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왕관은 좀 내려놓고 인터뷰하면 안 될까? 뭐야, 고정된 거야?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고 해도 ‘마법소녀’ 버전으로 등장한 오렌지 캬라멜을 실제로 앞에 놓고 의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늘색 파스텔 톤의 요정 복장은 달에서도 보이는 만리장성처럼 서울 한 복판에서도 눈에 띌만한 것이었고, 그런 소녀 셋이 현실 속에서 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은 예쁘거나 귀엽기 이전에 조금은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그들이 그 콘셉트로 처음 TV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한결 같은 반응을 보였다. “ㅇㅏㅋ!”
왕관과 왕 리본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것 “앨범 재킷을 찍으면서 처음으로 의상을 봤어요. 아, 이런 옷을 입어야 하는구나. 미리 언질을 받아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좀 더 강한 옷이라 좀 놀랐어요.” (레이나) 어떤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도, ‘마법소녀’를 부르는 오렌지 캬라멜의 콘셉트와 퍼포먼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애프터스쿨 멤버로 구성된 이 새로운 유닛은 애니메이션 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의상과 그런 애니메이션 주제곡으로 어울릴 것 같은 ‘뽕끼’ 가득한 멜로디, 그리고 곡 후반부 판토마임을 이용한 댄스 타임을 보여주었고, 그들의 무대 퍼포먼스를 끝까지 보기 위해서는 리모컨 채널 변환 스위치를 놓고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손발이 수축되는 중에도 채널은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난 몰라 난 몰라 천 번 만 번 말해줘도 몰라 몰라’라고 가사를 흥얼거리게 됐다는 것이다. KBS 에서 왕비호가 이들에게 던진 ‘여자 노라조’라는 독설은 사실 그래서 정확한 표현이다.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하는 건 그냥 특이한 거다. 하지만 대중에게 끝내 납득시키면 그건 대단한 거다.
콘셉트의 승리, 혹은 사장님의 승리. 하지만 이 마법소녀들이 오렌지 캬라멜이라는 이름 그대로 가장 상큼한 모습을 보일 때는 지상으로 내려와 평범한 소녀들의 목소리를 들려줄 때다. 리더인 레이나가 “처음 이 옷 입고 인터뷰 다닐 때는 정말 좀 ‘오글오글’ 했죠. 그런데 지금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라며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타입이라면, 무표정해서 ‘시크나나’로 불린다는 나나는 음료수 캔에 적힌 황금소다라는 이름을 보고 “황금이 들어 있나? (레이나 : 아니 이름만 그런 거야) 그런데 황금이라고 적혀 있잖아”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엉뚱한 소녀다. 이미 KBS 를 통해 “까대기 친다”는 부산 사투리를 거침없이 구사했던 리지는 언젠가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레이나가 제기했던 “리지는 옷을 벗으면 과감해진다”는 말에 대해 “그건 진짜 제가 해명하고 싶은데, 얘기를 해드릴게요? 솔직히 어떻게 여자가 발가벗고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적어도 뭐는 걸치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느릿하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당찬 막내다. 말하자면 사진을 찍을 땐 꼭 나나의 왕 리본을 비롯한 모든 액세서리를 착용해야 하는 철저히 콘셉추얼한 외피로 가려도 멤버 개개인이 가진 인간적 개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음 번에는 과일 탈을 쓰고 나올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녀들을 묶는 가장 큰 힘은 오렌지 캬라멜이라는 유닛이나 같은 색상의 유니폼이 아닌, 똑같은 시기에 연습생으로 들어와 같은 방에서 생활하며 쌓아온 친근함과 동질감이다. 여전히 요정의 옷을 입은 채지만 그녀들의 입에서 나오는 숙소 생활은 페어리테일과는 거리가 먼, “구석구석 쌓아놓은 쓰레기를 치우느라 청소만 4시간이 걸리고, 쓸고 닦는 대신 물티슈를 이용하는” 딱 그 나이 그대로의 일상이다. 그런 일상 속에서 나나는 성인이 되면 “지난 번 케이블 방송 촬영 때 저랑 리지만 나이가 안 되어서 클럽에 못 갔는데 나중에 회사 사람들이랑 언니들이랑 다 같이 가고 싶어요”라 소박한 바람을 말하고, 리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같이 가겠다는 나나의 말에 리지는 살짝 부산 억양이 스민 말투로 “참 훈훈하지 않아요?”라며 눈웃음을 짓는다. 이제 실질적으로 활동이 일단락된, 이제 더는 마법소녀일 수 없는 그녀들에게서 여전히 강한 결속력과 상큼함을 기대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다음 번에는 과일 탈을 쓰고 나올지도” (레이나) 모른다 해도, 여전히 채널은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왕관과 왕 리본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것 “앨범 재킷을 찍으면서 처음으로 의상을 봤어요. 아, 이런 옷을 입어야 하는구나. 미리 언질을 받아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좀 더 강한 옷이라 좀 놀랐어요.” (레이나) 어떤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도, ‘마법소녀’를 부르는 오렌지 캬라멜의 콘셉트와 퍼포먼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애프터스쿨 멤버로 구성된 이 새로운 유닛은 애니메이션 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의상과 그런 애니메이션 주제곡으로 어울릴 것 같은 ‘뽕끼’ 가득한 멜로디, 그리고 곡 후반부 판토마임을 이용한 댄스 타임을 보여주었고, 그들의 무대 퍼포먼스를 끝까지 보기 위해서는 리모컨 채널 변환 스위치를 놓고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손발이 수축되는 중에도 채널은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난 몰라 난 몰라 천 번 만 번 말해줘도 몰라 몰라’라고 가사를 흥얼거리게 됐다는 것이다. KBS 에서 왕비호가 이들에게 던진 ‘여자 노라조’라는 독설은 사실 그래서 정확한 표현이다.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하는 건 그냥 특이한 거다. 하지만 대중에게 끝내 납득시키면 그건 대단한 거다.
콘셉트의 승리, 혹은 사장님의 승리. 하지만 이 마법소녀들이 오렌지 캬라멜이라는 이름 그대로 가장 상큼한 모습을 보일 때는 지상으로 내려와 평범한 소녀들의 목소리를 들려줄 때다. 리더인 레이나가 “처음 이 옷 입고 인터뷰 다닐 때는 정말 좀 ‘오글오글’ 했죠. 그런데 지금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라며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타입이라면, 무표정해서 ‘시크나나’로 불린다는 나나는 음료수 캔에 적힌 황금소다라는 이름을 보고 “황금이 들어 있나? (레이나 : 아니 이름만 그런 거야) 그런데 황금이라고 적혀 있잖아”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엉뚱한 소녀다. 이미 KBS 를 통해 “까대기 친다”는 부산 사투리를 거침없이 구사했던 리지는 언젠가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레이나가 제기했던 “리지는 옷을 벗으면 과감해진다”는 말에 대해 “그건 진짜 제가 해명하고 싶은데, 얘기를 해드릴게요? 솔직히 어떻게 여자가 발가벗고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적어도 뭐는 걸치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느릿하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당찬 막내다. 말하자면 사진을 찍을 땐 꼭 나나의 왕 리본을 비롯한 모든 액세서리를 착용해야 하는 철저히 콘셉추얼한 외피로 가려도 멤버 개개인이 가진 인간적 개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음 번에는 과일 탈을 쓰고 나올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녀들을 묶는 가장 큰 힘은 오렌지 캬라멜이라는 유닛이나 같은 색상의 유니폼이 아닌, 똑같은 시기에 연습생으로 들어와 같은 방에서 생활하며 쌓아온 친근함과 동질감이다. 여전히 요정의 옷을 입은 채지만 그녀들의 입에서 나오는 숙소 생활은 페어리테일과는 거리가 먼, “구석구석 쌓아놓은 쓰레기를 치우느라 청소만 4시간이 걸리고, 쓸고 닦는 대신 물티슈를 이용하는” 딱 그 나이 그대로의 일상이다. 그런 일상 속에서 나나는 성인이 되면 “지난 번 케이블 방송 촬영 때 저랑 리지만 나이가 안 되어서 클럽에 못 갔는데 나중에 회사 사람들이랑 언니들이랑 다 같이 가고 싶어요”라 소박한 바람을 말하고, 리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같이 가겠다는 나나의 말에 리지는 살짝 부산 억양이 스민 말투로 “참 훈훈하지 않아요?”라며 눈웃음을 짓는다. 이제 실질적으로 활동이 일단락된, 이제 더는 마법소녀일 수 없는 그녀들에게서 여전히 강한 결속력과 상큼함을 기대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다음 번에는 과일 탈을 쓰고 나올지도” (레이나) 모른다 해도, 여전히 채널은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