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할 건데? 백지수표라도 끊어줘?”, “할 마음도 없지만 너랑은 안 해. 내가 얘기했지? 네 음악 구리다고.” SBS 에서 재벌 2세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에게 무명가수 썬(이종석)이 말했다. 가진 거라곤 타고난 노래 실력 뿐, 바에서 노래하는 걸로 모자라 험한 고깃배까지 타야 할 만큼 먹고 살기 힘들지만 자존심만큼은 하늘을 찌르는 흰 얼굴의 이 청년, 도도한데 매력 있다.
아이돌 그룹 연습생까지 거친 시간들 “툭툭 내뱉는 말투로 오스카를 제압하는 역할이잖아요. 16살이나 차이나는 윤상현 선배님한테 ‘바빠, 꺼져!’라고 말해야 되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어요.” 올해 갓 데뷔한 신인 이종석에게 썬이라는 캐릭터가 버겁게 느껴졌던 건 단지 상대역과의 나이 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가 아역배우 시킬 생각을 꿈에도 못하셨을” 만큼 소심한 성격이었고 “윤상현 선배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시기 전까지 현장에서 거의 왕따”였을 정도로 여전히 낯을 가린다. 배우라면 누구나 겪는 데뷔 전의 준비 기간이 유독 힘들게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어서”라는 본능적인 이유로 열여섯 어린 나이에 모델 일을 시작했지만 유난히 기 싸움이 심했던 그 세계에서 마음고생은 적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의 막내로 들어가 형들에게 치이며 활동을 준비했지만 결국 6개월 만에 그만뒀고, 그 후로도 3년이라는 연습 기간을 거치고서야 간신히 연기자로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연습생 시절 제일 힘들었던 건 집에 혼자 있는 것과 사람들의 무관심이었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뭐 해야 되지? 친구들은 다 잘되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이겨냈다며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그의 연습생 시절은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었다.
“어떤 역할을 맡든 저만의 아우라를 보여 드리고 싶어요” 올해 초, SBS 의 수사관 역으로 짧게 얼굴을 비추며 기다리던 데뷔를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었다. “저에 대해 딱히 반응이 있었던 게 아니라서 ‘이게 끝나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를 해야겠다 싶어 촬영 끝난 뒤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심한 성격을 조금씩 고치기 시작했죠.” 그리고 새로운 기회인 을 만났다. 캐스팅된 게 너무 기뻐서 미팅할 때 마냥 웃기만 하는 바람에 신우철 감독으로부터 “썬은 그런 캐릭터가 아니니 촬영할 땐 웃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행복한 요즘이지만 “아직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 한다”는 이유로 길거리 사인 요청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대신 이 생각 많은 신인이 캐릭터를 향해 다가가는 방법은 조용하지만 신중하다. “썬의 캐릭터와 가까워지기 위해 종종 방에서 불 다 꺼놓고 혼자 썬의 과거를 상상해 봐요.”
그래서 6년 넘게 다듬어지고 있는 이종석의 꿈은 화려한 다이아몬드보다는 우아한 진주다. “스타가 되기보다는 어떤 역할을 맡든 저만의 아우라를 보여 드리고 싶어요.” 물론 지금까지의 시간이 그랬듯 앞으로 그가 가야 할 길도 훨씬 멀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자신을 봐 달라고 떼쓰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차분히 성장해 온 이 청년이라면 그 걸음걸음마저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기나긴 사춘기의 방황을 거쳤음에도 그는 이제 겨우 스물 둘이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아이돌 그룹 연습생까지 거친 시간들 “툭툭 내뱉는 말투로 오스카를 제압하는 역할이잖아요. 16살이나 차이나는 윤상현 선배님한테 ‘바빠, 꺼져!’라고 말해야 되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어요.” 올해 갓 데뷔한 신인 이종석에게 썬이라는 캐릭터가 버겁게 느껴졌던 건 단지 상대역과의 나이 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가 아역배우 시킬 생각을 꿈에도 못하셨을” 만큼 소심한 성격이었고 “윤상현 선배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시기 전까지 현장에서 거의 왕따”였을 정도로 여전히 낯을 가린다. 배우라면 누구나 겪는 데뷔 전의 준비 기간이 유독 힘들게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어서”라는 본능적인 이유로 열여섯 어린 나이에 모델 일을 시작했지만 유난히 기 싸움이 심했던 그 세계에서 마음고생은 적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의 막내로 들어가 형들에게 치이며 활동을 준비했지만 결국 6개월 만에 그만뒀고, 그 후로도 3년이라는 연습 기간을 거치고서야 간신히 연기자로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연습생 시절 제일 힘들었던 건 집에 혼자 있는 것과 사람들의 무관심이었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뭐 해야 되지? 친구들은 다 잘되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이겨냈다며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그의 연습생 시절은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었다.
“어떤 역할을 맡든 저만의 아우라를 보여 드리고 싶어요” 올해 초, SBS 의 수사관 역으로 짧게 얼굴을 비추며 기다리던 데뷔를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었다. “저에 대해 딱히 반응이 있었던 게 아니라서 ‘이게 끝나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를 해야겠다 싶어 촬영 끝난 뒤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심한 성격을 조금씩 고치기 시작했죠.” 그리고 새로운 기회인 을 만났다. 캐스팅된 게 너무 기뻐서 미팅할 때 마냥 웃기만 하는 바람에 신우철 감독으로부터 “썬은 그런 캐릭터가 아니니 촬영할 땐 웃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행복한 요즘이지만 “아직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 한다”는 이유로 길거리 사인 요청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대신 이 생각 많은 신인이 캐릭터를 향해 다가가는 방법은 조용하지만 신중하다. “썬의 캐릭터와 가까워지기 위해 종종 방에서 불 다 꺼놓고 혼자 썬의 과거를 상상해 봐요.”
그래서 6년 넘게 다듬어지고 있는 이종석의 꿈은 화려한 다이아몬드보다는 우아한 진주다. “스타가 되기보다는 어떤 역할을 맡든 저만의 아우라를 보여 드리고 싶어요.” 물론 지금까지의 시간이 그랬듯 앞으로 그가 가야 할 길도 훨씬 멀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자신을 봐 달라고 떼쓰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차분히 성장해 온 이 청년이라면 그 걸음걸음마저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기나긴 사춘기의 방황을 거쳤음에도 그는 이제 겨우 스물 둘이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