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박보영, 이민호, 박신혜, 정용화, 박은빈, 김수현, 설리, 최강창민, 백진희, 정소민, 한승연. 얼핏 무작위로 골라놓은 듯한 리스트지만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9월 방송될 MBC 의 남녀 주인공 후보로 지난 한 달 사이 물망에 올랐거나 기사에 언급된 이름들이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장난스런 키스 캐스팅’을 치면 무려 2500여 개의 기사가 쏟아진다. 8월 말 방송될 KBS 의 주인공으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출신의 믹키유천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 역시 발표와 동시에 인터넷 게시판마다 수백여 개의 댓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만화 와 로맨스 소설 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들이 방영 전부터 이토록 뜨거운 이슈인 이유는 무엇일까. 에서는 두 작품을 중심으로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만화, 로맨스 소설 원작 드라마를 둘러싼 드라마 판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아직 원작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친절한 가이드는 물론 다양한 버전의 캐스팅 표, 가상 캐스팅 올림픽도 함께 준비했다.올 상반기 방송되었던 한 드라마의 스태프는 작품이 끝난 요즘도 잠자리가 편치 못하다. 연기자는 물론 스태프 전원이 지급받아야 할 돈의 절반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데 어쩌란 거냐’며 버티는 제작사 측에 소송이라도 걸고 싶지만 부도가 나면 그야말로 답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요즘 제작사들이 뭘 믿고 제작하는지 모르겠다”는 한숨이 이어졌다.
드라마, 만화와 로맨스 소설에 빠지다

경쟁과 함께 가격이 뛰어올랐다. 일부 작품은 5천만 원 이상을 부르기도, 불가능에 가까운 가격인 억대를 요구하는 출판사도 등장했다. 이후 몇몇 로맨스 소설 원작 드라마의 성공에 고무된 제작사들은 소재 선점 차원에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원작들을 사들이기도 했다. 출판 관계자 S씨는 “원작 판권이 5백만 원 이하인 경우는 전체 제작비에서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므로 ‘하면 하고 말면 말고’ 식의 구매도 많았다. 그런데 이후 드라마가 방송되면 방송국 로고를 책에 박는 것만으로도 수백만 원의 사용료를 내야 하므로 출판사 입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인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 전체를 한 편 집필하고 받는 원고료가 3천만 원 선이므로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의 만화 판권을 구매하는 풍토도 생겨났다. 판권 계약이 늘어나며 제작사와 출판사 간의 ‘밀당’과 부속 조항도 늘어났다. 의 출판사인 파란미디어 임수진 편집장은 “원작이 영상화될 경우 포스터나 스틸 사진을 책의 띠지에 넣거나 서점 홍보물에 사용하게 해 달라는 조항도 있다. 제작사 측에서 원작자에게 대본 참여나 전체 디렉팅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원작 구매가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지기까지

물론 이렇게 구매된 원작들이 모두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한 드라마 프로듀서는 “영화 가 히트한 후 인터넷 소설 판권이 많이 팔렸지만 말장난, 캐릭터 중심에 드라마가 약한 작품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 먹히지 않는다. 필요하면 거기에 다른 콘셉트를 씌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소설 을 원작으로 한 MBC 은 기본 뼈대 이외에 주요 배경 및 주인공의 직업, 가정환경 등을 상당 부분 새롭게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때로는 선후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알려진 모 미니시리즈의 경우, 작가가 창작물을 집필하던 도중 스토리를 이끌어갈 힘이 부족한 나머지 비슷한 콘셉트의 원작을 사서 결합시킨 케이스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표절 논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참고 서적의 판권을 구입해 작품에 활용하기도 한다.
원작 각색 드라마의 득과 실

지난 몇 년 사이 영상화되는 로맨스 소설이 늘어나며 작품의 경향도 달라졌다. 임수진 편집장은 “로맨스 소설 시장에서는 보통 1만 부가 팔리면 베스트셀러로 불린다. 즉 장르를 뛰어넘어 멀티 콘텐츠로 만들어지길 원하는 작가들은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집필하기도 한다. 해외 로케이션이 많거나 외국인이 주인공이거나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공간은 피하는 분위기다. 대중적으로 흥할 소재인가, 드라마를 구성할 에피소드가 충분한가에 대한 고민도 많다”고 전했다. 로맨스 소설 시장에서 인기를 끈 과 의 경우 각각 가상의 나라 황룡국과 은나라 황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영상화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몇 해 전 한 방송사에서 판권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제작되지 않고 있는 역시 가상의 왕국 단국이 배경이다. 그래서 의 경우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소꿉친구 캐릭터를 드라마에서 강화해 삼각구도를 형성할 예정이고 은 진중한 성품의 주인공 이선준의 캐릭터를 ‘까칠남’으로 변화시켜 드라마적 재미를 더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원작 붐, 어떻게 시장을 바꿔 놓을 것인가

그러나 임수진 편집장은 “은 일본, 베트남, 중국, 대만에도 소설 판권이 팔렸다. 시리즈나 시리즈도 결국 영국, 미국의 장르 소설로부터 나온 결과물이었다. 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로맨스 소설을 비롯해 국내 장르 소설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돈이 모일수록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 가을, 와 은 우리 앞에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글.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