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강호에 처음 출두한 건 십여 년 전. 이미 강호에는 태산북두 김용을 비롯한 수많은 고수들이 그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특히 소녀가 등장하던 시기에는 판타지와 무협의 이종교배로 강호의 혼란이 극에 달해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도서대여점 아르바이트 기간 동안 꾸준히 섭렵한 무협의 비급들을 통해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온라인 동호회에 자신의 필봉을 휘두르며 오직 학문에만 힘쓴 주인공이 무림의 스승이 된다는 독특한 소설을 당당히 공개했다. 이 당돌한 소녀의 이름은 강소라, 당시 그녀의 나이 열두 살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영화 과 tvN (이하 ) 시즌 7로 연예계라는 이름의 강호에 신인의 입장으로 등장한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겁이, 걱정이 없어 보인다.
그녀가 1990년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이유 “처음 만나는 분들은 나이 듣고는 많이들 놀라세요. 성격도 좀 남자 같은 구석이 있고.” 분명 드라마 속의 캐릭터로 배우의 성격을 짐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에서 소심과 궁상 사이를 오가는 소라와 실제의 강소라 사이의 간극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멀어보였다. 물론 말마다 꼬박꼬박 ‘제가 뭐라고’라는 접두어를 붙이며 굳이 손빨래를 하고, 갈비찜을 사양하는, 그러다 몰래 부엌에서 고기를 뜯는 소라 같은 인물을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감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있다면 의 소라는 한없이 마이너스로 기울고, 실제의 강소라는 그 반대 방향으로 육중한 수치를 기록할 것만 같다. 단순히 초등학교 시절 온라인으로 무협소설을 연재하고,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서 공상과학 작품을 집필해 친구들을 놀라게 했던 과거의 흥미로운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여자로서는 숨기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는 과체중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목과 턱의 선이 무너지면서 일체형이 됐어요. 우리는 하나, 이러면서”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녀는 무엇을 이야기하든 솔직하면서도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타입이다.
그녀 말대로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인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1990년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건 그래서다. 그녀는 MBC 에 나오는 아줌마들처럼 이야기에 잘 구운 고기처럼 맛있는 질감을 부여할 줄 안다. 가령 연출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수학 점수가 부족해 대신 연기를 통해 연극학과에 들어가야 했던 고 3 시기를 얘기할 때도 “연기학원에 갔는데 당시 살이 많이 찐 저를 본 선생님께서 ‘소라 씨, 공부 잘하시게 생겼는데 왜 이 힘든 길을 가시려는 건가요’라고 손을 꼬옥 붙잡으시더라고요”라고 그 당시를 하나의 상황극으로 재연하는 식이다. 9월 방영인 SBS 에 수영선수로 캐스팅된 것에 대해 말할 때도, 그녀의 얼굴은 국어책을 읽듯 포부를 밝히는 신인의 굳은 표정이 아니다. “섹시하거나 귀엽다기보다는 선수니까 멋있을 거 같아요. 이미 어깨만 봐도 각이 나오지 않으세요? 아마 감독님께서도 멀리서 ‘저 어깨는… 타고 났어’ 이랬을 거예요.”
“혼자 카페에 가도 어색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 하지만 이처럼 나이답지 않은 여유로움이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것이 세상에 닳고 닳은 달관이나 체념 혹은 그런 척 하는 허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혼자 외출할 땐 화장은커녕 비비크림 바르는 것조차 번거로워” 쌩얼로 다니는 그녀의 자신감은, 오히려 스스로 평범한 청춘이라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그녀는 ‘제가 뭐라고’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길 바란다면서도 “소라가 혁규(고세원), 용주(이용주), 영민(김현정)처럼 지지부진하기보다는 ‘빠샤빠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자신이 가진 이십대 초반의 긍정적 에너지를 숨기지 않는다. 지하철 5호선과 ‘추리닝’을 애용하는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바람은 “원하는 작품을 하기 위해서라도 유명해지는 게 좋겠지만 혼자 카페에 가도, 나도 사람들도 어색해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서 그녀는 덧붙인다. “쌩얼은 자제해야겠죠? 사람들 안구 보호도 해줘야하니까.” 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쌩얼로 다닐 수 없는 어느 시기가 와도 그녀의 담백한 성격에 화장기가 더해지진 않으리라는 걸.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그녀가 1990년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이유 “처음 만나는 분들은 나이 듣고는 많이들 놀라세요. 성격도 좀 남자 같은 구석이 있고.” 분명 드라마 속의 캐릭터로 배우의 성격을 짐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에서 소심과 궁상 사이를 오가는 소라와 실제의 강소라 사이의 간극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멀어보였다. 물론 말마다 꼬박꼬박 ‘제가 뭐라고’라는 접두어를 붙이며 굳이 손빨래를 하고, 갈비찜을 사양하는, 그러다 몰래 부엌에서 고기를 뜯는 소라 같은 인물을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감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있다면 의 소라는 한없이 마이너스로 기울고, 실제의 강소라는 그 반대 방향으로 육중한 수치를 기록할 것만 같다. 단순히 초등학교 시절 온라인으로 무협소설을 연재하고,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서 공상과학 작품을 집필해 친구들을 놀라게 했던 과거의 흥미로운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여자로서는 숨기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는 과체중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목과 턱의 선이 무너지면서 일체형이 됐어요. 우리는 하나, 이러면서”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녀는 무엇을 이야기하든 솔직하면서도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타입이다.
그녀 말대로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인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1990년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건 그래서다. 그녀는 MBC 에 나오는 아줌마들처럼 이야기에 잘 구운 고기처럼 맛있는 질감을 부여할 줄 안다. 가령 연출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수학 점수가 부족해 대신 연기를 통해 연극학과에 들어가야 했던 고 3 시기를 얘기할 때도 “연기학원에 갔는데 당시 살이 많이 찐 저를 본 선생님께서 ‘소라 씨, 공부 잘하시게 생겼는데 왜 이 힘든 길을 가시려는 건가요’라고 손을 꼬옥 붙잡으시더라고요”라고 그 당시를 하나의 상황극으로 재연하는 식이다. 9월 방영인 SBS 에 수영선수로 캐스팅된 것에 대해 말할 때도, 그녀의 얼굴은 국어책을 읽듯 포부를 밝히는 신인의 굳은 표정이 아니다. “섹시하거나 귀엽다기보다는 선수니까 멋있을 거 같아요. 이미 어깨만 봐도 각이 나오지 않으세요? 아마 감독님께서도 멀리서 ‘저 어깨는… 타고 났어’ 이랬을 거예요.”
“혼자 카페에 가도 어색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 하지만 이처럼 나이답지 않은 여유로움이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것이 세상에 닳고 닳은 달관이나 체념 혹은 그런 척 하는 허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혼자 외출할 땐 화장은커녕 비비크림 바르는 것조차 번거로워” 쌩얼로 다니는 그녀의 자신감은, 오히려 스스로 평범한 청춘이라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그녀는 ‘제가 뭐라고’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길 바란다면서도 “소라가 혁규(고세원), 용주(이용주), 영민(김현정)처럼 지지부진하기보다는 ‘빠샤빠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자신이 가진 이십대 초반의 긍정적 에너지를 숨기지 않는다. 지하철 5호선과 ‘추리닝’을 애용하는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바람은 “원하는 작품을 하기 위해서라도 유명해지는 게 좋겠지만 혼자 카페에 가도, 나도 사람들도 어색해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서 그녀는 덧붙인다. “쌩얼은 자제해야겠죠? 사람들 안구 보호도 해줘야하니까.” 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쌩얼로 다닐 수 없는 어느 시기가 와도 그녀의 담백한 성격에 화장기가 더해지진 않으리라는 걸.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