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버나드 쇼가 이런 말을 했다죠? “부모란 하나의 중요한 직업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식을 위해 이 직업의 적성검사가 행해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요. 저 역시 아이를 다루는 데엔 기술이 필요하다고, 자격 여부에 대한 검사는 물론 그에 따른 교육이 반드시 뒤따라야 옳다고 아이들을 키우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무지한 상태에서 글로 육아를 배워 놓으니 시행착오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어요. 주관이라곤 없어서 중구난방, 이 말에 솔깃했다가 저 말에 솔깃했다가 별의별 검사며 강의도 숱하게 많이 들었습니다. 먹는 거며, 입는 거며, 배우는 거며, 아이에게 이롭다는 건 왜 그리 앞뒤 가리지 않고 다 쏟아 부었는지 모르겠어요. 과유불급이라고, 아이가 막무가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그 많은 걸 다 소화시켰을 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아이의 심정은 아랑곳 않고 무조건 못하게 막은 것들도 부지기수입니다. ‘하지 마’라는 소리를 아예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별 탈 없이 자랐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되나요?

그런 의미에서 다국적 문화배경을 가진 다영, 로렌, 레오, 다섯 살짜리 세 아이를 통해 육아를 체험해보는 KBS Joy 가 엠블랙 멤버들에게는 좋은 기회이지 싶어요. 특히나 일찍이 아빠가 되길 소망해왔다는 리더 승호 군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공부가 되겠죠. 재미있는 건 다섯 명의 젊은 아빠들 속에서 제 과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약속을 잘 지키고 자상하고 따뜻한 면면을 보여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승호, 지오, 천둥 군과는 달리 직선적이고 때론 우격다짐으로 아이들을 대해 호감을 사지 못한 이준, 미르 군 쪽이 저와 훨씬 비슷하다는 사실 때문에 매번 웃게 됩니다.

엠블랙 멤버들 안에 여러 부모들의 모습이 있답니다
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여러 부모의 유형이 다섯 안에 다 들어 있으니 아마 다른 멤버를 보고 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분도 계실 거예요. 밥상 앞에서 밥을 거부하는 다영이를 매몰차게 뒤로 돌려놓는 미르 군은 어쩜 저와 그리 똑 닮았는지요. 저 또한 그런 단호한 방식을 옳다고 여기는 엄마였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짐작이 가고 남지요? 그런가하면 아이들 중에도 제 어릴 적 모습이 있습니다. 이준 군이 도무지 입을 떼려들지 않는 다영이를 보며 ‘나도 저렇게 소심했다‘고 말하던데요. 이심전심인지 물놀이를 간 워터파크에서도 다영이가 마치 배경화면처럼 묻혀 있다는 걸 알아 챈 건 이준 군뿐이었어요. 저도 어릴 땐 다영이처럼 남들 뒤에서 빙빙 돌기나 했을 뿐 통 나서질 못하는 성품이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누가 밀고 끌어줘야 겨우 뭐든 해볼 엄두를 내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그처럼 낯가림이 심하고 의사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원인을 전문가 선생님이 심리 상담을 통해 조목조목 짚어주시더군요.

‘감정을 알아주기만 해도 마음이 열린다’, 그게 답이었던 거예요. 왜 밥이 먹기 싫었는지, 왜 말이 하기 싫었는지,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고개를 끄덕여주자 다영이의 마음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영이는 본래 소극적인 아이는 아니었죠. 아빠들을 깨우러 가던 날만 해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른 친구들을 진두지휘했던 다영이가 아니었나요. 그런데 서운한 점들이 하나 둘씩 쌓이고 그걸 속에 담아두다 보니 결국엔 입을 닫고 말았던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저 역시 속상한 일이 있다한들 그걸 부모님에게 쉽사리 드러내지 못하는 아이였지 싶네요. 어쨌거나 아이의 마음이 열리고 아빠들이 호통 이외의 방식으로 소통을 하는 법을 깨닫게 되자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육아가 조금씩 수월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예를 들어 이준 군이 장난을 치다 실수로 다영이를 팔로 쳐서 넘어뜨렸는데요. 다영이는 울음을 터뜨리긴 했지만 제작진이 이준 아빠가 밉냐고 묻자 고개를 흔들더라고요. 이준 군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기 때문입니다.

육아 버라이어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사과, 그렇죠. 그게 바로 인간관계의 핵심 키워드인 거예요. 우리 아이들도 어쩌다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마다 고맙고 행복했다는 얘기보다는 서러웠거나 억울했던 얘기를 더 많이 꺼내거든요. 그것도 크게 혼찌검이 난 일로 서운해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들, 부모로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이더란 말입니다. 상처를 받은 순간에 즉시 사과를 받지 못했던지라 지금껏 앙금이 풀리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겠죠. 그 외에도 육아체험을 통해 엠블랙 멤버들은 많은 걸 배웠을 겁니다. 신뢰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것을, 나 아닌 타인을 보듬어주고 함께 어울려가는 게 성장이자 어른이 되는 길이라는 걸 아이들을 알아가는 사이 배웠을 테고요. 내가 아무리 온 정성을 쏟는다한들 때로는 상대방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을 겁니다.

저는 평소 육아 버라이어티는 여러 면에서 아이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러나 의 다영, 로렌, 레오처럼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한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면, 그리고 흥미위주의 설정이 배제되기만 한다면 아이들에게도, 부모 역할의 연예인에게도 서로 성장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되지 싶어요. 앞으로 가족들은 뮤지컬에 도전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험난한 여정이 될 거에요. 그래도 그 속에 담긴 좀 더 풍성한 이야기들, 기대됩니다.
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엠블랙 아빠들, 한 뼘 더 자란 것 같네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