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마지막 회 MBC 밤 9시 55분
봉선(이지아)은 자신이 힘들 때마다 꿈속에 나타나 안아주고 노래 불러주던 핑크치킨의 포스터를 떼어냈고, 화영(한고은)은 재희(윤시윤)와 봉선의 관계를 인정하고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현실을 도피하거나 현실에 집착했던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든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은 사랑받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비록 서툴고 오래 걸릴지라도 그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겉으로는 모난 구석 없이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구멍이 하나씩 뚫려있던 그들은 “내가 나를 미워했던 많은 시간들”을 지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외풍 없는 집”이 되어주었다.

잔잔한 음악과 내레이션과 함께 외풍 없는 집들의 내부를 보여준 마지막 회는 비록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끝났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해피엔딩이었다. 마치 사람 인(人) 자처럼 서로의 어깨에 기댄 재희와 봉선의 모습은, 세상은 혼자 일어서기엔 버겁지만 서로 의지하고 손을 잡아주면 나름 살아볼만한 곳이라는 메시지의 상징이었다. 물론 재희와 봉선의 관계를 알아챈 후 도가 지나친 집착과 질투를 보여준 화영 때문에 이 작품이 가진 미덕이 사라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공감했던 드라마가 어느 순간 그들의 이야기로 멀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 후반부에 이르러 화영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그녀의 거친 언행이 사실은 외로움의 다른 표현이었다고 말해준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 사랑에 서툰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사랑하고 사랑받는 방법을 배우면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고도 충분히 누군가의 꽃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비록 비현실적일수는 있지만 결코 틀린 명제는 아니라는 것을 은 온 몸으로 증명해보였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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