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시어머니 vs <더킹 투하츠>의 시어머니" />
의 시어머니 by 차윤희(김남주)
전요, 갑자기 시어머니가 생겨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솔직히 친정엄마보다 더 편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곤히 자고 있는데 한밤중에 어머님이 불쑥 찾아오셔서 하룻밤만 우리 그이 데리고 주무신다고 말씀하실 때도 불편하기는커녕 마음이 짠하더라구요. 30년 만에 겨우 만난 아들인데 오죽하시겠나 싶어서요. 당연히 저한테도 친딸처럼 대해주시죠. 어느 날은 김치 담그는 법을 손수 가르쳐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찹쌀풀이 들어가야 달짝지근하게 감칠맛이 산다, 양념은 배추 간지럼 태우듯이 바르지 말고 척척 던지듯이 발라야 한다고 한참을 알려주시더라구요. 에이, 잔소리라뇨. 이런 게 다 돈 주고도 못 사는 인생의 지혠데. 다음엔 제가 직접 담가 보려구요. 멸치 액젓 말고, 시댁 식구들이 좋아한다는 까나리 액젓으로. 참, 지난번엔 어머님이 시댁 세탁기가 골골댄다, 고쳐야 된다 고쳐야 된다 하면서 잘 안 되신다고 저희 집 세탁기를 좀 빌려 쓰자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새거 하나 사드렸어요. 물론 어머님은 하나도 안 기뻤다고 하시던데, 진심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더러 돈 아껴서 적금이라도 하나 더 부으라는 깊은 배려인 거죠. 어머, 그걸 꼭 직접 말씀하셔야 아나요? 저한테 이렇게 예쁜 홈웨어 사주신 거 보면 모르시겠어요?
의 시어머니 by 김항아(하지원)
전 어머니 인상이 참 좋습네다. 돼거, 년세에 비해 피부도 너무 맑으시고 마음씨도 어쩜 기렇게 째째하신지… 아, 오해하지 마시라요. 밝고 명랑하시다는 뜻입니다. 제가 남조서ㄴ… 아니 대한민국에 와서 모르는 거이 너무 많으니깐, 어머니께서 엄청나게 도와주셨디요. 혹시라도 제가 말실수를 할까봐 그럴 땐 아예 말을 안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시고, 남조선이나 공화국이라는 말은 절대 쓰면 안 된다고도 가르쳐주셨디요. 궁인들도 다~ 제 말을 듣고 있는데, 말이 헛나오면 곤란하지 않갔시요? 아유, 생각만 해도 가드라드는(몹시 긴장하여 굳어지는) 것 같습네다. 기리구 어머니한테서 까막조개, 아니 참꼬막으로 국물 있는 장꼬막 만드는 방법도 배웠슴다. 꼬막 안 익은 거이 뻘이 나올 때까지 쌀 씻듯 박박 씻고, 한 서너 개쯤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뚜껑 닫고 뜸 들이면 되는 거입니다. 요거이 대대로 내려오는 왕실의 전통이라요. 아직은 간 맞추는 게 좀 어려운데, 리재하 동지하구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하니 앞으로 피타게 노력하겠슴다. 기러다 보믄 어머니께서도 절 이뻐라 하실거구, 제가 좋아하는 펑펑이떡(옥수수떡)도 만들어 주실거구…. 아이 아닙니다, 일 없슴다. 기런 거 안해주셔두 저는 어머니가 좋슴다. 절대 꽝포(거짓말) 아닙네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의 시어머니 by 차윤희(김남주)
전요, 갑자기 시어머니가 생겨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솔직히 친정엄마보다 더 편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곤히 자고 있는데 한밤중에 어머님이 불쑥 찾아오셔서 하룻밤만 우리 그이 데리고 주무신다고 말씀하실 때도 불편하기는커녕 마음이 짠하더라구요. 30년 만에 겨우 만난 아들인데 오죽하시겠나 싶어서요. 당연히 저한테도 친딸처럼 대해주시죠. 어느 날은 김치 담그는 법을 손수 가르쳐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찹쌀풀이 들어가야 달짝지근하게 감칠맛이 산다, 양념은 배추 간지럼 태우듯이 바르지 말고 척척 던지듯이 발라야 한다고 한참을 알려주시더라구요. 에이, 잔소리라뇨. 이런 게 다 돈 주고도 못 사는 인생의 지혠데. 다음엔 제가 직접 담가 보려구요. 멸치 액젓 말고, 시댁 식구들이 좋아한다는 까나리 액젓으로. 참, 지난번엔 어머님이 시댁 세탁기가 골골댄다, 고쳐야 된다 고쳐야 된다 하면서 잘 안 되신다고 저희 집 세탁기를 좀 빌려 쓰자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새거 하나 사드렸어요. 물론 어머님은 하나도 안 기뻤다고 하시던데, 진심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더러 돈 아껴서 적금이라도 하나 더 부으라는 깊은 배려인 거죠. 어머, 그걸 꼭 직접 말씀하셔야 아나요? 저한테 이렇게 예쁜 홈웨어 사주신 거 보면 모르시겠어요?
의 시어머니 by 김항아(하지원)
전 어머니 인상이 참 좋습네다. 돼거, 년세에 비해 피부도 너무 맑으시고 마음씨도 어쩜 기렇게 째째하신지… 아, 오해하지 마시라요. 밝고 명랑하시다는 뜻입니다. 제가 남조서ㄴ… 아니 대한민국에 와서 모르는 거이 너무 많으니깐, 어머니께서 엄청나게 도와주셨디요. 혹시라도 제가 말실수를 할까봐 그럴 땐 아예 말을 안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시고, 남조선이나 공화국이라는 말은 절대 쓰면 안 된다고도 가르쳐주셨디요. 궁인들도 다~ 제 말을 듣고 있는데, 말이 헛나오면 곤란하지 않갔시요? 아유, 생각만 해도 가드라드는(몹시 긴장하여 굳어지는) 것 같습네다. 기리구 어머니한테서 까막조개, 아니 참꼬막으로 국물 있는 장꼬막 만드는 방법도 배웠슴다. 꼬막 안 익은 거이 뻘이 나올 때까지 쌀 씻듯 박박 씻고, 한 서너 개쯤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뚜껑 닫고 뜸 들이면 되는 거입니다. 요거이 대대로 내려오는 왕실의 전통이라요. 아직은 간 맞추는 게 좀 어려운데, 리재하 동지하구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하니 앞으로 피타게 노력하겠슴다. 기러다 보믄 어머니께서도 절 이뻐라 하실거구, 제가 좋아하는 펑펑이떡(옥수수떡)도 만들어 주실거구…. 아이 아닙니다, 일 없슴다. 기런 거 안해주셔두 저는 어머니가 좋슴다. 절대 꽝포(거짓말) 아닙네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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