래. 모르는 거 나오니까 너무 힘들어요”라며 뾰로통해지겠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맛있다는 칭찬 한 마디면 ‘아따맘마’를 닮은 그 얼굴이 급격히 밝아지고, 8 옥타브를 넘나드는 명랑하고 우렁찬 웃음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른다.
옵션: 고부 간의 갈등 상담 및 조정
셰프의 한 마디: “아따 화끈하네. 그지예?” (김소희)
유동율 (40세, 회사원)
언제까지 삼겹살 구워 먹는 회식만을 반복할 텐가. 물론 고기를 제외하면 20대 신입사원부터 50대 부장님까지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자가 먹고 싶은 음식을 바로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유동율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전문 셰프도 여러 세월 동안 수행해야 완성할 수 있는 달고기 요리를 보자마자 똑같이 흉내 내고, 이탈리아식 유린기나 차가운 불고기 소스 냉면 등 새로운 메뉴를 분야 불문 개척해내는 순발력은 TV와 요리책으로 독학한 아마추어의 것이라 하기엔 놀라울 따름이다. 플레이팅 역시 절로 입맛을 돌게 할 만큼 깔끔하고 세련됐으니 이름값만 비싼 셰프 열 명이 부럽지 않다. 회식 자리에 유동율을 섭외하는 순간, 부장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직원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옵션: 세일즈와 프레젠테이션의 기술 전수
셰프의 한 마디: “타짜 냄새가 나는데요.” (강레오)
김승민 (42세, 요리사)
기혼 남성이라면 곰곰이 생각해보자. 집들이를 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혼자 요리를 감당해야 할 아내의 스트레스를 고려해 본 적이 있는지. 본인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아내에게 ‘중화 요리는 절대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은 적은 없는지. 그래서 집들이 상차림에 김승민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아내에 대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암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공기 좋은 제주도까지 내려간 그의 순애보라면, 분명 여성들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 내린 듯 만족스러운 집들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여러 종류의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편견은 버리자. 간장에 조린 닭다리 살과 각종 채소, 새우튀김을 올린 ‘행복덮밥’ 하나면 다른 메뉴가 필요 없다. 한때 청담동 일식집에서 조리사로 근무했던 그의 실력을 믿어라.
셰프의 한 마디: “진짜 (음식) 너무 잘 만드셨는데요. 김승민 씨, 최고인 것 같아요.” (강레오)
배동걸 (33세, 요리 주점 운영)
밥차의 미덕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를 정도의 넉넉한 양이다. 맛이 있고 푸짐하다면 음식을 어떻게 담아내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식기라곤 스테인리스 식판 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촬영 현장에서 배동걸이 아낌없이 푹푹 떠주는 음식은 일에 지친 사람들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커리 소스 콩나물 해물찜 하나를 만들더라도 무려 15가지 재료를 넣는 인심이라니, 영양 부족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또한 김소희 셰프에겐 외면당했지만, 접시 하나에 닭다리 로스트 구이와 닭가슴살 바베큐 버거, 딸기와 생크림 후식까지 한꺼번에 담은 요리는 스피드가 생명인 밥차에 제격이다. 단, 배동걸 본인에겐 매번 식자재 구매 비용이 수입을 초과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음을 유념하자.
셰프의 한 마디: “전쟁 시대도 아니고 한 접시에 이게 뭐예요?” (김소희)
달라스 브래넌 (30세, 무직)
직장인 삶의 낙 중 하나는 점심시간이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메뉴들 사이에서 매일같이 고민하는 것은 지겨울 뿐더러, 엄청난 시간 낭비다. 아내를 “기니피그”로 여기고 항상 색다른 메뉴를 시험해본다는 달라스는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좀 더 즐겁게 만들어줄 셰프다. 비단 그가 돼지 통갈비로 만든 오븐 구이 같은 호주 요리나 프랑스 요리에 능숙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쫄면이 달라스의 손에 맡겨지면, 삶은 새우와 닭을 곁들인 수프로 완전히 재탄생된다. 한국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그이기에 오히려 파격적인 음식을 선보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요리하는 도중 주변을 엉망진창으로 더럽게 만드는 건 그의 치명적인 단점이니, 뒷정리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뭐, 원활한 소화 작용을 위해선 나쁘지 않은 일이다.
옵션: 식사와 함께 하는 영어 프리 토킹 수업
셰프의 한 마디: “Beef is very nice. So, I`ll say ‘yes’.” (강레오)
박준우 (30세, 프리랜서 기자)
나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처럼 백퍼센트 순수하게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기 찜찜한 행사라면, 그에게 넌지시 박준우를 추천해 보자. 음식의 맛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소 힘줄보다 질긴 그의 고집이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레몬타르트를 만들고, 당면의 뛰어난 수분 흡수력을 알면서도 면이 팅팅 불어버릴 때까지 그라탕을 만드는 박준우를 설득하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만에 하나 그가 요리하는 도중 맥주라도 마신다면, 여과 없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에이씨”까지 모두 너그러이 이해해줘야 한다. 물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하객의 자격으로 참석해 그저 우아하게 음식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박준우와의 갈등은 전부 그를 고용한 전 남자친구의 몫이다.
옵션: 서문기와의 요리 대결. 박준우가 만든 음식에 대해 ‘맛없다’고 말할 경우, “이 새끼가?”라는 핀잔을 듣게 될 수도 있다.
셰프의 한 마디: “다음 번에 진짜 장난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강레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