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날씨가 이게 뭐야. 주중에는 계속 좋다가 주말 내내 비만 오고.
그러게. 시절이 하 수상해서 그런지 날씨도 오락가락하네.
어차피 너는 별 상관없지 않아? 주말이라야 집에서 TV 밖에 안 보자잖아.
그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도 비 때문에 중요한 프로야구 중계가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고! 비 때문에 하염없이 채널을 돌리는 외로움을 네가 알아?
어이구, 그러셨어요? 차암 안 됐네요.
비아냥거리는 거냐! 일요일에 취소된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경기였는데!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중에 다시 할 거 아니야.
그게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 지난 일요일에 한화 대 SK 경기는…
뭐? 기아 경기도 아닌데 그렇게 흥분하는 거였어?
이게 그냥 좋아하는 팀의 경기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니까? 동시대 한국 최고의 좌완 투수인 한화의 류현진과 SK의 김광현이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흔치 않은 게임이라고! 옛날로 치면 해태의 선동열과 롯데의 최동원이 맞붙는 정도의 빅매치란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아나?
우선 야구에서 투수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얘기를 해보자. 야구라는 게임이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자가 쳐서 점수를 내는 게임인 건 알지? 그런데 흔히 좋은 타자는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때려내는 타자라고 하거든. 그건 그만큼 실투 없이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서 점수를 뺏기 어렵다는 뜻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좋은 선발 투수를 가지고 있는 팀의 위력이라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거야. 즉 류현진이나 김광현 같은 선발이 나올 땐 실점이 적고, 실점이 적으면 그만큼 이길 기회를 잡기 쉬워지는 거지. 게다가 그 둘은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좋은 좌완 투수라고.
좌완이면 왼손잡이라는 거지? 그런데 무슨 지옥에서씩이나 데려와야 하는 거야?
야구에서 왼손잡이 타자가 얼마나 유리한지 얘기를 해야 그걸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기본적으로 왼손잡이 타자는 오른손잡이 타자에 비해 오른손잡이 투수에게 강해. 서있는 위치 때문에 공을 던지는 팔의 궤적을 우타자에 비해 좀 더 잘 볼 수 있거든. 그 외에도 왼손잡이 타자가 서있는 타석이 오른손잡이 타자가 서있는 타석보다 1루에 더 가깝기 때문에 타격을 하고 나서 1루에 세이브 될 확률이 좀 더 높다는 이점도 있지. 쉽게 수식으로 하면 왼손잡이 타자 > 오른손잡이 투수, 오른손잡이 타자 < 오른손잡이 투수라 할 수 있지. 그럼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거 아니야? 맞아. 반대로 오른손잡이 타자 역시 왼손잡이 투수의 팔의 궤적을 좀 더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즉 왼손잡이 타자 > 오른손잡이 투수, 오른손잡이 타자 > 왼손잡이 투수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왼손잡이는 소수잖아. 그렇기 때문에 소수의 왼손잡이 타자는 다수의 오른손잡이 투수를 공략하기 쉽지만 다수의 오른손잡이 타자는 다수의 오른손잡이 투수와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되는 거야. 그래서 야구에선 왼손잡이 타자가 오른손잡이 타자보다 조금 더 유리하다고 하는 거지. 실제로 왼손잡이 타자는 그 수에 비해 타율 상위권에 많은 이름을 올리고 있어.
그런데 그거랑 왼손잡이 투수를 지옥에서 데려오는 거랑 무슨 상관인 건데?
우선 야구에서 왼손잡이 타자가 좀 더 유리한 입장이라는 건 이해했지? 그런데 그들은 오른손잡이 투수에게 강하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왼손잡이 투수에게 약해. 팔의 궤적을 파악하기 쉽지 않지. 역시 수식으로 표현하면 왼손잡이 타자 < 왼손잡이 투수인 거지. 말하자면 다수의 우완 투수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좌타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좌완 투수가 필요한 거야. 이해가 돼? 요약하자면, 야구에선 다수의 오른손잡이 투수를 소수의 왼손잡이 타자가 잘 공략하는데 그 타자들을 잡으려면 왼손잡이 투수가 필요하단 거야.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반대로 왼손잡이 투수는 오른손잡이 타자에게 약한 거잖아. 이해가 빠른데? 아주 좋은 지적이야. 네 말대로 왼손잡이 투수는 오른손잡이 타자에게 약하다는 약점이 있어. 그렇기 때문에 때론 왼손잡이 타자 한 두 명만 상대하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우선 그것만으로도 전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왼손잡이 투수는 꼭 필요한 카드야. 게다가 아까 말한 것처럼 왼손잡이는 소수이기 때문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거든. 그래서 좀 더 신경 써서 확보해야 하는 거지. 게다가 앞서 말한 류현진이나 김광현처럼 오른손잡이에게도 상당히 강하고 왼손잡이에게는 극강인 ‘좋은’ 왼손잡이 투수는 정말 흔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희소성이 크고, 그래서 지옥에서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거야. 그럼 ‘좋은’ 오른손잡이 투수는?
물론 오른손 에이스도 꼭 확보해야지. 다만 좋은 좌완보다 좋은 우완을 구하기 좀 더 쉬운 게 사실이기 때문에 지옥 운운하며 좋은 좌완을 데려오라고 하는 거야. 류현진과 김광현이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우완 에이스인 기아 윤석민보다 더 잘하거나 더 소중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더 구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 말하자면 지옥에서라도 좋은 좌완을 데려오라는 말은 그만큼 다양한 투수 카드를 준비하라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투수는 골고루 있을수록 좋다는 건가?
바로 그거야. 아까 말한 것처럼 단순히 타자가 어느 손을 주로 쓰느냐는 것만으로도 투수의 운용이 달라질 수 있어. 그럼 타자의 스타일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투수 운용이 필요하겠어. 그렇기 때문에 제구력이 좋은 투수도 필요하고, 불꽃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필요하고, 변화구의 귀재도 필요한 거지. 물론 좋은 투수는 그 요소들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투수겠지만 그런 투수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카드를 비축해 놓는 거지. 가령 기아의 경우 제구력이 좋은 우완 에이스 윤석민,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선발을 맡고, 유동훈과 손영민 같은 잠수함 타입의 투수들이 꾸준한 마무리를 맡아주는 것처럼.
잠수함 타입? 그건 또 뭔데?
안 돼, 이건 자칫 내가 응원하는 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발언이야.
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가뜩이나 광주를 연고로 하는 팀 투수들이 어뢰를 던진다고 하면 정부가 북이랑 엮을까봐.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그러게. 시절이 하 수상해서 그런지 날씨도 오락가락하네.
어차피 너는 별 상관없지 않아? 주말이라야 집에서 TV 밖에 안 보자잖아.
그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도 비 때문에 중요한 프로야구 중계가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고! 비 때문에 하염없이 채널을 돌리는 외로움을 네가 알아?
어이구, 그러셨어요? 차암 안 됐네요.
비아냥거리는 거냐! 일요일에 취소된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경기였는데!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중에 다시 할 거 아니야.
그게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 지난 일요일에 한화 대 SK 경기는…
뭐? 기아 경기도 아닌데 그렇게 흥분하는 거였어?
이게 그냥 좋아하는 팀의 경기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니까? 동시대 한국 최고의 좌완 투수인 한화의 류현진과 SK의 김광현이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흔치 않은 게임이라고! 옛날로 치면 해태의 선동열과 롯데의 최동원이 맞붙는 정도의 빅매치란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아나?
우선 야구에서 투수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얘기를 해보자. 야구라는 게임이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자가 쳐서 점수를 내는 게임인 건 알지? 그런데 흔히 좋은 타자는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때려내는 타자라고 하거든. 그건 그만큼 실투 없이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서 점수를 뺏기 어렵다는 뜻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좋은 선발 투수를 가지고 있는 팀의 위력이라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거야. 즉 류현진이나 김광현 같은 선발이 나올 땐 실점이 적고, 실점이 적으면 그만큼 이길 기회를 잡기 쉬워지는 거지. 게다가 그 둘은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좋은 좌완 투수라고.
좌완이면 왼손잡이라는 거지? 그런데 무슨 지옥에서씩이나 데려와야 하는 거야?
야구에서 왼손잡이 타자가 얼마나 유리한지 얘기를 해야 그걸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기본적으로 왼손잡이 타자는 오른손잡이 타자에 비해 오른손잡이 투수에게 강해. 서있는 위치 때문에 공을 던지는 팔의 궤적을 우타자에 비해 좀 더 잘 볼 수 있거든. 그 외에도 왼손잡이 타자가 서있는 타석이 오른손잡이 타자가 서있는 타석보다 1루에 더 가깝기 때문에 타격을 하고 나서 1루에 세이브 될 확률이 좀 더 높다는 이점도 있지. 쉽게 수식으로 하면 왼손잡이 타자 > 오른손잡이 투수, 오른손잡이 타자 < 오른손잡이 투수라 할 수 있지. 그럼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거 아니야? 맞아. 반대로 오른손잡이 타자 역시 왼손잡이 투수의 팔의 궤적을 좀 더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즉 왼손잡이 타자 > 오른손잡이 투수, 오른손잡이 타자 > 왼손잡이 투수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왼손잡이는 소수잖아. 그렇기 때문에 소수의 왼손잡이 타자는 다수의 오른손잡이 투수를 공략하기 쉽지만 다수의 오른손잡이 타자는 다수의 오른손잡이 투수와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되는 거야. 그래서 야구에선 왼손잡이 타자가 오른손잡이 타자보다 조금 더 유리하다고 하는 거지. 실제로 왼손잡이 타자는 그 수에 비해 타율 상위권에 많은 이름을 올리고 있어.
그런데 그거랑 왼손잡이 투수를 지옥에서 데려오는 거랑 무슨 상관인 건데?
우선 야구에서 왼손잡이 타자가 좀 더 유리한 입장이라는 건 이해했지? 그런데 그들은 오른손잡이 투수에게 강하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왼손잡이 투수에게 약해. 팔의 궤적을 파악하기 쉽지 않지. 역시 수식으로 표현하면 왼손잡이 타자 < 왼손잡이 투수인 거지. 말하자면 다수의 우완 투수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좌타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좌완 투수가 필요한 거야. 이해가 돼? 요약하자면, 야구에선 다수의 오른손잡이 투수를 소수의 왼손잡이 타자가 잘 공략하는데 그 타자들을 잡으려면 왼손잡이 투수가 필요하단 거야.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반대로 왼손잡이 투수는 오른손잡이 타자에게 약한 거잖아. 이해가 빠른데? 아주 좋은 지적이야. 네 말대로 왼손잡이 투수는 오른손잡이 타자에게 약하다는 약점이 있어. 그렇기 때문에 때론 왼손잡이 타자 한 두 명만 상대하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우선 그것만으로도 전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왼손잡이 투수는 꼭 필요한 카드야. 게다가 아까 말한 것처럼 왼손잡이는 소수이기 때문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거든. 그래서 좀 더 신경 써서 확보해야 하는 거지. 게다가 앞서 말한 류현진이나 김광현처럼 오른손잡이에게도 상당히 강하고 왼손잡이에게는 극강인 ‘좋은’ 왼손잡이 투수는 정말 흔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희소성이 크고, 그래서 지옥에서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거야. 그럼 ‘좋은’ 오른손잡이 투수는?
물론 오른손 에이스도 꼭 확보해야지. 다만 좋은 좌완보다 좋은 우완을 구하기 좀 더 쉬운 게 사실이기 때문에 지옥 운운하며 좋은 좌완을 데려오라고 하는 거야. 류현진과 김광현이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우완 에이스인 기아 윤석민보다 더 잘하거나 더 소중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더 구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 말하자면 지옥에서라도 좋은 좌완을 데려오라는 말은 그만큼 다양한 투수 카드를 준비하라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투수는 골고루 있을수록 좋다는 건가?
바로 그거야. 아까 말한 것처럼 단순히 타자가 어느 손을 주로 쓰느냐는 것만으로도 투수의 운용이 달라질 수 있어. 그럼 타자의 스타일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투수 운용이 필요하겠어. 그렇기 때문에 제구력이 좋은 투수도 필요하고, 불꽃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필요하고, 변화구의 귀재도 필요한 거지. 물론 좋은 투수는 그 요소들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투수겠지만 그런 투수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카드를 비축해 놓는 거지. 가령 기아의 경우 제구력이 좋은 우완 에이스 윤석민,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선발을 맡고, 유동훈과 손영민 같은 잠수함 타입의 투수들이 꾸준한 마무리를 맡아주는 것처럼.
잠수함 타입? 그건 또 뭔데?
안 돼, 이건 자칫 내가 응원하는 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발언이야.
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가뜩이나 광주를 연고로 하는 팀 투수들이 어뢰를 던진다고 하면 정부가 북이랑 엮을까봐.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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