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맞는다는 것은, 날고 있기 때문에 맞을 수 있는 거래요. 지금까지 많이 맞고 있는 바람이 전화위복이 돼서 저희들이 멀리멀리 날아가라고 하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27, 28 양일간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JYJ 첫 단독 콘서트 ‘JYJ 월드와이드 콘서트 인 서울’에서 JYJ의 멤버 준수는 말했다. 물론 여기서 말한 ‘바람’이 공연을 위해 주경기장 지붕에 설치했던 대형 천막을 공연 첫날 오전 망가뜨려 철거시키고 만 우박과 강풍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재중, 유천, 준수는 지난 해 여름,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팀을 떠났고 SM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월 발매된 이들의 월드 와이드 앨범 (The beginning)의 발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계약과 관련된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SM엔터테인먼트에 남은 두 멤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내년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미발표곡들로 꾸민 최고 수준의 무대
JYJ 월드와이드 콘서트 인 서울│여기, 시작
JYJ 월드와이드 콘서트 인 서울│여기, 시작
이렇듯 다양한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된 JYJ의 첫 콘서트는 27일 지붕 막 철거로 인해 원래 예정되어 있던 저녁 7시에서 8시로 시작 시간을 늦췄고, 국내 및 해외에서 찾아 온 3만 5천여 명의 팬들은 영하의 날씨에 추위를 견뎌야 했다. 물론 카니예 웨스트가 작곡한 ‘Ayyy girl’, 로드니 저킨스의 ‘Empty’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참여한 의 수록곡과 ‘9(nine)’, ‘낙엽’, ‘Mission make it’ 등 미발표곡이 주를 이룬 무대는 정교한 안무와 라이브에 강한 JYJ 멤버들의 실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각자에게 주어진 솔로 무대에서 유천은 전람회의 ‘취중진담’을 불렀으며 준수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I can soar’를, 재중은 KBS OST ‘너에겐 이별 나에겐 기다림’을 부르기도 했다. 머라이어 캐리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유명 스타들의 투어에 참여했던 세계적인 연출가 겸 안무가 제리 슬로터의 지휘로 이루어진 무대 연출 역시 화려한 조명과 역동적인 댄스 퍼포먼스, ‘태양의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고난도의 퍼포먼스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10월 고려대학교 화정 체육관에서 열린 쇼케이스 당시 지적받았던 음향 역시 주경기장이라는 장소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명하고 풍부한 소리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영어 앨범인 의 수록곡들은 한국 및 아시아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콘서트에서 처음 발표된 신곡들 역시 관객이 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기에는 아직 낯설었던 것이 사실이다.

시작하는 팀에게 필요한 건
JYJ 월드와이드 콘서트 인 서울│여기, 시작
JYJ 월드와이드 콘서트 인 서울│여기, 시작
물론 이러한 아쉬움은 JYJ가 말 그대로 ‘시작’하는 팀이기 때문이라는 데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나만의 생각이 있어 나만의 인생이 있어. 감옥 같은 그때 추억하기 싫어. 영원히 바이 바이 바이” 라는 가사로 전 소속사를 겨냥한 듯한 신곡 ‘Pierrot’에서 노래했듯 과거와 안녕을 고하며 동방신기, 혹은 토호신기로 활동하던 시절의 노래를 부를 수 없거나 부르지 않게 된 이들은 데뷔 7년차인 올해 또다시 1집 가수가 되었다. 그러나 비교적 추위가 덜했던 28일 공연에서 이들은 전날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플로어석의 좌석 배치를 개선하고 이동식 보조 무대를 활용해 2, 3층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며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JYJ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들에게 맞는 좋은 레퍼토리를 쌓아나갈 ‘시간’이 아닐까.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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