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가 필요해>, 시트콤이라면 좀 더 과감하게
, 시트콤이라면 좀 더 과감하게" /> 1회 KBS2 오후 7시 45분
인간이 아닌 존재를 작품에 끌어들였을 때, 기대되는 것은 주변과의 간극에서 오는 재미다. MBC 가 지금까지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는 뱀파이어의 특성과 인간 세상 사이의 차이를 재치 있게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선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트콤 의 첫 회 또한 이를 무난하게 살린 한 회였다. 고전적인 선녀 복장을 한 왕모(심혜진)와 채화(황우슬혜) 모녀는 그 이질적인 모습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냈으며, 택시를 몰라 가마에 올라탄 채 서울로 데려다 주기를 기다리는 장면 역시 이들이 인간 세상과 동떨어진 선녀이기에 가능한 코미디였다. 적어도 왜 선녀를 소재로 선택했는지는 충분히 증명한 셈이다.

또한 개별 캐릭터들의 구축 역시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아들 국민(박민우)의 ‘발연기’를 용납하지 못하는 영화제작자 차세주(차인표)와 딸의 가벼운 물장난을 되로 갚아줄 만큼 뻣뻣한 성격의 왕모, 친화력이 강하고 자신의 미모를 자랑스러워하는 채화 등 인물들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이와 맞물려 ‘분노의 훌라후프’를 돌리는 차세주의 모습 등 캐릭터에서 오는 단발적인 웃음 또한 간간이 터져 나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작품은 전체적으로 다소 심심하고 어수선했다. 과도하게 덧씌워진 웃음더빙이 종종 웃기도 전에 힘을 빼놓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짜인 코미디가 흥미를 반감시키기도 했다. 시트콤의 기본 틀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새로움은 없다고 해야할까. 빤하지 않은 웃음이 빤하지 않은 시도에서 비롯됨을 알고 있다면, 조금 더 과감해져도 좋을 듯하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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