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선후배들이 2008년 연말 파티에서 의기투합해 만든 칵스는 이현송(보컬, 23), 박선빈(베이스, 25), 신사론(드럼, 23), 이수륜(기타, 23) 그리고 숀(신디사이저, 21)으로 구성된 록밴드다. 홍대 클럽공연으로 데뷔한 지 1년, 첫 EP 앨범 < Enter >를 발매한 지 4개월 남짓 된 그들은 요즘 각종 록 페스티벌은 물론 라디오 방송과 매체 인터뷰들을 소화하며 인디 신에서 가장 ‘핫’한 밴드로 주목받고 있다. 파티와 클럽공연에 익숙하던 밴드가 갑자기 앨범을 발매하고 꽉 짜인 스케줄을 감당하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 소속사인 해피로봇 레코드와 계약할 때 ‘두 달에 한 번 칵스파티’라는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가 단 번에 거절당했지만 “정규앨범 나온 이후 우리 이름을 건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는 칵스는 여전히 파티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제 막 야생을 벗어나 정돈된 길을 걷고 있는 수탉(Koxx: 원래 스펠링은 cock이지만 동명의 외국밴드가 있어 밴드명을 Koxx로 바꿈) 다섯 마리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이 변화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을까.

“파티하러 모였다가 밴드를 결성했다”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이번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 라인업에 칵스가 포함돼 있지 않더라. 이번에는 관객의 입장으로 편하게 즐겼나.
이현송: 사실 올해 라인업이 화려하지 않나. 너무 대단하신 분들도 오후 2시 무대에 서니까 회사 측에서 ‘올해는 쉬자’고 하시더라. (웃음)
박선빈: 근데 우리는 칵스 하기 전부터 이런 페스티벌을 워낙 좋아해서 많이 보러 다녔다.
숀: 이번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이나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때도 공연 끝나고 바로 관객의 입장으로 돌아갔다. 근처에 숙소까지 잡고. (웃음)
이현송: 개인적으로 이번 GMF에서는 ‘Loving Forest’ 무대에서 진행된 뜨거운 감자 공연이 제일 좋았다.
박선빈: 메인 무대에서 노리플라이 공연 하는 거 보고 그 쪽 무대로 갔는데, 입구에 줄이 완전 길게 서 있는 거다. ‘이 줄은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두 손으로 숀을 가리키며) DJ 숀 무대가 제일 좋았다. (웃음)

‘Goast Daning’에서 숀과 데이브레이크 보컬 이원석이 디제잉을 했는데, 양 쪽 분위기가 완전 다르더라. 이원석 쪽이 거의 팬미팅 수준이었다면, 숀은 멘트도 거의 하지 않고 진짜 디제잉만 열심히 하더라. 덕분에 마니아들이 많이 몰린 것 같았다.
숀: 그래도 중간 중간 god, 스페이스A 그리고 GMF 테마송 팝콘도 틀었다. (웃음) 어떤 DJ들은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계속 틀면서 관객들이 즐기길 바라는 일종의 ‘곤조’가 있다. 물론 나도 그런 부분을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파티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음악을 어느 정도 틀어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무대에서도 god의 ‘니가 있어야 할 곳’을 틀었을 때 반응이 진짜 좋았다.

칵스는 어떻게 결성된 건가.이현송: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동기들이다. 아, 숀은 후배고. 2008년 12월 31일, 록 음악 하는 친구들끼리 마지막 날을 재밌게 보내자고 파티를 기획했다.
신사론: 지금은 없어졌는데, 신촌에 있는 몽환이라는 곳에서 파티를 했다. 당시 카잘스, 스트록스, 폴스, 프란츠 퍼디난드의 음악을 틀고 놀았다. 숀이 디제잉을 하고. 사실은 같은 과 친구들보다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그래서 너 동생 무용과라며, 너 친구는 연영과라며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서 초대했다.
이수륜: 근데 결국 모이고 보니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렇게 인사하고 있더라.
숀: 거의 학교 오리엔테이션 수준이었지. (웃음) 그래도 나름 마지막 날이라고 12시 되기 몇 초전에 카운트다운까지 했다. 내가 3, 2, 1 외치자마자 큰 통에 펀치를 막 부어놓고 컵들을 던졌다. 마음껏 마시자고.
이현송: 어떤 사람들은 물총에 술을 담아서 서로 쏘기도 하고. 하하하.
박선빈: 숀이 카운트타운할 때 난 화장실에 있었다. 카운트다운을 다 듣고 ‘오! 12시다!’하고 핸드폰을 봤는데 아직 안 됐더라. (웃음)
숀: 뭐, 그게 살짝 안 맞을 수도 있는 거다.
이현송: 그 파티 끝나고 멤버들의 조합이 너무 좋아서 칵스를 결성하게 됐다. 물론 중간에 멤버 교체가 있긴 했지만.
박선빈: 당시 나랑 숀은 다른 팀에 속해 있었다. 나는 2009년 7월쯤에 칵스의 한 멤버가 미국에 한 달 정도 가 있을 때 ‘내가 도와줄게’하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됐고, 숀은 11월쯤에 들어왔다.

그 한 달 공백기에 들어와서 결국 정착을 한 셈이네? (웃음)
박선빈: 그 땐 클럽공연이랑 뒤풀이가 끝나면 다섯 명이 하루는 얘네 집, 다음날은 쟤네 집 이렇게 자면서 거의 한 달을 집에 안 들어갔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이걸 계기로 멤버들이랑 완전 친해졌다.
신사론: 우리끼리 그걸 칵스 투어라고 불렀다. 하하하.
박선빈: 미국 갔던 멤버가 돌아왔을 땐 다들 그 멤버한테 미안하다면서.

‘Trouble Maker’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던 술-공연-술-귀가로 이어지던 하루가 진짜였단 말인가. 하하하.
박선빈: 사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뮤직비디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웃음)

“헬로루키 선정되고 나서는 완전 난리가 났다”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칵스를 대중에게 알리고 소속 레이블을 찾게 된 계기가 바로 EBS 였다. 그 때 기억을 떠올려본다면.이현송: 사론이가 “야, 올해 마지막 오디션이라는데 어떡하지?” 하길래 “뭐, 넣자”해서 신청했다. 하긴 그 전에는 오디션을 보고 싶어도 곡이 없었다. (웃음) 2곡을 심사한다는데 마침 완성곡이 딱 두 곡이었다. ‘Acdc’와 ‘Trouble Maker’. 근데 11월 헬로루키에 선정될 거라곤 정말 예상 못했다. 물론 염원하고 기도했지만. 근데 딱, 된 거다!
이수륜: 우선 올해 마지막 달이라니까 넣자, 이런 심정이었다. 그리고 작년 말에 어떻게든 데모를 완성해서 레이블에 돌리기로 마음먹고 있던 참이었다. 근데 헬로루키가 된 거다. 마음이 이만큼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발표가 나니까 완전 난리가 났다.

칵스 이름이 발표되고, 누가 제일 좋아했나.
일동: 전부 다 뛰었다.
이수륜: 공연하시는 분들, 보러 오신 분들 모두 ‘쟤넨 뭐야?’ 하는 눈빛을 보내시더라.
이현송: 그게 우리가 첫 번째로 불려서 그런 거다. 만약 첫 번째 합격자가 조용히 나갔으면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조용히 나갔겠지. 어쨌든 우리한테는 너무 큰 상이고, 더군다나 첫 번째로 불렸고. 막 소리 지르고 뛰다가 막상 무대 올라갈 때는 좀 뻘쭘하게. (웃음)
이수륜: 그 달 오디션이 워낙 치열했다. 왜 이런 분들이 뽑혔지? 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 정도로. 만약 (헬로루키에) 안 됐거나 (신청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진짜 운이 좋았다.
숀: 그렇게 헬로루키에 선정되고 올 6월에 첫 EP를 내고, 뭔가 착착착 진도가 나갔던 것 같다. 덕분에 대중들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반응을 보여주셨고.

당시 오디션 현장은 어땠나. 관객들이 직접 신청해서 헬로루키 오디션 현장에 오긴 하지만, 아무래도 칵스 무대가 낯설었을 텐데.
이현송: 100분 정도 오셨는데, 우리 공연 최대 관객 수였다. (웃음)
이수륜: 보통 우리가 클럽공연하면 한 6~70명 오시거든. 그 때 관객들이 막 일어나서 뛰거나 하진 않았지만, 눈빛들이 ‘어이구, 어이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파티 태생 밴드가 앨범을 발매한다는 게 사실 좀 의외였다. 그냥 클럽에서 공연하고 파티 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걸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이현송: 칵스가 처음 결성됐을 때 최종 목표는 앨범을 내는 거였다. 물론 초반에는 홍대에서 꾸준히 공연하는 인디밴드가 되자였고. 사실 매 공연 때마다 템포를 맞춘다고 해도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나. 근데 앨범을 만들고 나니까 어떤 기준이 되는 음원이 딱 나온 것 같아서 좋다. 물론 공연용 음악을 하나의 음원으로 만드는 작업이 쉽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오래 걸리진 않았다. 한두 달 정도?
신사론: 공연을 하다가 앨범을 내는 게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공연을 워낙 많이 하다보니까 앨범 작업하는 건 오히려 수월했다.
이현송: 단지 우리가 녹음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까 프로듀서님이 그런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셨다.
박선빈: 다섯 명이 다 다른 얘기를 하면 프로듀서님이 가운데서 그걸 잘 조율하시면서 은근슬쩍 본인 의견을 내놓으신다. 이건 어때? 하시면서. (웃음) 우선 우리가 제안한 대로 해보고 그게 아니다 싶으면 ‘어때? 해보니까 그게 더 낫지?’하면서 본인 의견대로 하실 때도 있고, 우리가 얘기한 게 더 나으면 ‘오, 이것도 좋네?’하면서 그 방향대로 하시고.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숀은 어땠나. 막내인데다 포지션이 신디사이저라 록 사운드와 조율하는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을 텐데.
숀: 처음에 칵스 합류에 대해 고민했던 이유도 혹시나 내가 칵스의 색깔을 망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근데 들어와 보니 뭐, 있으나 없으나 그게 그거더라. (웃음) 농담이고. 처음에는 록 사운드에 신디사이저를 ‘입힌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니까 정말 고민이 많이 되더라. 그러다가 록 사운드를 피해서 작업을 하게 됐는데, 다행스럽게 두 사운드 모두 잘 나오게 됐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 봐야 될 문제다.
신사론: 우리 네 명 모두 개러지 록 기반이다 보니까 일렉트로닉이 들어오면 좋겠다 싶어서 계속 탐을 내던 후배였다. 지금이야 일렉트로록이지만, 처음에는 숀 말처럼 개러지 록에 신디사이저를 입힌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많이 부딪혔고. 근데 사운드 조율도 조율이지만, 서로 인간적으로 많이 편해지다 보니까 그런 부분까지 좀 수월해진 것 같더라.

언제 처음 기존 멤버와 숀이 서로를 편한 존재로 느낀 것 같나.
숀: 그게, 음… 되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신사론: 그저께? (웃음) 농담이다.
이현송: 작년 말? 아니다, 올해 EP 앨범을 작업하면서 숀한테 ‘어? 얘가 날 이렇게 챙겨주는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외국인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준다”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타이틀곡 ‘Over And Over’는 확실히 다른 곡에 비해 어렵지 않고 대중적인 느낌이다. 애초에 타이틀곡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건가.
이수륜: 처음으로 목적성을 띤 음악을 만들어봤다. 다른 곡들을 다 넣고 보니 너무 색깔이 짙은 거다. 사실 개러지 록이 대중들에게 낯선 장르인데. 그래서 메이저한.
이현송: 여기서 메이저하다는 건, 인디와 메이저 같은 영역이 아니라 장르를 말하는 거다. 밝고 말랑말랑하고 듣기 편한 장르.
신사론: 사람들이 함께 뛸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Over And Over’ 첫 부분 드럼 템포를 맞출 때도 그냥 앉아서 한 게 아니라 직접 일어나 뛰어보면서 그 박자에 맞춰 템포를 잡았다.
박선빈: 나머지 곡들은 이미 우리가 작업해 놓은 곡들이었고.

EP 앨범을 발매하고 부쩍 페스티벌, 방송 그리고 매체 인터뷰까지 굉장히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 클럽공연 위주로 활동하던 시절의 칵스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박선빈: 그 땐 그저 부담 없이 우리가 자유롭게 놀고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수륜: 그래서 술도 조금씩 먹고 무대에 올라가고. (웃음) 사실 관객들도 술을 먹은 상태니까 우리도 흥이 날 정도로만 조금씩 마셨다.
박선빈: 그러다가 사고 한 번 쳤지. 새벽 2시 반 공연인데 거기다 또 한 시간이 미뤄진 거다. 공연 순서 기다리면서 홀짝 홀짝 하다가… (라면 먹는 시늉을 하면서) 공연을 아주 맛있게 후루룩 말아먹었다.
이현송: 저도 한 술 거들었습니다.
일동: 으하하하하.
이수륜: 그 때 난 감기약을 먹은 상태라 유일하게 술을 안 먹었는데, 만약 내가 감기에 안 걸려서 나까지 술을 먹었으면 그 날 공연은 진짜 끝, 끝이었다.
박선빈: 우리가 막 술에 취해서 우물우물… 음, 여긴가? 이러고 있으면 수륜이가 와서 “형, 여기 짚어” 이렇게 해줬다. (웃음)

개러지 록이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장르가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클럽 공연 때도 국내 관객보다는 외국인들이 더 호응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이현송: 우리를 대중적으로 알린 게 헬로루키라면, 클럽공연 시간대를 평일에서 주말로 옮길 수 있었던 건 외국인 관객들 덕분이었다. 보통 클럽공연을 하면 평일 공연으로 시작해서 반응이 좋으면 금, 토 공연으로 넘어가거든. 근데 외국인들이 평일에 우리 공연을 보고 막 열광하는 거다. 그래서 우린 평일 공연 딱 두 번 하고 바로 주말로 넘어갔다. (웃음) 그 분들이 온라인에서 팬카페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오프라인에서 우리 공연을 보면서 호응을 많이 해준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가장 많이 변한 건 뭔가.
숀: 그 땐 그냥 이 곡, 저 곡, 저 곡, 이 곡 이런 식으로 공연했다면 요즘에는 체계적으로 리스트도 짜고 거기에 대한 회의도 하고 공연 끝나면 리뷰까지 한다.
박선빈: 이제는 책임감이 좀 생겼다고 할까. 단순히 우리만 즐기면 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될 것 같은 책임감.

그런 변화를 겪어보니, 과거가 그리운가 아니면 앞으로 이 길을 계속 나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나.
이현송: 사실 앨범내고 공연하고 방송하고 이런 스케줄이 체계적으로 생기다 보니까 파티하고 공연하던 때가 살짝 그립긴 하다.
이수륜: 그립다기보다 이렇게 스케줄이 빡빡하다보니까 멤버들이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우리가 일주일에 두세 번 공연을 한다고 해서 나머지 날을 아예 쉬는 게 아니라 또 개인적인 스케줄이 있는 거니까. 그리고 공연하고 인터뷰하고 방송하고 이런 스케줄 패턴이 자꾸 반복되니까…
박선빈: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이현송: 어쨌든 스케줄이 체계적인 만큼 칵스도 차곡차곡 성장해가는 것 같다. 뭔가 착착 쌓이는 느낌이랄까.

“우리끼리 편하게 놀고 즐기는 파티를 열고 싶다”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인디10│⑨ 칵스 “우리는 파티 태생 밴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파티를 한다면 그런 매너리즘에서 조금은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칵스 이름을 건 파티를 한다면, 각자 어떤 콘셉트로 하고 싶은가.
박선빈: 우리가 파티 태생 밴드니까 이 회사랑 계약할 때도 ‘두 달에 한 번 칵스 파티’라는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돌아오는 반응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였다. (웃음) 뭐 정기적으로는 못하지만, 정규앨범 나온 이후 칵스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
이현송: 어떤 멤버가 파티를 기획하든 다 비슷할 거다. 아마도 2008년 마지막 날 파티처럼 펀치 쏟아 붓고 먹으면서 놀고 즐기는 파티가 될 거다.
박선빈: 달라봤자, 곡 순서? (웃음)
이현송: 아니면 악기 위치 이런 거. (웃음)
이수륜: 2008년 파티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워질 거 같다.
박선빈: 사실 우리끼리 편하게 놀고 즐기고 싶은 파티라, 팬들보다는 같이 음악 하는 사람들이나 주변인들을 초대하고 싶다.

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칵스 팬은 발 벗고 온라인 홍보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지 않나. (웃음)
박선빈: 아마 애장품 이벤트 때문일 거다. (웃음)

아, 이수륜이 어쿠스틱 기타를 내놓았던?
이현송: 어느 날 수륜이 부모님이 택배를 보내셨는데, 그게 그 어쿠스틱 기타였다.
이수륜: 중학교 때 쓰던 기타였는데, 안 쓸 거면 가져가라면서. 근데 또 막상 내가 쓰려니까 좀 그래서 애장품 이벤트 할 때 내놓았다.
박선빈: 그게 인기가 제일 많았다.

다른 멤버들은 어떤 애장품을 내놓았나?
이현송: 나는 작은 열쇠고리 지갑이었는데…
박선빈: 양심이 좀 없었다.
이현송: 아니야,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거다. 정성과 마음이 중요한 거 아닌가.
숀: 난 보타이.
박선빈: 그래, 이 정도는 되야한다.
신사론: 난 공연 때 입었던 원피스.

원피스라면?
이현송: 혹시 여자들이 입는 예쁜 원피스를 상상하는 건가? 그런 거 말고 보통 아줌마들이 입는 편안한 몸빼 원피스 있잖나.
신사론: 공연 때 종종 그런 옷을 입는다. (웃음)

각종 무대 경험을 실컷 해 봤는데, 이제 남은 건 공중파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출연인 것 같다. 혹시 욕심나는 프로그램이 있나?
일동: 다 나가고 싶다.
이수륜: 영상으로 우리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가고 싶지 않겠나.
이현송: 난 개인적으로 에 꼭 나가고 싶다. 이나 은 예전 때부터 만들어 온 그 특유의 스튜디오 분위기가 있는데, 는 사운드도 좋고 부스 안에 들어가서 부를 수도 있고. (웃음)

근데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뮤지션들이 일어나라고 말하기 전까지 관객들이 다 가만히 앉아있지 않나. 칵스 음악의 특성상 관객들이 전부 뛰어야 분위기가 사는데, 만약 출연하게 되면 그런 부분이 좀 고민되겠다.
박선빈: 오, 진짜 예리한 질문이네.
이수륜: 예전에 한 번 방청을 갔는데, 희열님이 말을 너무 잘하시니까 다들 빵빵 터지더라. 박지선 씨 나올 때는 다들 죽고. (웃음) 그러던 사람들이, 내가 보기엔 절대 안 일어날 수 없는 무대인데도 가만히 앉아 있더라.
숀: 한 번은 어떤 관객이 ‘왜 일어나라고 말 안했냐’고 글 쓴 걸 봤다. 근데 페스티벌 때는 다들 알아서 방방 뛰지 않나. 왜 그럴까?
신사론: 돈을 냈으니 뽕을 뽑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정규 앨범은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박선빈: 11월 17일에 무릎 연골 수술을 받는데, 이 수술을 기점으로 EP 활동을 마무리하고 정규 앨범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어릴 때 다쳤는데 지금 네 번째이자 마지막 수술이다. 성공 확률이 25%라는데 만약 잘 안되면…
이현송: 베이스 멤버 바뀌는 거다. 운전면허증 소지자 우대합니다. 하하하.
이수륜: 아니지, 뒤에 앉아서 연주하면 된다. 그러면 관객들이 ‘어? 베이스가 안 보이는데 소리는 들려’라고 말하겠지. (웃음)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