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스캔들>의 유아인, 송중기, 박민영, 믹키유천. (왼쪽부터) |
“이선준의 입장에서 일기를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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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키유천: 우선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첫 연기에 도전하게 돼서 기쁘다. 내가 맡은 가랑 이선준은 제3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굉장히 딱딱하고 냉정하고 무심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분명 인간미가 있다. 훌륭한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이름을 떨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부분도 매력적이고.
송중기: <성균관 스캔들>에서 여림 구용하 역을 맡았다. ‘여림’이라는 호가 계집 녀(女)에 수풀 림(林) 자를 쓰는데, 그만큼 여자와 술에 빠져 살고 주색잡기에 능한 캐릭터다. 만약 그런 면만 있다면 매력을 못 느꼈을 텐데, 마음 속에 슬픈 사연을 숨기고 겉으로 밝은 척 하는 양면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박민영: 김윤희는 학문을 향한 끝없는 열망을 갖고 있지만, 조선시대 남인 출신 여자라는 핸디캡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하는 캐릭터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남동생을 대신해서 성균관에 입학하게 되고, 그 곳에서 이렇게 멋진 남자들을 만나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원대한 꿈을 꾸는 여자다.
유아인: 걸오 문재신은 요즘으로 치면 야생남, 짐승남이다. 하지만 성균관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점점 변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믹키유천은 동방신기 활동 중단 이후 첫 공식석상이자 첫 연기 도전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연기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하다.
믹키유천: 이 질문이 나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동방신기 활동이 없었을 때는 굉장히 평범하게 지냈다. 음악 공부도 하고 연기 연습도 많이 하면서. 그리고 남들처럼 영화도 보러 다니고, 활동 때문에 소홀했던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보냈다. 그리고 그동안 가수 활동만 하다보니까 항상 ‘믹키유천’이라는 이미지만 있었는데, 연기를 하면 여러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앞서 연기자로 데뷔한 영웅재중이나 김현중이 조언을 많이 해주던가.
믹키유천: 현중이랑은 만나서 딱딱한 얘기는 많이 안 하는 편이다. 재중이 형은 조언이라기보다는 지금 시기가 나에게 있어 하나의 큰 터닝 포인트니까,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아, 오늘 세트장에 간다고 하니까 ‘한 번 죽고 와라’라고 말해주더라. (웃음)
완벽한 남자 선준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믹키유천: 전혀 그렇지 않다. 예전부터 바른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일이 바쁘다보니… 죄송합니다. (웃음) 첫 정극이라서 어렵다기보다는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다. 선준이라는 캐릭터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생각과 노력을 하고 있다. 가령 선준은 어떻게 활을 잘 쏘게 됐을까, 왜 매사에 저렇게 열심히 할까 등 원작에 다 드러나지 않은 여러 가지 배경을 많이 상상해본다. 자기 전에 이선준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보기도 하고. 요즘엔 집에서 밥을 먹을 때 어머니가 수저를 드시기 전에 절대 먼저 밥을 먹지 않는다. 선준은 예의 바른 청년이니까. (웃음)
송중기: 유천 씨, 질문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 안 되거든요. 진실을 말씀드려야 되는데, 그렇죠?
믹키유천: 진실입니다!
“여림은 평소의 믹키유천처럼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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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용하 캐릭터를 잡기 위해 유천 씨한테 많이 배우고 있다. 감독님이 평소 유천 씨의 생활처럼만 여림을 연기하면 100% 연기대상을 받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믹키유천을 쳐다보며) 이 얘기 할 줄 몰랐다고요? 나 이 얘기 하려고 작정하고 나왔는데. (웃음)
유아인: 유천 씨를 위해 항변을 해주자면 중기 씨도 만만치 않다. (웃음)
박민영: 용하는 중기 씨 실생활과 비슷한 것 같다. 하하하하. 극 중 용하가 늘 기방에서 사는 장면이 나오는데, 편집실에서 난리가 났다. 캐릭터 싱크로율이 가장 높다고.
송중기: 방금 빼먹은 말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믹키유천을 사랑합니다. (웃음) 물론 동방신기 팬들을 의식해서 드리는 말씀이구요.
믹키유천은 일상 생활부터 선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데, 송중기와 유아인은 어떤 방식으로 각자 캐릭터에 접근하고 있나.
유아인: 다들 내가 꽃미남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런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 전작들을 보면 고아, 4차원 소년, 복서처럼 평범하지 않은 역할을 해왔고, 특히 재신은 가장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극적으로 터프한 면이 있고 비현실적으로 남자답다. 그런 면들을 받아들이는데 힘든 부분이 있어서 감독님과 많이 조율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송중기: 나 같은 경우는 영화 <쌍화점>을 제외하고는 늘 밝고 깨끗하고 착한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예전 인터뷰에서 종종 양면적인 캐릭터를 맡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다행히 이런 역할을 맡게 돼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용하는 내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주색잡기에 능한 모습이 비슷하다는 건 아니고. 평소에 굉장히 밝은 성격이지만, 속으로는 외모와는 달리 강한 모습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용하와 많이 닮았다. 용하가 겉으로는 여리 여리하고 항상 풍류를 즐기며 밝게 지내지만, 그 안에는 남자다운 면이나 여유가 묻어난다.
원작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후반부에 보면 선준과 윤희의 베드 신이 나온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 장면을 기대해도 될까.
믹키유천: 아무래도 드라마다 보니까 베드(침대)만 나오지 않을까. (웃음) 죄송합니다. 저희 스태프들이 이런 터무니없는 개그는 다시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일동: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믹키유천: 아무튼 베드 신은 무리이지 않을까.
“관건은 윤희의 캐릭터 소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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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며칠 전 우리 촬영을 보신 것 같다. (웃음) 이틀 전에 노출 신이 있었다. 윤희가 남자인 줄 알고 선준과 재신이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을 찍기 전부터 두 사람이 밥을 안 먹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유천 씨 몸을 보고 한 마디 하더라. 흐흐흐흐. (믹키유천을 보며) 하지 말까?
믹키유천: …(마이크 뺏는)
박민영: (다시 마이크 뺏더니) 감독님이 ‘아니, 동방신기는 운동 안 시키냐, 몸은 안 만드냐’고 하셨다. 그 정도로 굉장히 슬림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아인 씨는 짐승남 캐릭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모습이 변한다. 얼굴은 점점 새까매지고, 몸은 점점 슬림해지고. 촬영장에서 가장 훈훈한 자태를 발휘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유천 씨 몸이 안 좋다는 건 아니다. 굉장히 귀티나는 몸이다. 하하하하. 저도 믹키유천을 좋아합니다! (웃음)
유아인: 짐승남하면 식스팩은 기본이고 몸 전체에 근육이 있어야 하는데, 원래 몸이 좋은 편이 아니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우리 유천 씨 몸을 보고 안심했다. 하하하하. 솔직히 짐승남이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내면의 짐승을 더 많이 끌어올리는 중이다. (웃음)
박민영은 이런 짓궂은 꽃미남 3인방과 함께 연기하게 됐는데, 촬영장에서 본 세 남자의 모습은 어떤가.
박민영: 저한테 왜 이렇게 위험한 질문을, 하하하. 가장 마지막으로 캐스팅 됐는데, 처음엔 세 사람 모두 순한 이미지의 꽃미남이라 원작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의상을 입혀 놓으니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라. 유천 씨는 극 중에서 굉장히 반듯하고 건전한 청년으로 나오는데, 누울 때도 바른 자세로 눕고 사람을 쳐다볼 때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타고난 연기자 같다. 아인 씨는 실제로 다정다감한 성격인데, 촬영에 들어가면 거친 눈빛이 나오고. 다들 잘하고 있다. 가장 관건은 나의 캐릭터 소화 능력이 아닐까.
남장여자 캐릭터를 소화하는 건 어떤가.
박민영: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전작에서 공주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보다 편한 복장이라 촬영장에서도 아무 데나 앉고 눕고 구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그런데 여름인데도 여자라는 걸 감추기 위해 압박붕대를 감아야 해서 많이 덥다. 또 하나 단점은 키가 작다보니 촬영할 때 단 위에 올라서야 한다는 점? (웃음) 촬영하면서 점점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스태프들도 남자로 대해주고. 하하하
“다들 촬영장에 모이면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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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그런 드라마들을 즐겨봤던 터라 남장여자가 자주 등장하는 소재라는 것, 그래서 자칫하면 식상해질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성균관 스캔들>은 조선시대에 수많은 벽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한 인간의 성장 드라마이기 때문에 남장여자 김윤희보다는 인간 김윤희에 초점을 맞춰 진정성을 담아내려고 한다.
아무래도 여름에 사극을 촬영하면 무더운 날씨 때문에 굉장히 고생할 텐데.
박민영: 세 남자들이 생긴 것과 다르게 정말 땀이 많다. 한 컷만 찍어도 얼굴에 땀이 흐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촬영하는 시간보다 땀 닦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유천 씨가 ‘성균관 땀캔들’이라고 하더라. (웃음) 촬영장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개그코드가 남발하고 있다. (믹키유천을 보면서) 할 말 있어?
믹키유천: 민영 씨는 벌레를 무서워하면서도 굉장히 터프하게 잘 잡는다. 음, 이게 아닌가?
송중기: 이런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민영 씨가 벌레를 잡았어요? 난 몰랐네. 아무튼 이런 거 말고 재밌는 이야기를 해야지. (기자들을 향해) 죄송하지만 앞으로는 저한테 먼저 질문을 보내주시면 제가 유천 씨 대답을 듣고 통역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믹키유천을 사랑합니다. (웃음)
아직 촬영 초반인데, 다들 비슷한 또래라서 그런지 굉장히 친해 보인다. (웃음)
박민영: 첫 대본 리딩을 하러 갔는데, 유천 씨가 바로 말을 놓자고 하더라. 나는 중간에 낀 나이였는데, ‘아, 그런가 보다’하고 그냥 말을 놓기 시작했다. 거기다 첫 신부터 굉장히 로맨틱한 장면을 찍어서 유천 씨와는 많이 친해졌다. 중기 씨와는 같은 소속사라서 전부터 안면은 있었지만 친하지 않아서 오빠라고 불렀더니, 굳이 학년이 같다면서 편하게 하라고 해서 ‘중기짱’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게 편하게 말을 놓다보니까 더 빨리 친해진 것 같다. 하지만 첫 촬영 장면에서 내 엉덩이를 때린 아인 씨와는 애증의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웃음) 다들 촬영장에 모이면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어서 감독님이 제발 집중하라고 말씀하실 정도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을 위해 <성균관 스캔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대사를 한 마디씩 해준다면.
송중기: 아까 아침 10시에 촬영한 게 기억이 안 나네. 뭐였더라. 아, 선준이가 성균관에 입학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입학을 축하한다, 이선준’이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가 굉장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믹키유천: 선준이 윤희가 남자인줄 알고 성균관 반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건넨다. ‘옷 벗으시게’. 하하하하
박민영: 그러면 전 이렇게 대답하죠. (믹키유천을 쳐다보며) ‘뭐?????’
유아인: 그러면 전 그들의 방에 들어가서 이렇게 얘기하죠. ‘꺼져! 꺼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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