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초복이었는데 우리 훈련병 김남길은 훈련소에서 몸보신 좀 했을까?
식단을 좀 센스 있게 정했으면 닭국 정도는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군대라는 곳이 그렇게 세심한 집단은 아니니까 잘 모르겠네. 나름 건더기 있는 닭국을 먹느냐, 정체불명의 짬뽕국을 먹느냐는 복불복이니까. 하지만 불침번 근무 없으면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8시간 꼬박 자고, 하루 세 끼 정확한 시간마다 먹기 때문에 바쁜 촬영 일정을 소화할 때보다 더 건강해졌으면 건강해졌지 나빠졌을 것 같진 않은데? 물론 이 습하고 더운 날, 통풍 정말 안 되는 전투복에 찜통 같은 방탄 헬멧을 쓰고 훈련을 받는 건 고역이겠지만. 남들보다 군대를 늦게 간 편이니 동기인 이십대 초반들보다 체력적으로 조금 열세일 수도 있고.
너도 그런 훈련 다 받았던 거지? 많이 힘들어?
힘들기야 힘들지. 그런데 사실 군 생활이 힘든 건, 자기가 20년 이상 쌓아온 인간관계나 모든 익숙한 걸 떠나 전혀 다른 환경, 그것도 앉은 자세 하나까지도 각을 잡고 가끔 불합리한 간부들의 지시가 있어도 무조건 따라야 하는 환경 속에서 지내느라 힘든 거거든. 육체적인 고단함은 오히려 부차적이지.
그러니까 다들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 거구나?
뭐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정말 별로 없을 거야. 나도 그랬고.
그럼 그렇게 가기 싫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너는 이번 월드컵 대표팀의 병역 특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내 의견이 궁금한 거야, 아니면 법적으로 명기된 기준이 궁금한 거야? 후자라면 이건 말 그대로 족보에도 없는 특례니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 현재 운동선수들의 병역 혜택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에게만 주어지는 거니까. 그럼 네 개인적인 의견은 다른 거야? 찬성하는 거야?
아니, 그렇다기보다 그냥 좀… 생각이 복잡해. 분명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으로 병역 특례가 적용된 이후 그 때 그 때 병역법에 예외를 두는 건 어떻게 변호를 하던 잘못은 잘못이야. 다만 이런 일들이 제기하는 몇 가지 쟁점들은 나중을 위해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봐. 만약 법적으로 명기된 기준만이 문제라면, 과연 그 기준을 뜯어 고쳐서 월드컵 16강 이상은 앞으로 병역 혜택을 주기로 하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 일인가. 그걸 인정할 수 없다면 과연 운동선수 병역 혜택을 위한 합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과연 그런 근거가 있긴 한 건가.
아무래도 국민들의 공감대라는 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어?
분명 이번 월드컵 대표팀을 비롯해 병역법에 예외를 두는 경우에 있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게 그런 기준이지.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월드컵 대표팀이 16강에 오른 것이 대단한 쾌거라고.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건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거든. 야구나 축구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포함되어 병역 혜택의 기회가 주어진 상태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나 월드컵까지 병역 혜택의 기회가 된다면 야구나 축구에만 너무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거지.
그게 어떤 얘기인지는 알겠는데 축구 선수가 월드컵 성적 덕에 군대를 안 간다고 해서, 올림픽 동메달을 딴 선수가 군대에 가게 되는 건 아니잖아.
한 쪽의 혜택을 늘리는 게, 한 쪽의 혜택을 줄이는 건 아니라는 소리지? 그건 맞는 말이야.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 게 병역 문제의 가장 골치 아픈 지점인 것 같아. 군 복무라는 것이 양가적인 부분이 있거든. 분명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에게 군대라는 건 피할 수 없는 의무야. 하지만 동시에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인생의 페널티이기도 하지. 말하자면 균등한 상실인 셈인 거야. 그렇기 때문에 병역 혜택이란 건 모두가 밥에 김치를 먹을 때 따로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모두가 굶주릴 때 따로 밥을 챙겨 먹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지. 그래서 소위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게 생기는 거고.
결국 본전 생각이라는 거 아니야?
까놓고 말하면 그렇지. 그런데 정말 이 나라에 산다는 이유로 내 본전을 까먹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다른 누구는 본전을 지키는 건 물론, 2년여의 프로 생활로 원금을 불리는 걸 마냥 대인배처럼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심지어 그 기준을 그 때 그 때 유동적으로 넓혀준다면? 그럼 본전을 안 까먹게 해주면 되는 거잖아.
사실 나는 이런 운동선수의 병역 특례에 관한 논의가 바로 이 지점까지 와야 한다고 생각을 해. 다들 때 되면 군대에 가지만, 정작 가야 하는 이유와 책임감을 스스로 내재화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거든. 그래서 군 생활을 버리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은 거고. 정말 한국에서 징병제는 꼭 필요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통해 얻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이고 없다면 어떻게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논의를 통해 군 복무에 대한 담론 자체가 확고히 서지 않은 상황에서 예외의 근거를 세우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밖에 없지. 아닌 말로 정말 대다수의 남성에게 군 복무가 손해가 아닌 자랑스러운 국방의 의무로 받아들여진다면 운동선수의 병역 혜택에 대한 논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겠어? 아니면 반대로, 정말 군대는 정말 ‘뺑이 치는’ 시간이고 미안하지만 국가를 위해 참아달라고 한다면 그 역시 병역 혜택의 기준에 영향을 미치겠지.
그러니까 군 복무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병역 혜택의 기준을 논의하는 건 어렵단 얘기지?
내 생각은 그래. 실제 군 생활이 삽질인 건지, 삽질이 아닌데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지도 확실하게 얘기되지 못하고 그냥 때 되면 다녀오는 현실에서, 병역 혜택에 대한 논의가 ‘내가 뺑이 쳤으니 너네도 뺑이 쳐’ 수준을 벗어나긴 어렵지 않을까. 월드컵 국가대표의 병역 혜택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건 그 이후라고 봐.
그럼 그 모든 것들에 대한 합리적 논의는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
우선 행방불명되진 말아야 뭘 해도 하겠지?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식단을 좀 센스 있게 정했으면 닭국 정도는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군대라는 곳이 그렇게 세심한 집단은 아니니까 잘 모르겠네. 나름 건더기 있는 닭국을 먹느냐, 정체불명의 짬뽕국을 먹느냐는 복불복이니까. 하지만 불침번 근무 없으면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8시간 꼬박 자고, 하루 세 끼 정확한 시간마다 먹기 때문에 바쁜 촬영 일정을 소화할 때보다 더 건강해졌으면 건강해졌지 나빠졌을 것 같진 않은데? 물론 이 습하고 더운 날, 통풍 정말 안 되는 전투복에 찜통 같은 방탄 헬멧을 쓰고 훈련을 받는 건 고역이겠지만. 남들보다 군대를 늦게 간 편이니 동기인 이십대 초반들보다 체력적으로 조금 열세일 수도 있고.
너도 그런 훈련 다 받았던 거지? 많이 힘들어?
힘들기야 힘들지. 그런데 사실 군 생활이 힘든 건, 자기가 20년 이상 쌓아온 인간관계나 모든 익숙한 걸 떠나 전혀 다른 환경, 그것도 앉은 자세 하나까지도 각을 잡고 가끔 불합리한 간부들의 지시가 있어도 무조건 따라야 하는 환경 속에서 지내느라 힘든 거거든. 육체적인 고단함은 오히려 부차적이지.
그러니까 다들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 거구나?
뭐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정말 별로 없을 거야. 나도 그랬고.
그럼 그렇게 가기 싫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너는 이번 월드컵 대표팀의 병역 특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내 의견이 궁금한 거야, 아니면 법적으로 명기된 기준이 궁금한 거야? 후자라면 이건 말 그대로 족보에도 없는 특례니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 현재 운동선수들의 병역 혜택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에게만 주어지는 거니까. 그럼 네 개인적인 의견은 다른 거야? 찬성하는 거야?
아니, 그렇다기보다 그냥 좀… 생각이 복잡해. 분명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으로 병역 특례가 적용된 이후 그 때 그 때 병역법에 예외를 두는 건 어떻게 변호를 하던 잘못은 잘못이야. 다만 이런 일들이 제기하는 몇 가지 쟁점들은 나중을 위해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봐. 만약 법적으로 명기된 기준만이 문제라면, 과연 그 기준을 뜯어 고쳐서 월드컵 16강 이상은 앞으로 병역 혜택을 주기로 하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 일인가. 그걸 인정할 수 없다면 과연 운동선수 병역 혜택을 위한 합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과연 그런 근거가 있긴 한 건가.
아무래도 국민들의 공감대라는 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어?
분명 이번 월드컵 대표팀을 비롯해 병역법에 예외를 두는 경우에 있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게 그런 기준이지.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월드컵 대표팀이 16강에 오른 것이 대단한 쾌거라고.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건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거든. 야구나 축구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포함되어 병역 혜택의 기회가 주어진 상태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나 월드컵까지 병역 혜택의 기회가 된다면 야구나 축구에만 너무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거지.
그게 어떤 얘기인지는 알겠는데 축구 선수가 월드컵 성적 덕에 군대를 안 간다고 해서, 올림픽 동메달을 딴 선수가 군대에 가게 되는 건 아니잖아.
한 쪽의 혜택을 늘리는 게, 한 쪽의 혜택을 줄이는 건 아니라는 소리지? 그건 맞는 말이야.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 게 병역 문제의 가장 골치 아픈 지점인 것 같아. 군 복무라는 것이 양가적인 부분이 있거든. 분명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에게 군대라는 건 피할 수 없는 의무야. 하지만 동시에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인생의 페널티이기도 하지. 말하자면 균등한 상실인 셈인 거야. 그렇기 때문에 병역 혜택이란 건 모두가 밥에 김치를 먹을 때 따로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모두가 굶주릴 때 따로 밥을 챙겨 먹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지. 그래서 소위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게 생기는 거고.
결국 본전 생각이라는 거 아니야?
까놓고 말하면 그렇지. 그런데 정말 이 나라에 산다는 이유로 내 본전을 까먹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다른 누구는 본전을 지키는 건 물론, 2년여의 프로 생활로 원금을 불리는 걸 마냥 대인배처럼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심지어 그 기준을 그 때 그 때 유동적으로 넓혀준다면? 그럼 본전을 안 까먹게 해주면 되는 거잖아.
사실 나는 이런 운동선수의 병역 특례에 관한 논의가 바로 이 지점까지 와야 한다고 생각을 해. 다들 때 되면 군대에 가지만, 정작 가야 하는 이유와 책임감을 스스로 내재화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거든. 그래서 군 생활을 버리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은 거고. 정말 한국에서 징병제는 꼭 필요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통해 얻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이고 없다면 어떻게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논의를 통해 군 복무에 대한 담론 자체가 확고히 서지 않은 상황에서 예외의 근거를 세우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밖에 없지. 아닌 말로 정말 대다수의 남성에게 군 복무가 손해가 아닌 자랑스러운 국방의 의무로 받아들여진다면 운동선수의 병역 혜택에 대한 논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겠어? 아니면 반대로, 정말 군대는 정말 ‘뺑이 치는’ 시간이고 미안하지만 국가를 위해 참아달라고 한다면 그 역시 병역 혜택의 기준에 영향을 미치겠지.
그러니까 군 복무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병역 혜택의 기준을 논의하는 건 어렵단 얘기지?
내 생각은 그래. 실제 군 생활이 삽질인 건지, 삽질이 아닌데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지도 확실하게 얘기되지 못하고 그냥 때 되면 다녀오는 현실에서, 병역 혜택에 대한 논의가 ‘내가 뺑이 쳤으니 너네도 뺑이 쳐’ 수준을 벗어나긴 어렵지 않을까. 월드컵 국가대표의 병역 혜택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건 그 이후라고 봐.
그럼 그 모든 것들에 대한 합리적 논의는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
우선 행방불명되진 말아야 뭘 해도 하겠지?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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