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그들의 역사를 보여주세요
, 그들의 역사를 보여주세요" /> 토 MBC 오후 5시 15분
만약, 이 프로그램이 씨엔블루의 리얼리티 쇼였다면 방송의 내용이 충만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난스러우면서도 승부근성을 불태우는 이십대 초반 남자아이들의 면면은 짧은 시간 안에도 잘 드러났고, 그러면서도 멤버 각자의 캐릭터와 관계는 두드러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라는 방송의 본래 취지에 비춰 볼 때 오랜 시간을 투자한 포켓볼 대결은 주인공인 두 사람이 험난한 대결 끝에 승리를 거두고도 어색하게 기쁨을 나누는 장면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프로그램의 제목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 프로그램에 리얼한 결혼생활의 모습을 기대하는 시청자는 없다. 대신 방송은 두 남녀가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므로 방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가 영글어가는 속도와 단계다. 정용화와 서현의 사이가 지나치게 더디게 진행되는 반면 만남과 동시에 커플들의 전형적인 애정행각을 흉내 내는 닉쿤과 빅토리아는 과정을 생략한 느낌이다. 아직 두 사람의 친밀함을 증명하기도 전에 질투의 감정부터 확인하는 것은 아무래도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기 어렵다. 잦은 결방과 비현실적인 이벤트들에도 불구하고 조권과 가인 커플이 여전히 미묘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은 중요한 기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티격태격하던 초반의 기 싸움부터 밀고 당기는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거쳐 첫키스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시간을 쌓아 온 이들은 이제 지난 방송 아이템인 잡지 촬영의 후일담으로도 분량을 만들어 내고 낙지 한 마리를 두고도 역할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가상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다른 두 커플을 잘 이해하고 이들의 심리를 실험할 수 있는 좋은 샬레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스타를 만나는 꿈같은 해프닝이나 기시감이 느껴지는 면허시험 도전이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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