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잘 생겼다. 키는 훤칠하다. 당연히 수트가 잘 어울리고, 수트를 입은 채 노래하자 많은 사람들이 반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줄 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결국 제가 드러내는 것들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때 가능하잖아요. 노래도 그렇고 방송에서도 한마디를 해도 제가 제대로 돼 있어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룹 2AM의 임슬옹은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곤 한다. 최대한 자신의 말을 정리하려 하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문제와 예민할 수도 있는 문제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도 달라진다. 연습생 시절, 지하철로 회사를 오가는 동안 노래 실력을 기르기 위해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며 곡을 익숙하게 만들었다는 그의 진중함은 2AM으로 아이돌 스타가 된 뒤 더욱 깊어진 듯 하다. “이번 앨범 내기 전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굉장히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노래하면서 이번 앨범에서 제일 원하는 감정을 표현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신경은 쓰이고. 그래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면 조금 참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있는 그런 감정들. 사실 나이 들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난리 치고 울면서 슬프다고 하기 어렵잖아요.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버려야할 것들, 참아야할 것들이 많아지니까.” 2AM의 이번 앨범 타이틀 곡 ‘너도 나처럼’을 부르는 감정에 대해 설명하는 임슬옹의 모습은 지금 그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2AM은 ‘죽어도 못 보내’를 기점으로 명실상부한 인기 아이돌 그룹으로 올라섰고, 발라드 아이돌 그룹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은 가창력까지 인정받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올라간 인기만큼 겪게 되는 일도, 혼자 삭혀야할 일도 많다. 노래, 예능, 연기에 걸쳐 쉼 없이 활동해야 하고, 동시에 한 소절의 노래를 불러도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제가 전달하려는 걸 느끼도록 하는 목소리”에 대한 고민은 점점 커져간다. 아이돌 스타의 인지도와 보컬리스트로서의 욕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고민. 20대의 한 가운데에서, 임슬옹의 생각은 점점 깊어진다. 그래서, 임슬옹이 남자의 세계에 대해, 그리고 그 안에서 고민하는 남자들에 대한 영화를 골랐다.




1. <대부> (Mario Puzo`s The Godfather)
1977년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말이 필요 없는 영화잖아요. 이 영화를 보고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에게 푹 빠졌어요. 그 분들의 연기도 하나하나 모두 대단했지만 시대를 이어지는 남자들의 숙명이 굉장히 가슴 아프게 다가왔어요. 이런 연기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상상이 안 돼요.”

<대부> 이후 수많은 갱스터 영화들이 제작됐지만, 여전히 최고의 영화 리스트 위에는 이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작품이 그러하듯, 관객들 역시 세대와 세대를 건너 끊임없이 이 영화를 보고, 감탄하고, 추천한다. 오래돼서 고리타분하기 보다는 오래됐음에도 끊임없이 발견하고 재평가할 부분이 많은 작품.



2. <신데렐라 맨> (Cinderella Man)
2005년 | 론 하워드

“이거야말로 짐을 짊어진 남자의 이야기잖아요. 대공황 시대에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그런데 할 수 있는 건 권투밖에 없고. 계속 때리고 얻어맞으면서도 어쨌든 링 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정말 찡해요.”

링 위에선 러셀 크로우. 이것 하나 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모든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러셀 크로우가 듬직하고 다부진 몸으로 링 위에서 모든 것을 던져 싸운다. 남자든 여자든,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직장인이라면 격하게 감정이입 할 만하다.



3. <그로운 업스> (Grown Ups)
2010년 | 데니스 듀간

“아담 샌들러가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를 좋아해요. 그저 웃기기만 하는 코미디 같지만 그 안에 인간적인 정이 담겨있거든요. 이 작품이 특히 그래요.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성숙해지지 못한 남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결국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덜 자란 남자, 친구, 가족. 그게 남자의 인생인 건지도요.”

한국에서 그리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아담 샌들러는 늘 영화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코미디 배우 중 하나다. 어린 시절 한 농구팀에 있었던 친구들이 당시 코치의 죽음으로 모이는 데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아담 샌들러 특유의 코미디와 따뜻한 가족 드라마가 결합해 감동과 웃음을 함께 전달한다. 미국에서는 1억 6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크게 성공했다.



4. < J. 에드가 > (J. Edgar)
2011년 | 클린트 이스트우드

“한국에서 개봉이 안 돼서 얼마 전 DVD로 나왔을 때 봤어요.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좋아하는데, 꽃미남 시절보다 중년이 된 지금을 사랑해요. 작품 안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여러 번 곱씹게 돼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다. 대체 왜 개봉이 안 됐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 미국 수사기관 FBI의 창설자인 J.에드가 후버를 다루면서 미국의 역사와 거대한 조직을 만들어낸 한 남자의 인생을 담아낸다. 연출, 연기, 메시지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걸작.



5.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년 | 김지운

“제일 좋아하는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모두 모인 작품이에요. 김지운 감독님과 이병헌 선배님의 조합은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악마를 보았다>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구요. 틈나는 대로 반복해서 보고, 볼 때마다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이미 수많은 남자 배우들이 그 매력에 빠졌음을 증언한 작품. 날카롭고 예민하며, 동시에 굳고 강직한 얼굴 속에 나른한 권태를 품은 이병헌의 얼굴은 그 자체로 느와르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느와르의 표면을 가졌지만, 동시에 모든 어른들에게 딜레마와 같은 질문을 안기는 작품이다. 오직 앞만 보며 살아온 인생에 누군가 달콤한 균열을 일으키려 한다. 그 때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음악은 계속 하겠죠. 연기도 하고 싶구요. 하지만 무슨 일을 하냐보다는 그냥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성공하든 망하든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요.” 임슬옹은 몇 년 사이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자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는 전주영화제의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인기 아이돌인 그에게 새로운 선택의 시기가 다가오는 셈이다. 그러나 임슬옹은 선택의 결과에 대한 부담은 어느 정도 떨쳐낸 듯 하다. 그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의 선택에 관한 것이다. “잘 쉬어서 생기는 여유가 아니라 제 생각이 잘 정리되고, 주관이 뚜렷”하면 여유가 생긴다는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헤쳐 나가는 법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아직까지 (저는) 안정적인 거 같아요. 저희는 대중 앞에서 활동하니까 무작정 솔직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제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 스스로 여유를 갖고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는 잘 해나가고 있는 거 같아요. (웃음) 저에 대해서 잘못된 상황이 일어나도 별로 상처 입지 않을 거 같구요. 일단 그거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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