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을 PD가 아닌 기자가 만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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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기자와 PD를 합치는 직종통합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KBS PD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PD저널리즘 죽이기’ 등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아, 조직개편 이후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KBS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개편과 경영 효율안 조치 방안 등이 담긴 ‘KBS 혁신안’을 발표했다. BCG(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해 10억 원을 들여 만든 이번 조직개편의 골자는 기존 6본부 3센터를 5본부 (시청자, 보도, 콘텐츠, 뉴미디어, 리소스)로 전환한 것이다. KBS는 “△시청자 중심 △콘텐츠 중심 △미래환경 대비 △직종 통폐합을 포함한 협업체계 강화 △게이트키핑 강화 등 5개 원칙 아래에서 설계됐다”고 밝혔다.

PD저널리즘 자체가 흔들릴 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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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내세운 조직개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시사 프로그램 PD를 보도부문에 흡수하는 실험을 감행한 부분이다. KBS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PD들이 만들어온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 , 을 기자들이 소속된 보도본부로 이관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보도본부 내에 시사제작국을 신설해 PD/기자의 협업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며, 당장 올해 7월로 예정된 신규채용 인력부터 기자와 PD를 통합해 ‘방송직군’으로 뽑는다. 단, 드라마와 예능 등의 특수직종은 따로 뽑되 저널리즘 기능은 한데 통합하겠다는 게 KBS의 설명이다. ‘콘텐츠 중심’을 지향하는 조직이 되겠다며 밝힌 KBS 조직개편 세부안에는 그동안 제작위주로만 기능을 해온 TV제작본부를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 총괄 기능을 확대하는 콘텐츠본부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교양, 다큐, 예능, 드라마 등 장르별 기획 부서를 신설하는 것과 더불어 다큐멘터리국을 신설해 고품격 다큐를 대거 만들 예정이다. 또한 PD특파원을 확대해 국제뉴스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KBS PD들은 시사 프로그램의 보도본부 이관 등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S PD협회(회장 김덕재)가 조직개편을 앞두고 지난 1~3일 협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6%가 , , 의 보도본부 이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라디오본부가 센터로 축소, 콘텐츠본부 안으로 편입하게 된 안에 대해서도 75%의 PD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BCG(보스턴컨설팅그룹) 안에 포함된 예능·드라마 편성 15% 축소 방안에 대해서도 86%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시사 프로의 보도본부 이전에 대해 “PD저널리즘이 잘못 됐으니 보도본부로 종속시켜 고치겠다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보도본부로 넘어간 시사 프로그램은 달라진 제작방식과 게이트키핑으로 인해 위축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PD저널리즘 자체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게 PD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본부장-국장-부장-차장으로 이어지며 ‘게이트키핑’ 강화되는 과거의 국부제 조직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서도 젊은 기자와 PD들이 발굴해 온 비판적 보도프로그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도 이들은 해석하고 있다.

새로운 KBS 보도본부가 만들 콘텐츠는 어떤 얼굴일까
<추적 60분>을 PD가 아닌 기자가 만든다면?
을 PD가 아닌 기자가 만든다면?" />PD들의 잇따른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KBS는 원안대로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철호 KBS 기획팀장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최 팀장은 “일각에서 PD저널리즘 말살이라고 하지만, 다른 해외방송의 경우 기자와 PD가 협업을 해서 시너지 효과가 크게 발휘되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이 보도국으로 옮겨서 PD 저널리즘이 말살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그동안 PD들이 (프로그램의) 키를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기자와 PD로 나눠져 있던 시사 프로그램을 보도본부 안에서 합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또한 ‘게이트키핑’ 강화에 대해서도 최 팀장은 “KBS만 유독 많아지는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영성이 앞서 있는 BBC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인원이 가이드라인에 제시돼 있다. 제작 침해는 없다고 봐도 된다”며 해명했다.

하지만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대통령 동정보도가 크게 늘어나고, 청와대 박재완 수석의 논문 이중게재를 지적한 KBS 탐사보도팀의 기사가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삭제되는 등 저널리즘의 본령부터 되찾아야 한다는 KBS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폐지된 이후 PD들이 만들어 온 시사 프로그램이 점점 설 곳을 잃어 가고 있어, 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의 보도본부 이관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우려를 더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한 방송의 공영성이나 특수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기업으로서의 효율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컨설팅그룹인 보스턴컨설팅 사로부터 나온 결과이기에 현실성에 대한 의구심도 더해지고 있다. 과연, 기자와 PD가 합치는 KBS 조직개편은 성공할 수 있을까. KBS 보도본부에서 이들이 협업해서 만든 시사 프로그램은 과연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까.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이 부디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글. 원성윤 twel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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