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스런 키스>, 드라마는 풍경화가 아니다
, 드라마는 풍경화가 아니다" /> 1회 수 MBC 밤 9시 55분
조명은 화사하고, 색감은 눈부시다. 말랑말랑하면서도 수줍은 순정만화의 소녀적인 감성을 담아내기에 의 그림은 봄날처럼 따스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풍경화가 아니다. 그림 속의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고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드라마의 숨결이 살아나는 법이다. 의 첫 방송이 연출자의 특기를 확인하는 것 이외에 어떤 인상도 남기지 못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 시간 가량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설명하는데 실패했다. 거만한 것인지 냉철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백승조(김현중)의 캐릭터는 물론, 학원순정물 여주인공 특유의 밋밋한 성격으로 만들어진 오하니(정소민) 역시 참신함을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친구들과 가족, 선생님까지도 누구 하나 디테일하게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인물이 없다. 저돌적이고 무식한 봉준구(이태성)가 맥락 없이 과장된 사투리를 사용하는 설정조차도 안일하게 느껴질 정도다. 더구나 가 정교한 플롯이나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만들어질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우려되는 바가 크다. 코미디 그것도 로맨틱 코미디에서 캐릭터란 바탕이요, 기둥이요, 지붕이기 때문이다. 색색의 국숫가락이 널려 있는 식당, 여고생의 마음처럼 자유로운 상상 신, 반짝거리는 교정의 모습에 공들이는 것만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 모름지기 드라마란 거짓의 세상을 나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읽지 않아도 그만인 남의 일기장처럼 외면받기 전에, 이 드라마는 장난스러울지라도 다시 보고 싶을 만큼 기억에 남는 키스를 과연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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