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좋은 드라마의 조건
, 좋은 드라마의 조건" /> 마지막회 KBS2 밤 10시 55분
“어른들의 세상에 네가 꿈꾸는 세상은 없다.” 옥상에서 한실장(정성모)이 탁구(윤시윤)와 몸싸움을 하다가 내뱉은 말 속의 이 ‘어른들의 세상’은 가 보여주는 세상 그 자체다. 음모와 협잡, 비밀과 술수가 난무하고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상처입거나 희생되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세상, 누군가가 갖게 되면 누군가는 빼앗기고, 두 명의 1인자는 존재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상 반대편에 ‘팔봉제빵점’과 탁구가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 탁구가 어른들의 세상을 빠져나와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며,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제빵점으로 돌아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결국 의 세상은 탁구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한실장이 말한 철저한 자본주의와 이기심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탁구의 끊임없는 노력은 마준(주원)을 변화시켰지만, 를 ‘드라마’가 되게 한 서인숙은 끝내 자신을 버리지 못했다. 제대로 된 여성상을 단 한 번 도 보여준 적이 없는 이 드라마의 마지막에서야 자경(최자혜)이 동생들의 힘으로 대표가 되어 경영인의 꿈을 이루었다고 해서 그것을 의미 있는 반전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는 늘 착한 탁구가 살고 있는 나쁜 세상을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그 나쁜 세상에서 탁구의 낙천성과 순수함이 승리할 때, 시청자들은 채널을 고정한다. 만약 를 ‘착한 드라마’라고 불러야 한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탁구가 단 한 번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댓가로 제빵점에 서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게 되는 그 마지막 장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착한 편이 승리 한다고 해서 그 드라마가 착한 드라마가 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해서 반드시 그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인 것은 아닌 것처럼.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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