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 편지>, < TV는 사랑을 싣고 >의 재탕
, < TV는 사랑을 싣고 >의 재탕" /> 화 TV조선 밤 10시
미처 보내지 못한 편지, 그리고 그것을 대신 전해주는 프로그램. 미안함 혹은 고마움의 대상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TV가 대신 전달해준다는 점에서 (이하 )는 과거 < TV는 사랑을 싣고 >를 거의 그대로 반복한다. 미혼모인 발신인은 딸의 할머니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발의 크기가 달랐던 자신을 위해 두 개 사이즈의 신발을 선뜻 내주던 가게 아저씨를 50여년 만에 찾아 나선 또 다른 발신인은 아저씨의 작고 소식을 듣고 오열한다. 물론 이것은 < TV는 사랑을 싣고 >의 장점을 어느 정도 반복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연 접수와 재연, 그리고 수신자를 찾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진행이 낯익고 빤할지라도 의 장점은 비교적 뚜렷하다. 신청자들의 가슴 찡한 사연과 만남의 기쁨을 보며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기란 어렵다.

하지만 사랑을 싣는 주체가 여전히 TV라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는 어째서 편지인가, 라는 당연한 의문을 남긴다. 모든 것이 빠르게만 움직이는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찾고 싶다며 편지를 선택했지만, 그들은 메시지의 전달에만 집중할 뿐 편지라고 하는 미디어에 대해 성찰하진 않는다. 편지는 영상 편지와 직접 방문 등의 여러 방법론 중 하나일 뿐이며, 또박또박 쓴 손 글씨로 전하는 편지 특유의 감성은 자막을 통해서나 강조될 뿐, 그 감성이기에 가능한 유일한 순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다시 말해 편지는 유의미하게 사용되기보다는 빤한 포맷을 포장하기 위해 소비된다. 이것은 게으름을 은폐한다는 점에서 정체보다는 퇴행에 가깝다. 하여 속도전의 시대에 옛날 감성을 되찾고 싶었다는 의 의도는, 단 한 회 만에 실현된 듯하다. 적어도 TV의 시간을 앞이 아닌 뒤로 돌려놨다는 점에서는.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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