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같은 걸 끼얹나?
1. 액체를 다른 것 위에 흩어지게 내던지듯 뿌리나?
2. 비벼먹고 찍어먹어도 좋지만 역시… 끼얹나…?

KBS 에서 유래된 ‘물 같은 걸 끼얹나…?’는 ‘당신의 아이가 감전을 당했을 때! 이렇게 하면 살 수 있다!’는 화면 우상단의 문구와 지나치게 진지한 인터뷰이의 표정, 그리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답변의 기묘한 부조화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표현이다. 기본적으로 장면을 패러디 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는 과격한 동작을 전제하거나 부정적인 분위기를 암시하면서도 머뭇거림의 내포된 ‘끼얹나…?’라는 동사 의문형이 문장의 호응과 무관하게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질문과 상관없이 전혀 다른 대답을 하고 싶을 때 ‘물 같은 걸 끼얹나?’라고 응수하는 문법 파괴적인 방법과 넘치도록 과잉된 요소, 부적절한 특질을 지적하고자 할 때 목적어를 달리 사용해 ‘햇님 같은 걸 끼얹나…?’, ‘쌍꺼풀 같은 걸 끼얹나…?’ 등으로 응용하는 방식이 함께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문제의 장면과 관련해 방송 당시 정확한 질문은 ‘감전 당한 아이가 의식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물을 끼얹는 시점에서 사고 당사자와 감전 물질의 접촉 여부가 답변의 당혹스러움을 결정짓는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전자를 옮기는 전해질이 포함되지 않은 증류수의 경우에는 감전을 유발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뷰이가 말한 ‘물 같은 것’이 가리키는 바를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감전 사고자를 타고 흘러내린 물이 구조자에게 닿았을 경우 확산될 위험을 생각하면 살신성인을 감수한 구조 시도라는 점에서 각박한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맥락을 가리고 순간의 언행을 포착해 이를 해석자의 편의대로 설명하는 ‘이쯤하면 막 가자’는 식의 여론 형성은 지난 수년간 많은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자기 기만적인 테러 행위로 간주되어왔다. 그런 탓에 정지된 화면을 근거로 타인을 비난하거나 비웃는 것은 경솔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물론, 감전 사고자를 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군홧발로 멀리 뻥 차준다’라는 것을 이미 당신이 알고 있더라도 말이지 말입니다.
용례 [用例]* 피자에 토핑 같은 걸 끼얹나?
* 면접 같은 걸 끼얹나…..!
* 카스트제도 같은 걸 끼얹나…?
* 사약은 셀프로 끼얹나…?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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