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배우 생명이 끝날 수도 있어.” 2009년 3월, KBS ‘남자의 자격’ 첫 방송에서 이경규는 첫 예능 고정 멤버로 출연한 이정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자’보다는 ‘아저씨’라는 말이 어울리는 멤버 사이에서 막내가 된 그에게 던지는 농담이었지만, 당시 그의 포지션을 생각하면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는 분명 미남 배우이고 MBC 같은 작품에서 남자주인공을 맡을 정도의 스타였지만 작품 바깥에서 이정진이라는 이름이 지시하는 또렷한 이미지는 부족했다. 자칫 첫 예능 경험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배우로서의 이미지조차 희석시킬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에서 으로 이어지는 영화 촬영,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KBS , 그리고 여전히 ‘비덩’으로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남자의 자격’까지 최근 이정진은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단순히 일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다. 그는 ‘남자의 자격’을 통해 지리산 등반 같은 험난한 미션에서 형님들을 기꺼이 돕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 바깥에서도 매력적인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렇게 선명해진 자신의 이름을 앞서 말한 작품의 실팍한 지점마다 꾸욱 새겨 넣었다. 의 필호는 무대포 태식(설경구)을 옥죄는 절제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고, 의 열혈 형사 도수는 의뭉스러운 지우(정지훈)나 야심 가득한 카이(다니엘 헤니)가 보여주지 못하는 날 것의 수컷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이들 캐릭터의 강렬한 인상은 고스란히 배우 본인의 것으로 돌아오고 있다. 즉 이제 이정진이라는 이름 혹은 이미지는 작품 안팎에서 선명한 형태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있다. “내 귓가에 울리는 노래”라며 그가 추천한 다음의 곡들처럼. 이 곡들과 함께라면 이정진이라는 배우에 대한 우리의 인상은 더욱 깊어질지 모르겠다. 1. 서영은의 < With (Single) >
“서영은 씨는 제가 좋아하는 실력파 가수로 그녀의 대부분의 노래들을 다 좋아해요. 그 중, 있을 때 잘 해주지 못한 상황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이 거지같은 말 (With 정엽 of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요즘 제가 제일 많이 듣는 노래예요. 제목도 재밌고요.” 현란한 안무나 컨셉츄얼한 무대의상으로 승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력파 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떠한 꼼수 없이 탄탄한 가창력만으로 승부하는 가수에게 어떤 경외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정진이 추천한 ‘이 거지같은 말’을 부른 서영은과 정엽처럼. 서영은의 싱글 < With (Single) >에 수록된 이 곡에서 두 남녀 보컬리스트는 절제를 통해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강렬한 고음역과 테크닉을 자랑하기보다는 감성적인 목소리 톤으로 ‘그저 사랑한단 한 마디 이젠 닳도록 해’ 같은 애절한 감정을 드러낸다. 2. 이문세의
가을을 함께 하는 추천곡에서 이 곡이 빠질 수는 없다. 이정진이 선택한 두 번째 곡은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이다. “어딜 가도 제일 많이 나오는 곡이라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예요. 특히 차에서 라디오를 틀 때면 항상 나오는 것 같네요. 요즘 날씨가 추워졌지만 이 노래 덕분에 그래도 가을을 느꼈었죠.” 여름에는 쿨의 노래가 당긴다. 11월의 비가 내리는 날에는 건즈 앤 로지스의 ‘November Rain’을 튼다. 차갑고 맑은 가을바람이 스칠 땐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듣는다. 이것이 진리다. 가을마다 들려오는 이 스테디셀러의 정겨움을 말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일지 모르겠다. 이정진의 말처럼 갈수록 봄과 가을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때로 계절은 날씨가 아닌 감성의 차원에서 존재한다. ‘가을이 오면’을 듣는 우리의 감정처럼. 3. 가인의 < step 2/4 (EP) >
“제가 출연한 영화 제목이랑 같아서 반갑게 접했”다며 이정진이 추천한 노래는 예상대로 가인의 ‘돌이킬 수 없는’이다. “지난번 모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도 하시던데, 역시 가인 씨 노래 좋더라고요. 같은 제목인 만큼 제 영화도 사랑받고 싶네요.” 하지만 이 선곡을 단순히 추천을 가장한 영화 홍보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겠다. 그만큼 이 곡은 제대로 만든 탱고 넘버다. 사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전작이나 나르샤의 ‘삐리빠빠’를 보며 가인의 솔로가 이런 모습으로 나올 거라 예상한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세련된 신스팝을 선보여 왔던 윤상의 참여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하지만 가인과 윤상, 그리고 ‘Abracadabra’의 이민수 작곡가는 의외로 탱고, 그것도 무늬만이 아닌 진짜 탱고의 리듬과 세션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가인의 아이라인만큼이나 강렬한 곡이 등장했다. 4. 윈터플레이(Winterplay)의
보컬리스트 혜원의 끈적이지만 느끼하지 않은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재즈 세션은 매혹적이다. “한 번 들으면 자꾸 빠져드는 보사노바풍의 음악인데요, 쌀쌀한 날 지인들과 간단하게 차나 와인을 마실 때 켜고 들으면 좋은 곡이에요.” 특히 윈터플레이가 좋은 것은, 재즈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장르의 순수성이란 개념에 매몰되지 않고 누구나 듣기에 좋은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어떻게 다른 건지 모르겠다고? 그럼 우선 이 곡 ‘Melon Man’을 들어보길 바란다. 5. Various Artists의 < Cinema Paradiso >
“영화를 안 본 사람이라도 한 번쯤 이 음악은 들어봤을 거예요”라며 이정진이 추천한 마지막 곡은 영화 의 O.S.T 중 ‘Love Theme’이다. 사실 영화의 동명 테마인 ‘Cinema Paradiso’, 토토의 유년기 시절 흘러나오던 ‘Childhood And Manhood’처럼 이 앨범의 곡 중 어느 하나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곡은, 그리고 가슴을 울리지 않는 곡은 없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역시 ‘Love Theme’이다. “중년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가 남긴 영상을 보는 엔딩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인데 마지막 장면의 감동을 극대화시켜 보는 저까지 뭉클했었죠. O.S.T로 영화의 기억까지 되살리는 참 멋진 곡이에요.” 이정진의 말처럼 때로 음악의 짧은 테마는 의 마들렌 과자처럼 우리를 영화를 보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한다. 물론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은 흔하지 않다. 이 곡 ‘Love Theme’이 위대한 건 그래서다. 현재 이정진은 배우로서 또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경력 그 어느 때보다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부침 심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인기라는 척도는 그다지 튼튼한 뿌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결국 남는 것은 연기력과 그것이 곳곳에 스민 필모그래피다. 최근 개봉한 영화가 그의 커리어 안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다. 언뜻 장르물을 표방하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들의 편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고발하는 이 사회성 짙은 작품에서 이정진은 유괴범으로 몰리는 세진으로 등장한다. 오직 전과 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정적 증거 없이 범인으로 몰리지만 특별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 캐릭터를 통해 이정진은 드디어 감정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요컨대, 그는 성장했다. 인기는 내리막을 걱정하지만 진짜 실력은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하여, 아직 배우 이정진의 최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에서 으로 이어지는 영화 촬영,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KBS , 그리고 여전히 ‘비덩’으로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남자의 자격’까지 최근 이정진은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단순히 일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다. 그는 ‘남자의 자격’을 통해 지리산 등반 같은 험난한 미션에서 형님들을 기꺼이 돕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 바깥에서도 매력적인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렇게 선명해진 자신의 이름을 앞서 말한 작품의 실팍한 지점마다 꾸욱 새겨 넣었다. 의 필호는 무대포 태식(설경구)을 옥죄는 절제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고, 의 열혈 형사 도수는 의뭉스러운 지우(정지훈)나 야심 가득한 카이(다니엘 헤니)가 보여주지 못하는 날 것의 수컷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이들 캐릭터의 강렬한 인상은 고스란히 배우 본인의 것으로 돌아오고 있다. 즉 이제 이정진이라는 이름 혹은 이미지는 작품 안팎에서 선명한 형태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있다. “내 귓가에 울리는 노래”라며 그가 추천한 다음의 곡들처럼. 이 곡들과 함께라면 이정진이라는 배우에 대한 우리의 인상은 더욱 깊어질지 모르겠다. 1. 서영은의 < With (Single) >
“서영은 씨는 제가 좋아하는 실력파 가수로 그녀의 대부분의 노래들을 다 좋아해요. 그 중, 있을 때 잘 해주지 못한 상황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이 거지같은 말 (With 정엽 of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요즘 제가 제일 많이 듣는 노래예요. 제목도 재밌고요.” 현란한 안무나 컨셉츄얼한 무대의상으로 승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력파 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떠한 꼼수 없이 탄탄한 가창력만으로 승부하는 가수에게 어떤 경외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정진이 추천한 ‘이 거지같은 말’을 부른 서영은과 정엽처럼. 서영은의 싱글 < With (Single) >에 수록된 이 곡에서 두 남녀 보컬리스트는 절제를 통해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강렬한 고음역과 테크닉을 자랑하기보다는 감성적인 목소리 톤으로 ‘그저 사랑한단 한 마디 이젠 닳도록 해’ 같은 애절한 감정을 드러낸다. 2. 이문세의
가을을 함께 하는 추천곡에서 이 곡이 빠질 수는 없다. 이정진이 선택한 두 번째 곡은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이다. “어딜 가도 제일 많이 나오는 곡이라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예요. 특히 차에서 라디오를 틀 때면 항상 나오는 것 같네요. 요즘 날씨가 추워졌지만 이 노래 덕분에 그래도 가을을 느꼈었죠.” 여름에는 쿨의 노래가 당긴다. 11월의 비가 내리는 날에는 건즈 앤 로지스의 ‘November Rain’을 튼다. 차갑고 맑은 가을바람이 스칠 땐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듣는다. 이것이 진리다. 가을마다 들려오는 이 스테디셀러의 정겨움을 말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일지 모르겠다. 이정진의 말처럼 갈수록 봄과 가을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때로 계절은 날씨가 아닌 감성의 차원에서 존재한다. ‘가을이 오면’을 듣는 우리의 감정처럼. 3. 가인의 < step 2/4 (EP) >
“제가 출연한 영화 제목이랑 같아서 반갑게 접했”다며 이정진이 추천한 노래는 예상대로 가인의 ‘돌이킬 수 없는’이다. “지난번 모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도 하시던데, 역시 가인 씨 노래 좋더라고요. 같은 제목인 만큼 제 영화도 사랑받고 싶네요.” 하지만 이 선곡을 단순히 추천을 가장한 영화 홍보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겠다. 그만큼 이 곡은 제대로 만든 탱고 넘버다. 사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전작이나 나르샤의 ‘삐리빠빠’를 보며 가인의 솔로가 이런 모습으로 나올 거라 예상한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세련된 신스팝을 선보여 왔던 윤상의 참여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하지만 가인과 윤상, 그리고 ‘Abracadabra’의 이민수 작곡가는 의외로 탱고, 그것도 무늬만이 아닌 진짜 탱고의 리듬과 세션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가인의 아이라인만큼이나 강렬한 곡이 등장했다. 4. 윈터플레이(Winterplay)의
보컬리스트 혜원의 끈적이지만 느끼하지 않은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재즈 세션은 매혹적이다. “한 번 들으면 자꾸 빠져드는 보사노바풍의 음악인데요, 쌀쌀한 날 지인들과 간단하게 차나 와인을 마실 때 켜고 들으면 좋은 곡이에요.” 특히 윈터플레이가 좋은 것은, 재즈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장르의 순수성이란 개념에 매몰되지 않고 누구나 듣기에 좋은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어떻게 다른 건지 모르겠다고? 그럼 우선 이 곡 ‘Melon Man’을 들어보길 바란다. 5. Various Artists의 < Cinema Paradiso >
“영화를 안 본 사람이라도 한 번쯤 이 음악은 들어봤을 거예요”라며 이정진이 추천한 마지막 곡은 영화 의 O.S.T 중 ‘Love Theme’이다. 사실 영화의 동명 테마인 ‘Cinema Paradiso’, 토토의 유년기 시절 흘러나오던 ‘Childhood And Manhood’처럼 이 앨범의 곡 중 어느 하나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곡은, 그리고 가슴을 울리지 않는 곡은 없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역시 ‘Love Theme’이다. “중년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가 남긴 영상을 보는 엔딩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인데 마지막 장면의 감동을 극대화시켜 보는 저까지 뭉클했었죠. O.S.T로 영화의 기억까지 되살리는 참 멋진 곡이에요.” 이정진의 말처럼 때로 음악의 짧은 테마는 의 마들렌 과자처럼 우리를 영화를 보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한다. 물론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은 흔하지 않다. 이 곡 ‘Love Theme’이 위대한 건 그래서다. 현재 이정진은 배우로서 또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경력 그 어느 때보다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부침 심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인기라는 척도는 그다지 튼튼한 뿌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결국 남는 것은 연기력과 그것이 곳곳에 스민 필모그래피다. 최근 개봉한 영화가 그의 커리어 안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다. 언뜻 장르물을 표방하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들의 편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고발하는 이 사회성 짙은 작품에서 이정진은 유괴범으로 몰리는 세진으로 등장한다. 오직 전과 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정적 증거 없이 범인으로 몰리지만 특별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 캐릭터를 통해 이정진은 드디어 감정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요컨대, 그는 성장했다. 인기는 내리막을 걱정하지만 진짜 실력은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하여, 아직 배우 이정진의 최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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