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훈 : 배영, 접영, 자유형을 모두 할 수 있지만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한다. 재능은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 만족하면 흥미를 잃고 그만 둔다. 대상을 타고 “남 일 같았는데 나에게 오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노래, 연기, 개그 모두 두루두루 해 봤다. 돈도 꽤 벌었다. 그 사이 마흔이 넘었고, 대상과는 조금 멀어졌다. 그는 다시 TV의 ‘뜨거운’ 남자로 돌아올 수 있을까.
탁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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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 탁재훈과 중학교 동창인 드러머. 탁재훈은 그를 통해 그룹 시나위의 멤버들을 알았고, 김종서의 매니저가 되고 싶어 했다. 탁재훈은 “세상의 기준선을 넘으려고 하면 가슴이 떨렸다”고 할 만큼 내성적이었지만 고교 2학년 때 스쿨밴드 앰뷸런스에서 기타를 치며 성격이 활달해졌다. 대신 공부와 멀어지며 학력고사 날에는 부산에서 “대학 안 가고도 니들보다 잘 살겠다”며 술을 마셨다. 이후 “재밌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영화 의 연출부 막내로 일하며 두 달 동안 5만원을 받았고, 공사판에서 인부들 밥을 나르기도 했다. 탁재훈이 “제대로 못 나가는 부류에 대해 묘한 매력”을 느껴 삼미슈퍼스타즈를 좋아하는 것은 이런 시절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나의 성격은 지극히 내성적인 면이 강한 편이다.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밝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형탁 : 탁재훈이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의 감독. 탁재훈은 연기를 하고 싶어 연극영화과에도 도전하고, KBS 공채 탤런트에도 응시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결국 그는 2년여 동안 준비해 한 기획사에 가수로 합격했다. 하지만 첫 앨범은 소리 소문 없이 묻혔고, 같은 소속사의 룰라와 함께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카메라에 얼굴 반쪽만 걸리는 신세가 됐다. 심지어 2집 앨범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나왔다. 당시 고영욱이 “기죽지 말라고 차도 빌려”줄 정도였다. “남자 나이 서른둘이면 직장 잘 다니면서 안정이 됐어야 했는데 나는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인생 최악의 시기”라고 하던 시절.

신정환 : 탁재훈이 “일생의 파트너”라고 말한 예능인. 룰라의 이상민이 계약금 250만 원을 더 준다면서 “정환이도 노니까 같이 해보라”며 권유해 컨츄리꼬꼬를 결성했다. 처음에는 중고신인이란 이유로 홍보도 여의치 않았지만 9개월 만에 잡은 스케줄이었던 SBS 에서 노래대신 코미디로 반응을 얻기 시작, 이홍렬이 그들에게 “제일 웃긴다”고 할 만큼 개그 듀오로 명성을 떨친다. “재치와 순발력을 동시에 지녀” 어떤 자리에서든 코미디를 펼칠 수 있는 신정환은 내성적인 탁재훈이 과감하게 코미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탁재훈은 신정환이 너무 치고 나갈 때면 조금씩 그를 제어하며 언제나 유쾌한 순간을 만들었다. 그들은 게스트가 누구든, 어느 프로그램에서든 자신들의 ‘놀이판’을 만들며 활약했다.

노현정 : 전 KBS 아나운서. 탁재훈과 함께 KBS 를 진행했다. 는 한 때 시청률 30%를 돌파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진행자인 노현정을 꼭짓점으로 컨츄리꼬꼬와 이휘재 등이 소동을 일으키는 구성은 당시 토크쇼로는 드물게 게스트보다 집단 패널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도록 만들었고, 그만큼 매 회 안정적인 웃음을 만들었다. 특히 유부남인 탁재훈은 부담 없이 노현정에게 장난을 치며 갈등관계를 만들었고, 신정환과는 온갖 해프닝을 일으키며 끊임없는 웃음을 일으켰다. 유재석과 함께한 KBS 에서도 유재석이 진행에 주력하는 사이 게스트와 여자 MC 김아중을 가리지 않고 프로그램을 휘저었다. 그리고 탁재훈은 2007년 KBS 을 수상했다.

강원래 : 가수. 교통사고 당시 ‘댄스가수의 정년은 36세’라는 판결에 따라 보험금을 받았다. 이는 당시 최고령 댄스가수의 나이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이 최고령 댄스가수가 탁재훈이었다. 또한 그는 MBC 의 ‘뜨거운 형제들’에서 박명수, 김구라보다 나이가 많다. 그는 유부남에 나이도 많지만 나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 외모를 가졌다. 그만큼 그는 어떤 게스트에게도 편하게 다가설 수 있다. 42세의 나이지만 ‘뜨거운 형제들’의 ‘아바타 소개팅’에서 여전히 여성들에게 인기 많고, 연예인 축구팀에서 활약하며, 오락 프로그램에서 아내와 딸에게 응석을 부리곤 하는 ‘어른 아이’.

이혁재 : 탁재훈처럼 KBS 을 받은 연예인. 영화 에서 탁재훈이 출연하는 배역을 두고 경쟁했고, MBC 의 ‘대망’에 함께 출연했다. 그리고 ‘대망’은 크게 망했다. 대상 수상 이후로도 와 KBS 의 ‘불후의 명곡’은 좋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어느덧 의 주력코너는 ‘1박 2일’이 됐고,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새로운 대세가 됐다. 주로 신정환과 토크쇼를 휘젓던 탁재훈은 야외에서 몸을 움직이며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와 어울리지 않았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처럼 보다 많은 패널들로 팀을 꾸렸고, 이휘재는 MBC 등에서 개성강한 예능인들을 적절히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새로운 역할을 찾았다. 예능에서 리베로의 단독 드리블보다 조직적인 팀웍이 더 중요해지고, 한 개인의 애드립 이전에 PD와 메인 MC의 기획력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신현준 : 영화 에 탁재훈을 추천한 친구. 얼마 전에는 KBS 에서 탁재훈과 함께 출연해 우애를 보여줬다. 에서 탁재훈은 의 시간대에 방영했던 의 폐지를 거론하며 요즘 자신의 상황을 자학했고, 이를 통해 김승우, 김신영 등을 토크에 끌어들였다. 또한 MBC 의 ‘라디오 스타’에서는 자신의 요즘 처지로 이야기를 시작해 신정환의 도박사건을 ‘포카 & 칩’이라는 한마디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자신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끌어들일 동료가 있다면 그는 여전히 상당한 파괴력을 가졌다. 문제는 토크의 주도권을 잡으면 계속 치고 나가는 그를 적당히 조율하며 기회를 줄 동료들이다. 신정환은 자신의 멘트를 누구든 독설로 받아치는 ‘라디오 스타’를 만났다. 탁재훈에게 ‘뜨거운 형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조안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는 탁재훈의 단독 주연작으로, ‘연기자’로서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이 작품에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른이면서도 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못했고, 아이에게는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영화 속 모습은 실제 그의 모습에서 유머를 뺀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에서 어떤 여자든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그의 분위기 역시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 그는 캐릭터를 자신에 맞춰 해석하면서 무리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 아니라면 탁재훈에게 그런 우울한 표정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탁재훈은 영화가 “가지 못한 길”이고, “될 때까지 내 모습을 비추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영화는 또 다른 활동 중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숨은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아닐까.

김구라 : 의 ‘대망’, ‘오빠밴드’, ‘뜨거운 형제들’ 등에 함께 출연한 예능인. ‘오빠밴드’와 KBS 의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볼 수 있듯, 탁재훈은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기는 멘트나 행동을 보여주곤 한다. 그는 웃음에 감동과 진지함을 더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세계와 잘 맞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은 오직 순간적인 웃음에만 집중할 수 있다. 탁재훈은 이기광과 박휘순을 아바타로 쓰면서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황당한 코미디를 마음대로 펼쳤고, 반대로 박휘순의 조종을 받자 박휘순의 명령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수행하면서 웃음을 일으켰다. 소개팅에 나온 여성을 지갑도둑으로 모는 박휘순의 개그를 웃음으로 이끌어낸 건 적절하게 타이밍과 톤을 조절하는 탁재훈의 능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과격한 상황극 쇼 안에서 그는 자신이 이런 코미디에 수줍어하는 내성적인 성격임을 보여준다. 배우도, 가수도, 예능도 할 만큼 한 지금, 그는 드디어 코미디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을 찾은 것은 아닐까.

이효림 : 탁재훈의 아내. 탁재훈은 종종 자신의 아내와 딸 소율의 이야기를 토크의 소재로 삼는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영원한 내 편”이라고 했고, 방송이 잘 되든 안 되든 이미 상당한 재산이 있는 부자다. 그는 “일하면서 보람을 얻는 것도 좋지만 일을 안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탁재훈이 ‘뜨거운 형제들’을 기점으로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내성적인 성격으로 사람들을 웃겼고, 자신의 꿈대로 영화 주연도 했으며, 대상도 받았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살며 주말이면 자신이 단장인 축구팀에서 마음껏 축구도 한다. 내성적이지만 잘 웃기고, 어른의 나이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으며, 종종 문제도 있었지만 그래도 팬들에게 사랑받은 남자. 그만하면 ‘참 다행이야’라고 할 수 있는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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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재훈과 함께 KBS 에 출연한 오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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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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