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사유리
“깔끔하게 생긴 한국 남자가 이탈리아에 유학하러 갔다가 돌아오면서 금목걸이하고 흰 셔츠 입고 털 많아져서 돌아온 것 같아요.”(흑돼지 삼겹살), “30년 동안 부부였는데 남편을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까 남편이 거울 앞에서 치마 입고 예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충격적인 맛이에요.”(대구 찜갈비), “소개팅에 장동민 씨가 온다고 생각하고 기대 안했어요. 가보니까 장동건 씨가 있는 맛이에요. 장동민 씨 회사가 고소하면 어떻게 하지?”(치즈 순두부 찌개) MBC ‘사유리의 식탐여행’에서 사유리는 설명한다. 비록 피라냐와 피라미를 헷갈려 하고 ‘음과 양’을 ‘응가약’으로 알아들어 “변비 걸릴 때 먹는 거예요?”라고 반문하지만 사유리는 닭발의 손금을 봐주고 겨울에 피자를 배달해주는 아저씨의 찬 손에 고마워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다. 맛이 없으면 없다고, “고추장 떡볶이 맛은 개”라고, 순대전골이 정력에 좋다고 하면 “남편 많이 먹였어요?”라고 큰 소리로 물으며 수많은 맛집 주인들을 ‘멘탈 붕괴’ 상태로 몰아가지만 “개는 평범하고 익숙한 맛, 강아지는 특별하고 소중한 맛”이라는 부연 설명과 “못생긴 호박이 아니라 우리 집에 있는 프렌치 불독이랑 좀 닮았어요”라는 사장님 칭찬도 잊지 않는다. 게다가 때로는 “난 영감이나 얼른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라며 ‘쏘쿨’하게 일갈한 뒤 자리를 뜨시는 사장님이 등장해 사유리를 혼돈의 늪에 빠뜨릴 때도 있으니, ‘사유리의 식탐기행’은 맛집 탐방의 탈을 쓴 정신력 강화 프로그램인지도 모른다.
식신 하정우
돌이켜보면 는 범죄 스릴러의 탈을 쓴 연변 총각 구남(하정우)의 남한 음식 기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컵라면, 소시지, 어묵 등 하정우가 맛있다 못해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분식들은 ‘황해 세트’ 혹은 ‘하정우 세트’라는 이름으로 재조명되었고 찐 감자, 무김치, 김 등 평범한 음식들조차 하정우와 함께 하자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떠나 일단 식욕부터 폭발시키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러니 맥주 맛은 모르지만 파이로드를 달리는 4885로 활약하고, “라면 먹고 갈래요?”의 뒤를 잇는 신개념 작업 멘트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으로 여자친구를 집에 불러들인 광고 속 평범한 먹는 모습으로 그를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에서도 크림빵을 세로로 찢어먹고, 어쩐지 ‘청요리’라 불러야 더 맛있을 것 같은 탕수육에 소주를 곁들여 가글까지 하며 먹는 연기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힌 그에게 감동한 한 남성은 하정우 식신 연기를 따라하는 동영상을, 방송인 남희석은 ‘정우님 김 잡수시는 모습’ 사진으로 화답했을 정도다. 그러니 역시 식신을 따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오감을 먹는 것에 집중하되 옆 사람이 들고 있는 먹거리를 힐끔거려야 하며, 젓가락보다는 손을 사용하면서 입술에 음식이 묻는 것에 개의치 말고, 국물은 후루룩 소리 내어, 씹을 때는 입을 작게 오므리되 눈동자와 상체의 동작은 크게 한다. 단, 김은 접거나 말지 말고 최대한 입을 크게 벌려 쓰레기통 바닥에 종이를 까는 느낌으로 힘차게 집어넣도록 한다.
글. 최지은 five@
“깔끔하게 생긴 한국 남자가 이탈리아에 유학하러 갔다가 돌아오면서 금목걸이하고 흰 셔츠 입고 털 많아져서 돌아온 것 같아요.”(흑돼지 삼겹살), “30년 동안 부부였는데 남편을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까 남편이 거울 앞에서 치마 입고 예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충격적인 맛이에요.”(대구 찜갈비), “소개팅에 장동민 씨가 온다고 생각하고 기대 안했어요. 가보니까 장동건 씨가 있는 맛이에요. 장동민 씨 회사가 고소하면 어떻게 하지?”(치즈 순두부 찌개) MBC ‘사유리의 식탐여행’에서 사유리는 설명한다. 비록 피라냐와 피라미를 헷갈려 하고 ‘음과 양’을 ‘응가약’으로 알아들어 “변비 걸릴 때 먹는 거예요?”라고 반문하지만 사유리는 닭발의 손금을 봐주고 겨울에 피자를 배달해주는 아저씨의 찬 손에 고마워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다. 맛이 없으면 없다고, “고추장 떡볶이 맛은 개”라고, 순대전골이 정력에 좋다고 하면 “남편 많이 먹였어요?”라고 큰 소리로 물으며 수많은 맛집 주인들을 ‘멘탈 붕괴’ 상태로 몰아가지만 “개는 평범하고 익숙한 맛, 강아지는 특별하고 소중한 맛”이라는 부연 설명과 “못생긴 호박이 아니라 우리 집에 있는 프렌치 불독이랑 좀 닮았어요”라는 사장님 칭찬도 잊지 않는다. 게다가 때로는 “난 영감이나 얼른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라며 ‘쏘쿨’하게 일갈한 뒤 자리를 뜨시는 사장님이 등장해 사유리를 혼돈의 늪에 빠뜨릴 때도 있으니, ‘사유리의 식탐기행’은 맛집 탐방의 탈을 쓴 정신력 강화 프로그램인지도 모른다.
식신 하정우
돌이켜보면 는 범죄 스릴러의 탈을 쓴 연변 총각 구남(하정우)의 남한 음식 기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컵라면, 소시지, 어묵 등 하정우가 맛있다 못해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분식들은 ‘황해 세트’ 혹은 ‘하정우 세트’라는 이름으로 재조명되었고 찐 감자, 무김치, 김 등 평범한 음식들조차 하정우와 함께 하자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떠나 일단 식욕부터 폭발시키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러니 맥주 맛은 모르지만 파이로드를 달리는 4885로 활약하고, “라면 먹고 갈래요?”의 뒤를 잇는 신개념 작업 멘트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으로 여자친구를 집에 불러들인 광고 속 평범한 먹는 모습으로 그를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에서도 크림빵을 세로로 찢어먹고, 어쩐지 ‘청요리’라 불러야 더 맛있을 것 같은 탕수육에 소주를 곁들여 가글까지 하며 먹는 연기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힌 그에게 감동한 한 남성은 하정우 식신 연기를 따라하는 동영상을, 방송인 남희석은 ‘정우님 김 잡수시는 모습’ 사진으로 화답했을 정도다. 그러니 역시 식신을 따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오감을 먹는 것에 집중하되 옆 사람이 들고 있는 먹거리를 힐끔거려야 하며, 젓가락보다는 손을 사용하면서 입술에 음식이 묻는 것에 개의치 말고, 국물은 후루룩 소리 내어, 씹을 때는 입을 작게 오므리되 눈동자와 상체의 동작은 크게 한다. 단, 김은 접거나 말지 말고 최대한 입을 크게 벌려 쓰레기통 바닥에 종이를 까는 느낌으로 힘차게 집어넣도록 한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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