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학생회장이 있는 학교라면, 심지어 그에게 찍히기까지 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학 수속을 밟아야 마땅하다. 자기 똘마니들이 괴롭힌 신입생에게 다가가 “미안하게 됐다. 내 대신 사과하지”라고 자상하게 말해주다가 순간 눈빛을 바꿔 “네 놈 하기에 따라 이 성균관은 극락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차갑게 으름장을 놓는 KBS 의 성균관 장의 하인수는 정말 적으로 두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그리고 이 포커페이스의 악역을 연기한 배우 전태수 역시 적으로 두고 싶지 않은 타입이다. 아, 물론 자기편이 아니면 해코지를 할 것 같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벗으로 두고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만 같다.
모범답안과 영근 속을 가진 학생회장 “다들 그러세요. 카메라 안에서 볼 때랑 실제로 볼 때랑 많이 다르다고.” 웃는 눈이 선해 보인다는 말에 슬쩍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그의 눈초리가 다시금 초승달처럼 휘어진다. 누나인 배우 하지원과 똑같이 생긴, 여성적인 곡선의 눈매와 조곤조곤한 목소리. 대체 어디서 충혈된 눈빛으로 신입생을 협박하고, 자신이 연모하는 기생에게 “네가 언제까지 나를 거절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기생 년의 신의가 대단한지, 이 하인수의 힘이 더 대단한지, 재밌는 승부가 되겠군”이라 말하는 독기가 나온 건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역시 조금은 수줍은 목소리의 답변이 되돌아온다. “우스갯소리로 박민영 씨가 그러더라고요. 드라마 끝날 때 되면 오빠 눈 튀어나오겠다고, 눈 안 아프냐고요.”
하지만 그를 조금 더 알고 싶다는 호감 어린 호기심이 생기는 건, 극 중 하인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싹싹한 태도와 답변 조심스러운 때문만은 아니다. 본인 말대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태도도 태도지만 무엇보다 “대사도, 리액션도 중요하지만 눈빛만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우면서도 제일 재밌”다며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말할 때 이 청년의 잘 영근 속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원의 동생이라는, 굳이 내세우진 않더라도 얼마든지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단편 저예산 영화든 상업 영화든 상관없이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뛰어들어” 쌓아온 < K&J 운명 >, 같은 필모그래피를 본다면 더더욱. 30여분짜리 영화인 < K&J 운명 >의 K가 너무 마음에 들어 오디션을 보고 참여했다던 그에게서는 단숨에 스타가 되고 싶다는 치기나 연예계에 대한 허영심 섞인 동경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전문가인 척 으스대기보다는 “딱 보고 무엇인지 알아보는 재현적인 작품보다는 비구상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차분히 앞으로의 바람을 드러내는 정도에서 말을 아낀다. 요컨대, 그의 내면은 노적가리가 차곡차곡 잘 쌓인, 그래서 앞으로도 무너뜨리지 않고 잘 쌓을 수 있는 곳간을 보는 듯하다.
“조급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조급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군대 다녀온 뒤 조급한 기분일 때도 있었지만 이젠 한 단계 한 단계 오르고 싶어요”라는 그의 말은 그저 신인 배우의 입에 발린 모범 답안으로 들리지 않는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했던 축구를 아버지의 반대로 그만둔 뒤, 바로 연예계로 뛰어들고 싶은 욕구를 참고 대학 조소과에 진학해 군 복무까지 마치고서야 자신이 꿈꾸던 배우 일을 시작한 이 신인은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기보다는 한 칸 한 칸을 발로 잘 다질 줄 안다. 말하자면 학생회장의 커다란 야망보다는 혼자 남아 뒷정리를 하고 돌아가는 청소부장의 성실함이, 그에게선 느껴진다. 물론 무엇이 배우로서 더 큰 미덕인지는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벗으로 삼기에는, 역시 성실한 청소부장이 더 좋을 것 같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모범답안과 영근 속을 가진 학생회장 “다들 그러세요. 카메라 안에서 볼 때랑 실제로 볼 때랑 많이 다르다고.” 웃는 눈이 선해 보인다는 말에 슬쩍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그의 눈초리가 다시금 초승달처럼 휘어진다. 누나인 배우 하지원과 똑같이 생긴, 여성적인 곡선의 눈매와 조곤조곤한 목소리. 대체 어디서 충혈된 눈빛으로 신입생을 협박하고, 자신이 연모하는 기생에게 “네가 언제까지 나를 거절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기생 년의 신의가 대단한지, 이 하인수의 힘이 더 대단한지, 재밌는 승부가 되겠군”이라 말하는 독기가 나온 건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역시 조금은 수줍은 목소리의 답변이 되돌아온다. “우스갯소리로 박민영 씨가 그러더라고요. 드라마 끝날 때 되면 오빠 눈 튀어나오겠다고, 눈 안 아프냐고요.”
하지만 그를 조금 더 알고 싶다는 호감 어린 호기심이 생기는 건, 극 중 하인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싹싹한 태도와 답변 조심스러운 때문만은 아니다. 본인 말대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태도도 태도지만 무엇보다 “대사도, 리액션도 중요하지만 눈빛만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우면서도 제일 재밌”다며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말할 때 이 청년의 잘 영근 속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원의 동생이라는, 굳이 내세우진 않더라도 얼마든지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단편 저예산 영화든 상업 영화든 상관없이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뛰어들어” 쌓아온 < K&J 운명 >, 같은 필모그래피를 본다면 더더욱. 30여분짜리 영화인 < K&J 운명 >의 K가 너무 마음에 들어 오디션을 보고 참여했다던 그에게서는 단숨에 스타가 되고 싶다는 치기나 연예계에 대한 허영심 섞인 동경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전문가인 척 으스대기보다는 “딱 보고 무엇인지 알아보는 재현적인 작품보다는 비구상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차분히 앞으로의 바람을 드러내는 정도에서 말을 아낀다. 요컨대, 그의 내면은 노적가리가 차곡차곡 잘 쌓인, 그래서 앞으로도 무너뜨리지 않고 잘 쌓을 수 있는 곳간을 보는 듯하다.
“조급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조급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군대 다녀온 뒤 조급한 기분일 때도 있었지만 이젠 한 단계 한 단계 오르고 싶어요”라는 그의 말은 그저 신인 배우의 입에 발린 모범 답안으로 들리지 않는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했던 축구를 아버지의 반대로 그만둔 뒤, 바로 연예계로 뛰어들고 싶은 욕구를 참고 대학 조소과에 진학해 군 복무까지 마치고서야 자신이 꿈꾸던 배우 일을 시작한 이 신인은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기보다는 한 칸 한 칸을 발로 잘 다질 줄 안다. 말하자면 학생회장의 커다란 야망보다는 혼자 남아 뒷정리를 하고 돌아가는 청소부장의 성실함이, 그에게선 느껴진다. 물론 무엇이 배우로서 더 큰 미덕인지는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벗으로 삼기에는, 역시 성실한 청소부장이 더 좋을 것 같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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