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생율밤이로구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120615243077222_1.jpg)
숨고르기 끝에 시작되는 스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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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2월 17일생. 형이 록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임재범 씨 노래를 자주 들었다. 난 옛날부터 너무 좋아했었는데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게 좀 억울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숨겨두고 나만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런 느낌. 하하.
데뷔를 강한 캐릭터로 한다는 건 이후의 모든 작품들이 데뷔작과 비교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전히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지금의 와 그때의 를 비교한다면 내 연기에 있어서는 전자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처음으로 재공연에 참여한 작품이기도 해서 무대에서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역시 경험은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어느새 애교가 무기가 됐다. 의 ‘이율’도, 의 네이슨도 장난기가 많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무대에서 몇 번 하다 보니 많이들 좋아해주시더라. 실제의 나는 그렇게까지 귀염성이 많진 않지만.
그렇다고 팬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는 않다. 그건 하나의 이미지니까 소중히 간직해주셨으면 좋겠다. 하하하
대인관계가 나쁘지 않다. 이리저리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집에도 좀 늦게 들어가는 편이고. 남자 선배들은 나를 같은 동료로 봐주는 반면, 누나 선배들은 좀 귀여운 동생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 후훗
노래를 잘 했으면 홍광호 형보다 잘 나갔을 거다. 하하하. 노래방세대라서 자주 다니기는 했지만 연극을 주로 했고, 계원예고 시절에도 나는 뮤지컬을 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했다. 뮤지컬 역시 연기가 기본이라는 생각도 있고.
스스로에게 당근을 주는 타입이다. 못하는 부분은 빨리 포기하고 잘하는 부분을 극대화시켜서 더 장기를 만들자! 그런 주의지. 일에 있어서는 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편이다.
그런데 올해 큰 시련이 있었다. 라는 마라톤 영화를 찍었는데, 두 무릎이 다 망가진 상태로 계속 뛰었다. 추운 날씨에 마라톤복 입고 계속 뛰고 대기하고 그러다보니 인대가 마르는 무릎 건염이라는 게 생겼다. 왼쪽이 먼저 다쳐서 오른쪽 무릎에 힘을 싣고 달렸더니 왼쪽이 나을 무렵에는 오른쪽이 아팠다. 결국엔 두 다리가 동시에 아팠다.
영화를 울면서 볼 것 같다. 많은 신에 출연하는 건 아니지만, 연기보다 무릎에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 커서 후회가 많다. 좋은 기회에 좋은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끝이 씁쓸했다. 다행히 지금은 다 나았다.
가을을 좀 타는 편이다. 서른이 멀지 않아서인 것 같다. 달력을 보다가 ‘작품 한두 개 하면 1년이 후딱 가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뷔 전에는 무한한 자신감과 믿음들이 있었는데, 슬슬 책임감이 자신감을 잡아먹기 시작한 단계인 것 같다.
그럴 때 마다 김달중 연출님에게 전적으로 기대는 편이다. 고등학교 은사님이고, 내 머리를 올려주셨고, 선생님 덕분에 영화도 찍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너무 서둘러 가지 말라고 하신다. 고민은 당연한 거고 지금 잘 하고 있으니 그냥 하라고. 조언이라는 게 딱히 없는데, 난 그 그냥이라는 말이 가장 좋더라.
글. 장경진 three@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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