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친구들>, 그래도 무대는 힘이 세다
, 그래도 무대는 힘이 세다" /> 1부 MBC 화-수 밤 11시 15분
2011년 한 해만 10만 관객을 동원한 세시봉은 그 시장성이 검증된 아이템이다. 그들의 미국 공연을 담은 또한 흥행이 보장된 기획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시청자들은 이미 멤버들의 인생사와 음악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 MBC 와, 공연의 흐름을 충실히 살린 MBC 를 접한 바 있다. 이 두 가지 선례를 능가할 선택지가 많진 않았을 제작진은 멤버들의 육성으로 흥행요인을 분석하고, 연습 과정을 밀착 취재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적 방법론을 택했다. 멤버들의 만남과 교류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한 구성, “송창식의 목소리는 토속적이고 내 목소리는 살롱적”이라는 윤형주의 멘트 바로 뒤에 송창식의 ‘왜 불러’와 윤형주의 ‘바보’를 들려줌으로써 비교 분석을 시도하고, “요즘 시대 찾기 어려웠던 음악, 아날로그, 우정을 세시봉에서 찾는 게 아닐까”라는 조영남의 자평을 통해 그 의미를 돌아보는 등의 다양한 시도는 단순한 동어반복에 그치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만 그 의도가 온전히 살아남기에는 세시봉 공연실황의 존재감이 너무 컸다. 이소라의 내레이션과 멤버들의 인터뷰 클립은 공연실황의 맥을 끊으며 들어왔다가, 다시 공연 클립에 밀려 충분한 설명 없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제작진이 다큐멘터리와 공연실황 사이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찾지 못 한 바람에, 1부는 다큐로 보기엔 불친절하고 공연실황 치고는 사족이 과한 쇼가 되었다. 만약 제작진이 공연의 흐름을 살려 현장의 공기를 담아내는 데 더 집중했다면, 혹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현재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적 요소에 더 집중했다면 1부는 좀 더 깊이 있고 직관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별 다른 설명 없이 트윈 폴리오의 무대 먼저 보여주며 시작하는 단도직입의 오프닝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세시봉의 무대를 더 상세히 보여 줄 2부가 기대되면서도 1부가 못내 아쉬운 것은 그 때문이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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